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 관광 정부 보조금 중단하나

정부 당국자 "검토중... 라이스 방한 뒤 결정할 것"

등록 2006.10.19 11:18수정 2006.10.19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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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금강산 관광객들.
지난 17일 금강산 관광객들.오마이뉴스 장윤선
미국이 금강산 관광 대금이 대량살상무기 자금으로 사용된다며 관광 중단을 요구하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금강산 관광 보조금 중단을 검토하고 있다.

통일부 관계자는 19일 "금강산 관광 보조금 중단은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현재 검토중인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그는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이 방한(19일) 뒤 최종적으로 결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금강산 관광은 민간사업으로 정부가 관여된 것은 보조금 부분"이라며 "그러나 보조금 액수는 별로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2004년과 2005년 겨울 방학 때 중·고교생 및 통일교육 담당 교사들의 통일 교육 함양 및 현장체험 지원 명목으로 각각 29억7000만원과 49억7000만원을 보조했다. 지난 2002년에는 이산가족·국가유공자·장애인·초중고대학생 등에게 215억원의 관광경비를 보조했다.

현재 현대아산이 금강산 관광 대가로 북한에 주는 돈은 월 100만달러 정도로 알려져있다. 정부 보조금 액수 자체가 크지 않기 때문에 현실적 타격은 별로 크지 않다.

미국은 물론 한나라당 에서도 금강산 관광 대가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자 현물 지급 방식도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실제 지난 1999년에도 쌀과 비료 등의 현물지급 방식이 거론된 적이 있다. 그러나 북한이 현물 지급을 받아들일 가능성은 별로 없다.

한국 정부 압박 들어간 미국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오마이뉴스 강성관
이에앞서 18일 송민순 청와대 안보실장은 현대경제연구원 주최 21세기 동북아 미래포럼에 참석해 금강산 관광 및 개성공단 사업 방식과 관련해 "운용방식이 유엔 안보리 결의나 국제사회 요구와 조화되고 부합하도록 필요한 부분을 조정하는 걸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금강산 관광 보조금 지급 중단을 검토중인 것은 이른바 민·관 분리론에 의한 대응으로 보인다. 금강산 관광 자체는 민간 기업들의 사업인 만큼 정부가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없지만, 정부가 관여되는 부분만 조정하겠다는 뜻이다.


현재 미국은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을 분리해 한국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미국의 6자회담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가 17일 사견임을 전제로 "개성공단은 인적자본을 대상으로 한 장기투자를 위해 고안된 것 같고, 다른 하나(금강산관광)는 그보다는 북한 정부 관계자들에게 돈을 주기 위해 만들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파문이 일자 힐 차관보는 18일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사업은 한국 정부가 결정할 문제며, 미국은 이를 존중할 것"이라고 한 발 뒤로 뺐다. 그러나 17일 발언은 미국의 의중이 그대로 드러난 것으로 해석된다.

표면적으로 개성공단은 자본주의 학습장으로 장기적으로 북한 체제 변화에 도움이 되지만 금강산 관광은 돈만 줄 뿐 그외 다른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의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에 대한 분리대응은 전술적인 차원의 접근일 가능성이 높다.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은 햇볕정책의 상징이다. 둘을 한꺼번에 중단을 요구할 경우 한국 안의 반대가 더 강력해질 것이다.

개성공단과 금강산 분리?

개성공단 신원 공장에서 북한 여성근로자들이 작업을 하고 있다.
개성공단 신원 공장에서 북한 여성근로자들이 작업을 하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더구나 개성공단의 경우 이제 중국도 임금이 올라 어려움에 처한 한국 안 중소기업들의 활로로 생각된다. 개성공단 중단까지 한꺼번에 요구할 경우 남한의 일반 국민들은 물론 중소기업 기업가들까지 반발할 가능성이 높고 이는 미국에게 부담이 될 것이다.

금강산 관광만 중단된다고 해도 일단 햇볕정책에 주는 타격은 크다. 또 북한 당국은 남한 정부의 경협의지를 강하게 의심하면서 크게 반발할 것이다. 미국 입장에서는 그러잖아도 심각한 상태인 남한과 북한 당국의 틈을 더욱 크게 벌릴 수 있다.

금강산 관광이 중단되면 북한 당국이 역습으로 개성공단의 문을 먼저 닫아버릴 가능성도 있다. 개성공단에서 북한이 얻는 수입은 노동자 임금으로 월 50~60만 달러에 불과하다. 북한이 받는 경제적 피해는 적은데 비해 남한 정부는 정치적으로 엄청난 타격을 입는다.

군사적 요충지인 개성을 열어줬는데 실제 얻는 경제적 이익은 형편없다고 북한 군부가 개성공단에 강한 불만을 가지고 있다는 관측이 여러 번 나왔던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이 다르다는 힐 차관보의 말을 믿기 힘든 이유는 또 있다.

미국은 이전에는 되레 개성공단을 집중적으로 문제삼았다. 개성공단의 경우 현재 북한이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이 입주한 남한기업으로부터 노동자 1인당 월 평균 66.3달러를 받아 북 노동자들에게 나눠준다.

미국은 이런 간접시스템 때문에 개성공단이 북한 주민들의 삶의 질 향상에는 도움이 되지않고 임금이 대량살상무기 개발이 전용된다고 의심해왔다. 또 개성공단 노동자들의 근로환경이 열악하고 노조도 결성할 수 없다며 인권 차원에서 문제가 많다고 주장해왔다.

미국의 제이 레프코위츠 북한인권특사는 "개성 공단은 북한 정권의 명맥을 유지하는 수단"이라고 여러번 비판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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