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총리는 9일 청와대에서 정상회담을 열어 북 핵실험에 대한 대응 방안과 양국 간 관계 정상화 방안 등에 대해 논의했다.청와대 홈페이지
노무현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총리 간 9일 서울 정상회담은 북한 핵실험 파문으로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도 양국 정상간 관계복원이란 본래 목적을 이루기 위해 약속된 일정대로 차질 없이 진행됐다.
아베 총리는 이날 한명숙 총리와의 오찬회담을 시작으로 노 대통령과 정상회담, 기자회견, 만찬모임으로 이어진 일정을 통해 과거사에 대한 반성을 담은 자신의 역사인식을 밝히면서 미래지향적 한일관계 구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아베 총리는 정상회담 뒤 별도로 가진 기자회견에서 "정상회담에서 역사문제에 대해 언급했다"면서 "일본이 과거 아시아에 많은 손해를 주고 고통을 준 것에 대해 심각한 반성을 하고 있으며 이런 생각은 전후 60년을 산 사람들의 공통인식으로 앞으로도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아베 총리가 일제 식민지 지배와 침략전쟁을 반성한 1995년 '무라야마 총리 담화'와 일제 종군위안부의 존재 및 강제성 동원 사실을 인정하고 사과했던 1993년 고노 요헤이 관방장관의 담화를 계승하겠다는 입장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아베 총리는 이어 만찬모임 건배사에서는 "남북분단과 같은 어려운 현실에 직면하면서도 한강의 기적으로 불리는 세계에서도 유례없는 경제발전을 이룩하고 동시에 민주주의와 인권을 착실하게 증진시킨 한국의 현대사를 경이롭게 지켜봤다"고 치켜세우면서 "불행한 한때를 제외하고는 기나긴 우호와 교류의 역사를 가지는 이웃나라끼리 서로 손잡고 평화적이고 번영하는 아시아의 시대를 위해 공헌하는 것은 양국 국민의 희망이며 시대적 요청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한·일 정상회담 중단의 한 원인이었던 야스쿠니 신사참배 문제와 관련해서는 기존 입장대로 참배할지, 안 할지를 말하지 않는 '모호성'을 유지하면서도 "쌍방이 정치적 문제를 극복하고 건전한 관계를 위해 적절히 대응해 나갈 것이며 한국민의 감정을 무겁게 받아들인다"고 말해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와는 다르게 행동할 것임을 시사했다.
이에 아베 총리는 "과거 일본이 아시아 사람들에게 많은 손해와 고통을 줬고, 커다란 상처를 남겼다"며 "과거사에 대한 한국민의 감정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미래지향적 관계 구축을 위해 노력하겠고, 양국 간에 존재하는 정치적 곤란을 극복하고 건전한 관계를 위해 적절한 대처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노 대통령은 "아베 총리가 당연히 야스쿠니신사에 가지 않을 것으로 이해한다"면서 "만일 야스쿠니 참배가 다시 강행될 경우에는 지금 일부 회복의 실마리를 찾은 한일관계가 다시 교착상태에 빠지게 될 것"이라고 못박았다.
아베 총리는 역사교과서 문제에 대해서는 "제1기 한·일 역사공동위가 별다른 성과 없이 끝났고 2기 위원회가 출범을 못하고 있는데, 금년 안에 2기 공동위가 출범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양 정상은 상대국을 정례적으로 방문하는 '셔틀 외교' 복원의 합의에 이르지는 못했지만, 노 대통령이 적절한 시기에 일본을 방문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날 회담은 지금까지 관례와 달리 양 정상이 각자 기자회견을 갖고 결과를 발표했으며 공동발표문도 없었다. 노 대통령은 "오늘 회담은 전체적으로 어떤 문제의 합의를 이루고 결론을 내는 회담이라기보다 앞으로 한일관계 방향에 대해 포괄적으로 방향을 설정하고 해결될 문제를 제시하고, 이 문제가 어떻게 해결돼야 할지 대화의 물꼬를 터 가는 정상회담"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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