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호표를 가지고 기다리는 모습이 은행과 닮았다이봉렬
그들에게 한국 정부 및 공무원은 어떤 존재일까요? 이주노동자들의 사정을 들어주고, 편의를 제공하고, 제도를 개선하기보다는 백주대낮에 토끼사냥 하듯 이주노동자들을 잡아 가둔 후 한국 땅에서 쫓아내는 모습이 더 익숙하지 않나요?
제가 그 이주노동자의 입장이 되어 싱가폴 공무원 앞에 서게 된 것입니다. 그러니 제가 얼마나 긴장을 했겠어요? 비자 발급하는 과정에서 혹시 트집 잡히지나 않을까 싶어 옷도 제일 좋은 걸로 차려 입고 구두로 제대로 닦고 갔습니다. 그런데 생각과는 딴판이었습니다.
MOM에 들어서면 정부기관이라기보다는 은행에 온 것 같은 느낌을 받습니다. 제일 먼저 해야 하는 일이 번호표를 뽑는 것이거든요. 번호표를 뽑아 들고 자리에 앉아 기다리다가 전광판에 자기 번호가 뜨면 담당 공무원과 책상 하나를 사이에 두고 나란히 앉습니다.
서류는 이미 팩스로 제출했기 때문에 여권을 통해 본인 확인만 한 뒤 그린카드(비자를 신청한 이들에게 주어지는 일종의 신분증) 발급을 위한 절차를 알려줍니다. 그린카드 발급 역시 번호표를 뽑은 후 자기 순서를 기다렸다가 수수료를 지불하면 바로 발급됩니다. 더 필요한 게 없는지 되돌아 봐야 할 정도로 간단하게 일이 마무리됩니다. 긴장을 많이 한 탓인지 약간 허탈하더군요.
나오다가 MOM 건물에서 독특한 걸 하나 발견했습니다. ‘KINDERLAND’라는 이름이 붙어 있었는데 아이들을 맡기는 곳이었습니다. 호기심에 들어가서 용도를 물었더니 MOM에 용무가 있어 온 사람이라면 누구나 아이를 맡길 수 있다고 했습니다. 비자발급 과정은 단순해도 기다리는 시간이 길 수도 있기 때문에 아이들을 맡아 주는 것입니다.
싱가폴 MOM의 성격이 이주노동자를 단속하거나 조사하는 곳이라기보다는 이주노동자의 편의를 위해 행정서비스 하는 곳이라는 걸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회사에서 이주노동자에게 부당한 대우를 했을 때도 MOM에 신고를 하면 사업주가 곤욕을 치를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나중에 들었습니다.
이주노동자들이 한국사람과 똑같은 대접 받게 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