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좋아하는 꽃분홍색 쟈켓과 바지주경심
말은 원가네, 운임이네 했지만 딸인 저도 생각지 못한 부모님 겨울옷을 챙겨온 남편이 참 고맙기 그지 없었습니다. 옛말에 마누라가 예쁘면 처가 말뚝에도 절을 한다지만 제가 생각해도 저는 절을 받기는커녕 도로 해도 시원찮을 만큼 그리 예쁘지도 않거니와 남편에게 속 마음을 고백할 때 "저는 남자하는 일에 토씨 하나 안 달고 열심히 내조만 할 거예요" 했던 것만큼 그리 고분고분하지도 못해서 가끔 남편의 저녁 한숨을 책임지고 있지요.
"열심히 내조만 한다더니 남자 하는 일에 토씨하나 안 단다더니. 내가 속았지!"
또 결혼할 당시 백 가지 중 한 가지도 맘에 드는 구석이 없다고 할만큼 친정부모님에게 구박을 당했던 남편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많은 서운함, 그 많은 미움은 어디에 처박아 버린 채 철철이 옷이며, 간식이며, 딸인 저보다 더 챙기는 것인지 그 속을 알다가도 모르겠습니다.
사실 아이를 낳고 살면서도 심심찮게 들어왔던 "발에 채이는 것이 남잔디. 해필이믄" 하던 소리도 남편이 보내주는 옷보따리에 묻혀 서서히 사라졌었습니다. 옷 장사를 접는다고 했을 때 누구보다 아쉬워하던 사람이 바로 친정 엄마셨거든요.
시장 갈 때마다 장모님이 좋아하는 반짝이 옷, 장모님이 좋아하는 꽃분홍색 티셔츠 장모님 신으면 좋을 것 같은 편한 구두, 장모님, 장모님…. 음정도 박자도 없는 장모님 타령에 기어이 아버지가 체면도 잊으신 채 "건이 아범은 장모만 좋아허드라"며 서운함을 토로하기도 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