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 생전에는 수술 안 하렵니다"

목 디스크 때문에 고통스럽지만, 환자복 입은 모습만은...

등록 2006.10.21 15:21수정 2006.10.22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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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지 않을 때는 아이들 목마도 태워주고 함께 노는 시간도 길었는데, 요즘은 예전처럼만큼은 놀아주지 못합니다. 녀석들한테도 미안한 일이죠. 특히나 아내한테 많이 미안합니다. 제가 아픈탓에 아내가 해야 할 일이 많아졌거든요. 그래도 짜증 안내고 저를 이해해주는 아내가 고맙습니다.
아프지 않을 때는 아이들 목마도 태워주고 함께 노는 시간도 길었는데, 요즘은 예전처럼만큼은 놀아주지 못합니다. 녀석들한테도 미안한 일이죠. 특히나 아내한테 많이 미안합니다. 제가 아픈탓에 아내가 해야 할 일이 많아졌거든요. 그래도 짜증 안내고 저를 이해해주는 아내가 고맙습니다.장희용
"애비냐? 너 또 아프냐?"
"아니요, 괜찮아요."
"아버지 걱정할까봐 그러는 가본데, 아프면 아프다고 말해."
"아니라니까요. 정말 안 아파요."


아침에 아버지께 전화가 왔습니다. 26일 날 큰아버님 제사가 있는데, 원래 형님 대신 제가 가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그 날 제가 일이 있어 못 갈 것 같아 형님에게 대신 갔으면 했는데, 어젯밤에 형님이 시골에 전화하셨나 봅니다.

아버지는 형님 전화 받고 밤에 잠도 못 주무시고 걱정을 했다 했습니다. 아버지께서는 '희용이가 또 많이 아픈가 보구나. 그렇지 않고서야 한번도 빠지지 않은 제사를 못 온다고 할 리는 없을 텐데' 하시며 제가 일이 있다는 것은 아버지 걱정할까봐 둘러대는 말이고, 아픈 것이라 당신 스스로 결론 내린 것 같습니다.

아버지는 "안 아프면 됐다. 항상 몸조심하거라" 하시면서 전화를 끊으셨지만 안 아프다고 하는 제 말을 믿는 눈치는 아니셨습니다. 저를 볼 때까지는 내내 걱정을 하실 아버지와 어머니가 생각나 마음이 편치를 않았습니다.

다시 전화를 해서, 좀 늦어도 제사에 제가 간다고 했습니다. 제 얼굴을 보아야 아버지 어머니 마음이 편할 것 같아서였습니다. 아버지는 그때서야 조금 안심하는 듯 했습니다. 정말 안 아프다면서, 걱정하지 말라 하면서 전화를 끊었습니다.

목 디스크로 3년 동안 고통을 받다


목 디스크로 고생한지 3년이 다 돼갑니다. 그동안 수도 없이 병원을 다니고, 한의원에서 침도 맞고 물리치료도 해 봤지만 잘 치료가 되지 않더군요. 한 번 아프면 밤에 잠도 자지 못할 정도로 통증이 심해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주기적으로 나타나는 통증, 정말 참기 힘든 고통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동안 아프면서도 차마 부모님에게는 아프다 말할 수 없었습니다. 걱정하실 것이 뻔한 데 말씀을 드릴 수 없었죠. 그러다 올해 1월에 부모님은 제가 아프다는 것을 아셨습니다.


병이 호전될 기미를 보이지 않으니 혹시나 하는 마음에 큰 병원으로 가 보려고 형님한테 아프다는 사실을 말하면서 병원 좀 알아봐 달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아버지 어머니께는 "말씀드리지 말라"고 했는데 형님이 부모님께 말을 한 것입니다.

형님은 동생이 아프니 농사일 거들게 있으면 동생에게 전화하지 말고 자기한테 하라며 제가 아픈 사실을 부모님께 말한 것입니다.

그 때 아버지 어머니에게 많이 마음 아파하셨습니다. 제가 아픈 줄도 모르고 모 심고, 농약 주고, 고추 따고, 추수 등의 일을 시키셨던 것을 생각하셨던 게지요.

그 이후 시골 힘든 일은 대부분 형님이 하시고, 미안한 저는 제사 등 힘이 들지 않는 집안 일을 하기로 했습니다. 사업을 하시는 형님도 매 번 시간을 내어 시골을 찾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으니까요.

