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소파 선생님, 살아계셔서 감사합니다!

등록 2006.11.01 13:28수정 2006.11.01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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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지네, 꽃잎이 지네
하늘 하늘 세월도 지네
한 때 누린 부신 영화
쇠잔해 산화한듯

그렇듯
한 시절 누리다
표표로히 져가네.

꽃 지네, 청춘이 지네
야금야금 세월가네
날리는 꽃 그늘 아래
지팡이 짚고 서서
이 한 봄
낙화를 보며
가는 세월 부른다.
                      ---- 정 소 파


광주는 여섯번째로 열리는 비엔날레 '열풍변주곡'으로 볼거리가 많은 가을이다. 본인은 토요일마다 광주민속박물관 대학에서  '우리소리'를 주제로 한 강의를 받고 있어서 비엔날레 행사장에 가곤 한다. 지난 10월 21일에도 조금 일찍 가서 비엔날레 행사장을 둘러본 후에 강의실로 들어갔다.

두분의 강의가 진행되는 사이에 휴식시간이 있어서, 박물관 1층 전시실에서 열리는  시화전(광주시민과 함께 하는 시화전)을 보게 되었다. 별 생각없이 두루 살펴보다가 아는 교수님이나 이름난 시인들의 시를 접하는 반가움을 만끽하고 시화전에 출품된 시를 모아 시집을 만든 책자를 한권 샀다. 강의실에서 책을 넘기면서 만나게 된 분이 있다. 바로 정소파 선생님이었다.

전시실에서 시화전을 둘러보는 관람객들

시화전은 작고한 시인 코너와 현재 활동중인 시인으로 구별되어 전시가 되고 있었다. 특히 작고하신 분들은 워낙 유명한 시인들이라 자세히 살펴봤었다. 거기에서 정소파 선생님 시를 만나지 못했는데, 책자에는 소개가 되어 있었다. 강의가 얼른 끝나기를 기다렸다가 다시 가봤다.

정소파 선생님의 시가 담긴 작품 '꽃 지네, 세월이 가네'

먼저 작고하신 분들 코너를 자세히 살펴봤는데, 없었다. 그래서 전시실 내부를 빠른 걸음으로 둘러봐도 정소파 선생님의 시는 보이지 않았다. 이상하다 생각하면서 그냥 나오다가 입구에 첫번째로 전시된 작품이 눈에 들어왔다.

세상에 선생님, 죄송해요. 살아계시는데, 저는 작고하신 분들 작품속에서 선생님을 찾다니요.

정소파 선생님은 본인이 고등학교 1학년 때인 지난 1980년에도 연세가 지긋하신 분이셨다. 정년퇴직을 하시고 우리 학교에서 한문 수업을 하셨던 분이시다. 출석을 부를때 얼마나 특이한 어조로 부르셨던지, 우리는 웃느라 정신을 잃을 지경이었다. 그 분위기, 그 느낌을 글로 옮기지 못함이 아쉬울 정도이다.

칠판에 선생님의 큼직하고 멋진 필체의 한자를 가득 써놓으시고 색분필로 자세하게 설명을 해주셨는데.

정소파 선생님의 시비를 광주문예회관 뜰에서 봤던지라, 돌아가신것으로만 알았다.선생님은 현재 95세로 호남시조문학회 명예회장으로 활동을 하고 계신다고 한다. 놀라울 따름이었고, 너무 죄송한 일이었다.

"선생님, 죄송합니다.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김영랑의 '오메 단풍 들겄네'

박용철의 '떠나가는 배'

영랑과 용아는 친구사이였는데, 작고한 시인 코너에 나란히 걸려있었다.

전원범 광주교대 교수님의 '주점'

문병란 시인의 '전라도 젓갈'

이성자 광주대 교수의 '우리는 서로 안고 산다'

전시회는 10월 19일에서 25일까지 열렸다. 바쁘기만한 일상생활에서 시를 접하기는 어려운데, 가끔 우연히라도 좋은 시를 읽게 되면 마음의 평화를 얻게 되는 것 같다.

정소파 선생님, 살아계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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