▲아시아 먹거리 장터의 베트남 음식 '짜요'고기복
베트남 음식은 만두와 비슷한 모양의 '짜요'로 야채와 고기를 듬뿍 넣어 쫄깃한 만두피로 싸서 기름에 튀겨 내었다. 거기에 상추와 깻잎, 파 등의 야채가 접시 위에 깔려 나왔다. 세 개에 1000원. 만든다고 공들인 정성에 비하면 완전 밑지는 장사다.
옷가지를 팔고 있던 아민이 손님이 뜸한 틈을 타 짜요 판매를 거들었다.
"만두, 베트남 세 개 1000원!"
베트남이 세 개 1000원? 만두가 세 개 1000원이 아니고?"
꾸미는 말과 꾸밈을 받는 말이 우리말과 다른 인도네시아 언어습관상 나온 표현에 다들 한 마디 하며 웃었다. 아민의 호객행위가 먹혀들었는지 곁에 있던 인도네시아 친구들도 금식 기간인 라마단임에도 저마다 한 입씩 베어 물고 있었다.
길 가던 행인들도 호기심에 한 접시씩 주문하는 모습이 간간이 눈에 띄었고, 그럴 때면 다들 신이 나 "월남 만두 맛있어요! 또 오세요"라고 입을 모았다.
행여 여유가 있어서 예전처럼 놀이공원 같은 곳에 갔다 한들 이렇게 흥이 나진 않았을 것이다. 늘 그렇듯이 쉼터엔 어떻게 알았는지 연휴만 되면 몇몇 유명 놀이공원 같은 곳에서 할인 쿠폰이 왔었다.
대개의 경우, 자유이용권 요금이 입장권보다 약간 웃돌아 자연스레 혹하게 된다. 하지만 정작 그 할인 쿠폰으로 입장을 하고 보면 매번 속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던 게 사실이었다. 연휴에 미어 터지는 인파 덕분에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즐길만한 기구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가령 1시간여를 줄을 서서 롤러코스터를 한 번 탄다고 하자. 정작 5분도 채 안 되는 시간을 고함 꽥꽥 지르다 내리고 나면, 기다림에 비해 너무 빨리 지나간 시간에 허탈함을 느끼기도 하고 또 다시 기다리는 건 언제 순서가 올지 모르는 기구 앞에서의 긴 줄이라는 사실에 짜증이 난다.
그런 경험들이 있던 터라 올해도 유혹하듯 배달된 몇몇의 할인쿠폰은 개인적으로 특별히 관심 있는 사람들이나 가라고 나눠주고, 우리 쉼터에선 스스로 멍석을 깔고 놀기로 했던 것이다.
첫날에 비해 둘째날엔 연휴 마지막 날에 갈만한 곳을 찾아간 친구들이 많았던지 찾는 사람이 훨씬 줄었다. 그래도 스스로 깔아 놓은 멍석 위에서 판을 벌였던 친구들이 나름대로 연휴를 의미있게 보냈다고 여겼는지, 벼룩시장을 준비하면서 자신이 진작 눈도장을 찍어놨던 양복을 집어들었던 샤흘란이 말했다.
"석세스!"
'부도일보 직전'에 파장한 장터를 두고 성공이라니, 남들이 들으면 이해가 가지 않을 것이다. 그리 요란스럽진 않았지만 스스로 주체가 되어 놀길 희망하는 친구들과 함께 준비했던 이틀간의 행사는 즐거운 추억을 남기고 파장했다는 점에서 성공이라면 분명 성공이다.
누군가 깔아 놓은 멍석 위에선 논다는 것은 쉬운 일이다. 그러나 주체가 되긴 쉽지 않은 법이니까.
덧붙이는 글 | 행사기간: 10월 7~8일
나눔장터 후원: 성광순복음교회(용인), 해피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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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 '모두를 위한 이주인권문화센터'(부설 용인이주노동자쉼터) 이사장, 이주인권 저널리스트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저서 『내 생애 단 한 번, 가슴 뛰는 삶을 살아도 좋다』, 공저 『다르지만 평등한 이주민 인권 길라잡이, 다문화인권교육 기본교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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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 한벌 500원, 베트남 만두 세개에 1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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