차마 수술은 못 받겠습니다

정말이지 통증이 심할 때는 당장 내일이라도 수술받고 싶은 마음이 듭니다. 하지만 수술실 들어가고, 환자복 입고 있는 자식을 바라 볼 부모님 생각에 차마 수술만큼은 하지 못하겠습니다. 정 해야된다고해도 부모님 생전에는 하지 않을 겁니다.
정말이지 통증이 심할 때는 당장 내일이라도 수술받고 싶은 마음이 듭니다. 하지만 수술실 들어가고, 환자복 입고 있는 자식을 바라 볼 부모님 생각에 차마 수술만큼은 하지 못하겠습니다. 정 해야된다고해도 부모님 생전에는 하지 않을 겁니다.장희용
지금도 계속 약을 먹고 있습니다. 큰 병원에 가서 조제한 약인데, 통증이 있을 때 먹으면 다소 통증이 진정되는 탓에, 의사는 많이 아플 때만 먹으라고 하지만 수시로 약을 먹습니다. 그리고 꾸준히 운동을 해 준 탓인지 다행이 3개월 단위로 찾아오던 통증이 5개월이 됐는데도 크게 아프지를 않습니다.

여전히 왼쪽 팔과 어깨, 등에 찌릿한 통증이 계속 있지만 예전에 심할 때에 비하면 견딜만 합니다. 그래도 언젠 또 다시 아플지 모르고, 병 자체가 완치되기가 무척이나 어렵다는 것을 알기에 어떤 날은 수술을 할까 하는 생각도 해봤습니다.

여러 병원에 다니면서 정말 견디기 힘들 정도의 통증이 지속되지 않는 한 수술보다는 물리치료나 운동 등으로 근육 등을 강화해 통증을 줄이는 것이 현명하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지만 역시 대부분 말끝에는 언젠가는 수술을 해야 할 것이라는 말을 하더군요. 다행히 현 상태가 유지되면 그나마 다행이겠지만, 점점 증세가 심해질 확률이 높다는 것이었습니다.

통증이 덜 할 때는 의사의 말처럼 굳이 수술을 하지 않고 운동과 물리치료로 병을 다스려 볼까 하는 생각이 큽니다. 하지만 심한 통증이 찾아오면 당장이라도 수술을 받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습니다. 견디기 너무 힘드니까.

하지만 아무리 아파도 늘 제 머리에서 떠나지 않는 것은 부모님이었습니다. 수술을 하지 않겠다 생각하는 것도 부모님 때문입니다.

아픈 자식 걱정에 항상 마음 한 구석이 아픈 부모님인데, 제가 수술을 하고 환자복 입고 병원에 누워 있는 모습을 보실 부모님 마음이 얼마나 아프실까 생각을 하면 차마 수술이라는 것을 하지 못하겠습니다.

제 아버지 수술실 들어갈 때, 수술하는 동안 밖에서 초조하게 기다릴 때, 막 수술 마치고 나오는 아버지 보면서 하염없이 흐르는 눈물, 아버지 옆에 앉아 환자복 입으신 아버지를 뵐 때, 그리도 마음이 아팠던 접니다. 아직도 그 모습 생각하면 아픈 마음 거둘 길이 없습니다.

자식이 부모를 볼 때 그리하건만, 부모가 자식의 그런 모습을 볼 때 부모님 심정이 어떻겠습니까? 아플 때는 정말이지 수술하고 싶은 마음 간절하지만 살아실 제 효를 행하지는 못할 지언 정 부모님 마음에 뺄 수 없는 못을 박고 싶지는 않다 여겨 차마 수술을 하지는 못하겠습니다.

이번에 약이 떨어져서 큰 누나한테 다시 약 사서 보내 달라 했습니다. 조만간 다시 병원을 찾아 MRI를 찍어야 합니다. 수술을 하지 않을 거면 주기적으로 검사를 해서 증세를 지켜보는 것이 좋다는 의사의 권고에 따른 것입니다.

좋은 결과가 있었으면 합니다. 지난 번 통증이 찾아온 후 5개월 동안 큰 통증이 없었으니 그동안 꾸준히 운동을 한 것이 효과가 있었나 봅니다. 다행이라 여기며, 저 때문에 고생하는 아내와 예전보다 많이 놀아주지 못하는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무엇보다도 이 자식 때문에 늘 마음 아프신 부모님 생각해서라도 열심히 운동할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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