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모든 것의 척도'

구티에레즈의 <해빙신학>

등록 2006.10.26 10:47수정 2006.10.26 10:48
0
원고료로 응원
서울대학교가 지난달 12일 개교 60주년을 맞아 역사적 의미가 있는 '판금 도서' 20권을 선정, 발표하였다. 거기에는 <전환시대의 논리>, <빨치산의 딸>, <순이삼촌> 등이 포함돼 있으며, 특히 우리의 눈길을 끄는 것은 구스타보 구티에레즈 신부의 <해방신학>이 있다.

'해방신학'이 라틴아메리카의 상황신학이라면 '민중신학'은 한국적 상황신학인 시절이 있었다. 특히 지난해 한국에서 빈곤 및 사업실패로 인한 자살자 수가 1천명이 훨씬 윗돌아 얼마나 불황이 심화하고 있는지 일깨우는 마당에 '이들에게는 이웃도 없었는가'라는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었다.

여기에서 <해방신학>서 지적하고 있는 예수는 바로 해방자이며, 여기에는 정치적 해방, 인간의 해방, 죄의 해방이 존재하며, 죄란 이기욕이요, 이웃 사랑을 거부하는 것이라는 대목을 다시 생각하게 하였다.

해방신학은 교회가 억압받는 자들을 위해 사회운동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는 교리이다. 구티에레즈가 신학체계를 세웠고, 쿠바혁명에 참가한 사르데니아스 신부, 콜롬비아의 산속에서 게릴라전사로 숨진 토레스 신부가 대표적 인물들이다.

특히 브라질의 카마라 대주교, 80년에 암살된 엘살바도르의 로메로 대주교도 이에 적극 동조하였다. 한국의 민중신학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쳤으며, 80년대 후반에 이르러서는 실천적인 측면이 강화되어, 우리 제주도에도 이의 영향을 받은 민중교회가 설립되어 관심을 끌기도 하였다.

구티에레즈는 "하나님이 인간이 되셨으므로 인간이 모든 것의 척도다"라고 주장하였다. 그는 또 인간은 실천을 통하여 자신을 초월하게 된다고 하였다. 그러므로 인간은 자신의 운명의 주인이요, 사회에 참여할 권한이 있으며, 비인격적인 구조를 거부하고 버릴 권한이 있다고 하였다.

어떤 초자연적인 것에만 관심을 둠으로 인간의 사회·경제적 상황을 도외시하는 것을 죄악시하였으며, 인간의 상황이 바로 하느님의 상황이라고 주장하기도 하였다.

1928년 페루의 리마에서 태어나 1959년 사제서품을 받은 구티에레즈. 1972년 스페인어로 <해방신학> 초판을 출판하였으며, 불의한 사회 현실 속에서 이뤄진 교회 안팎 일련의 민족 해방과 사회개혁 실천운동이 형성되었다.

한 마디로 해방실천이 먼저 일어나고 해방신학이 태어났다. 해방신학은 불의를 없애고 새로운 사회를 건설하고자 투신하는 신앙의 체험과 그 의의를 신학적으로 고찰하는 연구이다. 현재 79세의 노구에도 구티에레즈는 왕성한 집필 활동과 사목활동을 계속하고 있으며, 페루 가톨릭대학교의 신학 교수이자 가톨릭 학생전국연합회의 지도신부로 활동하고 있다.

하느님은 인간 역사에서 억압받는 자를 위해 일하신다. 구티에레즈는 "나는 스스로 있는 자(I am who I am)"라는 하느님의 칭호는 사실 "I will be who I will be"이라고 말한다. 이는 하느님은 자신의 행동하심에서 그가 누구신지 밝혀진다는 뜻이다. 하느님은 바로 인류와 함께 그리고 인류 안에 발견된다.

지금 이 시대에 해방신학자들은 우리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있는지, 모두 관심을 두고 볼 일이다. 그리고 우리 주위의 가난한 자들에게 눈을 돌리고, 인간이 모든 것이 척도라는 사실에 고개를 끄덕여야 할 일이다.

덧붙이는 글 | 제주타임스에도 보냈습니다.

덧붙이는 글 제주타임스에도 보냈습니다.

해방신학 - 역사와 정치와 구원

구스타보 구티에레즈 지음, 성염 옮김,
분도출판사, 1977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김관후 기자는 소설과 시를 쓰고 있다. 제주도 전역에 산재한 제주인들이 살아가는 이야기를 기사로 엮어낼 것이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군산 갯벌에서 '국외 반출 금지' 식물 발견... 탄성이 나왔다
  2. 2 20년만에 포옹한 부하 해병 "박정훈 대령, 부당한 지시 없던 상관"
  3. 3 광주 찾는 합천 사람들 "전두환 공원, 국민이 거부권 행사해달라"
  4. 4 남자의 3분의1이 이 바이러스에 감염돼 있다고?
  5. 5 [이충재 칼럼] 윤 대통령, 두려움에 떨고 있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