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에 연재될 장수진의 신작 <유통기한>(가제)장수진
'온전한' 만화를 선보이는 것은 그의 오랜 바람이었다. 또래 누구나 그렇듯 스무 살에 점수 맞춰 들어간 만화학과(세종대)는 스스로는 발치도 못 따라갈 존경하는 스승들과 실력있는 부러운 친구들이 넘치는 곳이었다. 그들과 같은 멋진 만화가가 되는 것이야말로 그의 진짜 꿈이 됐다.
데뷔 후 만 3년이 지나는 동안 그에게도 많은 일이 있었다. 십여 편의 단편을 작업했고, 근 1년간은 바이올리니스트인 한 개인을 위한 만화를 그리기도 했다. 화려한 데뷔 탓인지 삽화, 일러스트, 만화교사, 학습만화에 이르기까지 솔깃한 제안도 많았지만 그래도 만화를 포기할 만큼은 아니었다. 아직은 만화가로서의 자신을 다듬는 일에만 빠져 있고픈 욕심 때문이다.
"만화가가 된 뒤로 월 수입은 100만 원을 넘은 적이 없어요. 만화를 그리는 일은 가족, 친구 등 주변 사람들에 민폐를 끼치는 일이지만 그래도 욕심을 포기할 수가 없네요."
데뷔와 함께 그는 자신의 주무기였던 글을 버리기 시작했다. 단편들을 통해 차츰 글을 줄여가고 연출력을 기르며 온전한 형태의 만화를 만들어내려 애썼다. 단행본보다도 정기적으로 독자를 찾아가는 '연재'에 목이 마른 터였다. <유통기한>은 그 시작이다. 장수진이 건네는 온전한 형태의 이야기의 첫 시작. 주특기인 세련되고 감각적인 글은 그대로이지만 그림은 한결 스타일이 살아난 정돈된 느낌이다. 그리고 그 안에 세상의 다양한 사랑을 담는다.
"아주 어릴 땐 제가 세상을 구원할 수 있을 거란 건방진 생각을 하기도 했어요.(웃음) 전 아직도 사랑을 믿지 않고, 아직 아무런 결론은 못 냈지만 제 '구원'은 아마도 사랑이 될 것 같아요."
미치도록 좋아하는 신경숙과 은희경의 정조를 닮은 듯 여성스럽고 아릿한 슬픔을 잘 묘사해내는 그는 부당한 일에 쉽게 분노하고, 먼저 감동해버리고, 금세 눈물을 흘리는 사람이다. 그리고 사실은 <츄리닝>이나 <괴짜가족> 같은 '웃긴 만화'와 그 작가들을 동경하는 만화가다.
"제 뜻은 아니었지만 이제까지 저에겐 거품이 따라다녔던 것 같아요. 이제 그 거품을 빼고 좀더 차분해져야겠다는 생각을 해요. 만화를 대할 때면 늘 바짝 긴장이 되곤 했는데 그게 제 작품을 심각하게 했던 이유가 됐던 것도 같고요. 시간이 좀더 흐른 후에, 좀더 자신감이 붙고 여유가 생긴 후엔 유머러스한 작품을 그릴 수도 있지 않을까요?"
덧붙이는 글 |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 CT News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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