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전 대통령.오마이뉴스 이종호
뜻은 알겠으나 그래도 어쩔 수 없다. 본뜻이 어떻든 김대중 전 대통령은 정치문제를 거론했다. 정계개편 주장이 몸풀기에 들어간 민감한 시기에, 여권의 예민한 부위인 분당문제를 건드렸다. 파장이 작을 리 없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발언이 예사롭지 않게 들리는 이유가 이것 때문만은 아니다. 책임문제를 거론했다. 대상은 노무현 대통령이다.
"민주당이 노무현 대통령을 당선시켰고, 노 대통령은 민주당 후보로서 민주당의 전통과 정강정책을 충실히 지키겠다고 국민한테 약속했다"고 전제한 그는 "(대선 때 노무현 후보에게) 표를 찍어준 사람들한테 승인받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표를 찍어준 사람들은 그렇게 (분당하길) 바라지 않았다고 생각한다"고도 했다.
노무현 대통령이 주도한 분당 때문에 '여당의 비극'이 빚어졌다는 그의 비판은 집토끼부터 되찾아야 한다는 주장으로 이어진다.
이건 새로울 게 없다. 그는 이미 '전통적 지지층 복원'을 주장한 바 있다. 새로운 건 그게 아니다. '전통적 지지층 복원'의 선결조건으로 분당사태에 대한 깔끔한 정리를 사실상 주문한 게 새롭다. 그러려면 노무현 대통령의 존재와 역할에 대한 정리가 긴요하다.
가능할까? <조선일보> 설문조사 결과가 있다. 지난 2일부터 3일까지 열린우리당 비상대책위원과 핵심 당직자, 3선 이상 중진 3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다. '현재 열린우리당 체제로 내년 대선에서 이길 수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응답자 24명 중 22명이 '희망이 없다, 바꿔야 한다'고 답했다.
이 또한 새로울 게 없다. '비극'이 '희망이 없다'는 표현으로 바뀌었을 뿐 현실 진단은 같다. 문제는 해법이다. 노무현 대통령 문제다.
'신당 창당시 노 대통령은 배제해야 한다'는 응답이 4명, '자연적으로 분리될 것'이란 응답이 3명, '인위적으로 배제하지는 않지만 노 대통령이 새판짜기에 관여해선 안된다'는 응답이 8명이었다. 또 '노 대통령과 끝까지 함께 가야 한다'가 3명, 입장 유보가 6명이었다.
이런 응답을 두고 <조선일보>는 노 대통령의 역할에 관해 부정적 응답이 주를 이뤘다고 해석했다. 하지만 달리 해석할 여지도 있다.
문제의 중심, 노무현 대통령
최다수를 차지한 응답, '인위적으로 배제하지는 않지만 관여해서는 안 된다'는 응답은 이중적이다. '밀어내지는 않겠다'는 의지와 '관여하지 말아 달라'는 바람이 동시에 담겨있다. 그래서 유동적이다. 이들의 바람과는 달리 노무현 대통령이 관여하는 상황이 연출되면 이들은 어떤 자세를 취할까? 또 입장 표명을 유보한 6명은? 분화의 경우 수는 많고, 유동적인 상황은 여전하다.
노무현 대통령이 관여를 하건 하지 않건 신당 창당에 성공한다고 해서 전통적 지지층이 복원되고 정권 재창출에 성공할지도 미지수다.
다른 여론조사 결과가 있다. 지난 6일 보도된 MBC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정계개편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67.3%가 공감했지만, 그 방법에 대해서는 입장이 확연히 갈렸다. '헤쳐모여'가 34.1%, 한나라당과 민주당 통합이 21.5%, 열린우리당과 민주당 통합이 13.7%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