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가을날, 아이들이 찾아낸 가을들.국은정
내 삶의 멘토, 좋은 스승과 오래도록 사귀기
누가 그랬지? ‘좋은 스승은 만나기 어렵고, 좋은 스승과 가깝기는 더 어렵고, 좋은 스승과 만남을 오래도록 유지시키는 것은 더 어렵다’고. 나의 학창 시절에도 내게 참 좋은 스승 두 분이 계셨단다. 고3인데도 마음은 잡지 못하고 오로지 학교 밖으로 빠져나갈 궁리만 하는 나에게 ‘문학’이라는 꿈을 실현시켜 주신 분들!
한 분은 문학 선생님이셨지. 내가 유일하게 글쓰기에 대한 관심이 많다는 것을 알고, 자신의 담당이 아닌 자율 학습 시간에 찾아오셔서 교실을 한 바퀴 천천히 둘러보시다가 무심코 내 책상 위에 시집 한 권을 내려놓고 조용히 교실을 빠져나가시는 거야.
학교에서 성적 때문에 점점 더 밀려나기만 하는 불량품 같았던 나를 진정 ‘사람’으로 대해주셨던 고마운 분이란다. 그분의 모습을 보기만 해도 가슴이 따뜻하고 벅차오르지. 내가 그렇게 방황을 하면서도 끝까지 학교라는 울타리를 벗어나지 않도록 사랑과 관심으로 붙들어주셨던 분이니까.
다른 한 분은 국어 선생님이었는데 이분 역시 내가 문학을 좋아한다는 것을 알고, 내가 쓴 글들을 꼼꼼히 읽어주시면서 짧은 한 마디씩 코멘트를 달아주셨어. 가끔 내 얼굴이 못 견디게 우울해 보이면 “너, 00에서 열리는 백일장에 가서 바람이나 쐬고 오거라” 하면서 나의 학교 탈출을 앞장서서 격려해주셨던 조금은 엉뚱(?)하지만 자상한 분이였단다.
사실은 성적으로는 전혀 꿈도 꾸지 못할 나에게 대학에 갈 수 있는 기회를 열어주신 고마운 분들이지. 결국 나는 성적이 아니라 각종 대회에서 수상한 상장을 들고 대학의 문턱을 무사히 넘을 수 있었고, 지금까지 내가 문학의 길을 갈 수 있도록 도와주신 너무도 고마운 분들이란다. 내게 만약 이분들이 없었다면 나는 지금 어디에 있을까? 여전히 내가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몰라 여전히 아이처럼 방황하고 있지나 않을까?
그래. 좋은 스승을 만나는 것은 정말 쉽지 않은 일이란다. 미치 앨봄이 지은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이라는 책을 읽을 때마다 나는 내게 살아가는 이유를 깨닫게 해주신 그분들 생각에 가슴 저 밑바닥부터 뜨거워지는 것을 느끼지. 지금 너희들에겐 그런 스승이 있니? 주위를 한번 둘러 보거라. 가까이에서 찾을 수 없다면 내가 마음껏 존경하고 오래도록 사귀어도 나쁘지 않을 선생님 한 분을 추천해주마.
그 선생님은 바로 아까 말한 책에서 나오는 ‘모리’라는 분이야. 그는 지구 반대쪽에서 고통당하는 사람들을 생각하면서도 울 줄 아는, 돈과 명예보다 ‘문화’의 힘과, 사랑을 나누는 법이 훨씬 더 소중하다는 것을 몸소 실천해 주는 분이지. 책 속에 등장하는 인물이니까 세상엔 없는 그런 사람이 절대 아니란다. 이 이야기는 지은이의 실화 속 선생님을 모델로 해서 그려낸 것이니까.
“내가 그 말들을 어떻게 해석하는지 아니? 이 사람들은 사랑에 너무 굶주려서 그 대용품을받아들이고 있구나. 저들은 물질을 껴안으면서 일종의 포옹 같은 것을 기대하고 있구나. 하지만 그런 식으로 해서 될 리가 있나. 물질은 사랑이나 용서, 다정함, 동료애 같은 것을 대신할 수 없는데….” - 본문 중에서.
어때? 이런 스승이라면 한번 사귀어보고 싶지 않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