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에서 배운 율동을 동생에게 가르쳐 주고 있다. 이렇게 신나게 놀다가도 언제 그랬냐는 듯 자기 맘에 조금 안 들면 누나를 때린다.장희용
언젠가는 몸도 아닌 누나 얼굴을 때리는지라 그대로 놔서는 안 되겠다 싶어 '맴매'를 한 적도 있습니다. 매는 절대 안 된다고요? 맞습니다. 그런데 그 때에는 단호한 경고를 보내지 않으면 안 되겠다 싶어 매를 든 것이었는데, 지금 와서 생각하면 잘못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왜냐하면 결과적으로 나아진 게 없었거든요. 여전히 툭하면 손이 누나를 향합니다. 거기에다 이 녀석이 안쓰럽게도 이따금씩 "아빠가 나 엉덩이 때렸어" 하면서 슬픈 표정을 짓는다는 겁니다. 그럴 때마다 어찌나 미안한 마음이 드는지, 녀석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미안하다고 몇 번이나 사과했습니다.
끙~ 그런데 문제는 녀석의 행동을 바로잡을 뾰족한 수가 없었다는 겁니다. 큰 소리 안 내고, 체벌도 안 하기로 했으니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하는 데, 그 방법이라는 게 도통 생각이 나지를 않는 겁니다.
할 수 없이 녀석 대신 누나인 세린이를 이해시키려고 노력했습니다. 동생이 아직 어려서 그런 거라며, 이해하라고 했습니다. 세린이에게 한 말처럼 조금 더 크면 안 그러겠지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나 자신이 그렇게 이해하려고 해도 매일 반복되는 녀석의 행동을 보면서는 자꾸만 걱정이 앞섰습니다. 저러다 친구들이나 유치원에 갔을 때 자기 마음에 안 든다고 친구를 때리면 어떡하나 하는 걱정이었습니다.
계속 녀석의 그런 행동이 나타날 때마다 주의를 줬지만 속수무책. 어찌하나 고민하던 어느 날 저녁 내 귓가에 번쩍이는 말이 들렸으니, 바로 '놀아줘 대마왕' 세린이 녀석의 한 마디였습니다.
"아빠! 성탄절이 언제야? 멀었어? 우리 성탄절에 뭐하고 놀 거야?"
아! 역시 놀아줘 대마왕입니다. 아직 한참이나 남아 있는 성탄절에 뭐하고 놀까를 벌써 고민하니. 아무튼 녀석의 성탄절 말에 제 뇌리를 번개 같이 스치는 것이 있었으니, 바로 산타 할아버지였습니다.
산타 클로스가 있었지!
'오호! 그게 있었군.'
저는 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둘째 녀석을 불렀습니다.
"태민아! 너 조금 있으면 성탄절이다. 산타 할아버지가 선물 주는 성탄절. 산타 할아버지 알지?"
녀석은 알면서 안다고 하는 것인지, 아무튼 안다고 고개를 끄덕이더군요. 일단 안다고 하니 녀석을 제 앞에 앉히고는 성탄절과 산타 할아버지에 대해 열변을 토했습니다.
제가 무척이나 재미있게 얘기했는지, 녀석이 눈을 똘망똘망 뜬 채 저를 바라보며 제 말을 듣는 데 웃겨 죽는 줄 알았습니다.
결국 말의 핵심은, 산타 할아버지는 착한 아이에게 선물을 준다는 것, 산타 할아버지는 하늘에서 태민이를 지켜보고 있다는 것, 그런데 태민이가 누나를 때리는 행동은 착한 행동이 아니라 나쁜 행동이라는 것, 그래서 지금처럼 계속 누나를 때리면 산타 할아버지가 선물을 안 주신다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엄포 비슷하게 말했더니, 녀석 갑자기 심통해진 표정입니다.
'오호!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