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뱃살은 세린이와 태민이, 두 아이를 낳은 아름다운 흔적이거늘 제가 가벼이 생각해 아내를 서운하게 했습니다. 혹여 다른 남편분들께서는 저처럼 그리하지 마세요.장희용
한 달 전부터 아내가 운동을 시작했습니다. 제가 출근하고 난 다음 둘째 녀석을 유모차에 태우고 산에 가는 것입니다. 처음에는 그냥 집에 있으려니 심심해서 그런가 했습니다.
그런데 어젯밤에 갑자기 아내가 좋아라 하면서 제게 달려왔습니다. 생뚱맞게 잠 잘 시간 다 됐는데 결혼 예물로 사준 정장을 입고서 말입니다.
"봐봐! 나 이 옷 맞는다!"
아내는 뭐가 그리도 좋은지 입이 귀에 걸릴 정도로 웃으면서 옷 입은 채로 요리조리 자기 몸을 살핍니다. 제가 "뭐가 그렇게 좋아?" 했더니 아내는 허벅지 살도 빠지고 허리둘레가 줄었다면서 무척이나 흐뭇해하더군요.
혼자 뭐가 그리 신났는지, 옷장 안에 있는 옷을 꺼내 입으면서 연신 웃음꽃입니다. 한참을 그렇게 혼자 좋아라하더니 제 옆에 누워서는 조금만 더 운동하면 되겠다면서 연신 싱글벙글 입니다.
어이구, 그런데 요놈의 입이 방정이라, 누워 있는 아내의 뱃살을 쭈욱 잡아당기고는 "어이구, 빠진 거 좋아하네. 뱃살은 그대로 있구만 뭐" 했습니다.
그 날 밤에 저 죽는 줄 알았습니다. 아내가 갑자기 획 하고 일어나더니, "됐어. 말한 내가 잘못이지. 그래 나 뱃살 많아. 하도 많아서 늘어졌다 늘어졌어" 하면서 안방으로 들어가 버리는 겁니다.
순간 좀 당황했습니다. 저는 그냥 장난으로 한 말인데, 아내가 그렇게까지 민감하게 반응할 줄 몰랐거든요. 무서워서 들어가지는 못하고 안방 문을 살짝 연 채 "화났대?"하고 물으니 "나가"하면서 금속성 목소리를 내더군요.
'어휴 그냥 농담으로 한 말인데….'
저는 아내가 저리도 화를 내니 미안한 마음에 들어가지도 못한 채 고개를 내밀어 빼꼼히 쳐다보면서 미안하다는 말을 계속했습니다. 아내는 들은 척도 안하더군요.
할 수 없이 아내가 잠들 때까지 거실에서 책 좀 읽다가 들어갔습니다. 아침에 제가 아내한테 미안하다고, 그냥 농담으로 해 본 말이라고 계속 해명을 했지만 아내는 들은 척도 안했습니다.
제가 계속해서 미안하다고 하니, 아내가 그러더군요.
"나도 예전에는 날씬했어. 이렇게 뱃살도 없었고. 이 뱃살이 왜 생긴지 알아? 다 애기 낳고 난 후 생긴 뱃살이야. 기분 좋게 말해 주지는 못할망정 어떻게 그렇게 말할 수 있어?"
에구, 생각해보니 제가 큰 실수를 한 것 같습니다. 아내가 서운하거나 화를 낼만도 합니다. 아내도 여자인 것을, 예전에 입던 옷을 뱃살 때문에 못 입었을 아내의 쓸쓸함을 미처 생각지 못했습니다.
저 지금 많이 반성하고 있습니다. 아내의 뱃살, 그건 결코 가벼이 농담 소재로 삼을 것이 못 되는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뱃살이라는 것을 미처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생각해보니 아내의 뱃살만큼 아름다운 흔적은 없지 않나 생각합니다.
저요, 이제부터 아내의 뱃살을 사랑하렵니다. 아내가 지금보다 더 많이 뱃살이 나오더라도 어제처럼 흉보는 일은 절대 없을 겁니다. 무심코 던진 한 마디가 아내에게 큰 마음의 상처를 준 것 같아 미안함 마음뿐입니다.
"여보, 미안해. 앞으로는 당신 뱃살 흉보지 않을게. 세린이와 태민이, 우리 귀여운 녀석들이 이 세상에 태어난 건 다 당신의 그 아름다운 뱃살이 있었기 때문인데, 내가 잠깐 그 생각을 못했어. 미안해. 그리고 사랑해!"
덧붙이는 글 | 시골아이, 다음에도 송고합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아름다운 세상을 꿈꾸는 사람입니다. 아름다운 세상, 누군가 그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지 않으면 결코 오지 않을 세상입니다. 오마이 뉴스를 통해 아주 작고도 작은 힘이지만 아름다운 세상을 위해 땀을 흘리고 싶습니다.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