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아장애인 한 분이 진료를 받고 있습니다. 이 분들은 의사소통이 되지 않으니 아파도 병원에 올 엄두가 나질 않는다고 합니다. 이 날 찾은 병원은 전북 군산에 있는 나운한방병원인데요, 사진 속 원장님은 그동안 시각장애인, 청각장애인 등 장애인분들에게 무료로 진료를 해 주었답니다.장희용
상황이 이렇다 보니, 농아인들은 혼자서 병원에 갈 엄두를 내지 못하는 건 물론 단체로 진료를 받으러 다니는 것도 쉽지 않다고 합니다.
단체로 가면 수화로 통역을 돕는 자원봉사자분들에 비해 농아환자분들이 많기 때문에 일일이 증상을 설명하고 의사의 처방을 설명하는 등의 일들이 수월하지 않습니다.
나누어 가면 되지 않겠느냐는 의견을 가진 분들도 계시겠지만, 솔직히 단체 진료를 의뢰해도 기피하는 병원이 많아 몇 번에 걸쳐 나누어 진료를 받는 것은 더 어렵다고 하네요.
제가 간 날도 모 한방병원으로 단체 진료를 갔는데, 환자와 의사 사이에서 음성언어를 수화언어로 수화언어를 음성언어로 부지런히 번역해서 전해주는데, 정말이지 정신이 없어 보였습니다. 저도 뭔가를 돕고 싶었지만, 제가 수화를 하지 못하니 그 분들을 도울 길은 전혀 없었습니다.
어떤 농아인분은 자신의 증상이 제대로 설명되지 않고, 또 궁금한 사실이 많은지 자원봉사자 분을 계속 붙잡고 수화를 하려 합니다. 솔직히 비장애인들도 병원에 가서 자신의 증상을 설명하기가 어려울 때가 있는 데, 또 의사가 하는 말이 궁금해 물어볼 것이 많은 데, 속 시원히 자기가 자기 증상을 말하지 못하니 오죽이나 답답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새삼 장애인 분들이 이 땅에서 살아가기가 참으로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진료가 다 끝나고 돌아오는 동안 차 안에서 못다 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김 통역사분은 우리나라 장애인 복지가 법으로만 존재한다고 말했습니다.
정말로 장애인분들을 위한 복지정책을 펴려면 장애인분들의 어려움이 무엇인지를 현장에서 들어야 한다면서, 한 예로 오늘처럼 농아인들이 병원을 찾았을 때 그 분들을 돕는 수화통역사나 자원봉사자를 병원측에서 의무적으로 고용, 이를 정부가 지원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말씀을 하더군요.
탁상행정 장애인 복지정책,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