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택시들이 승객을 기다리고 있다.김귀현
내가 살고 있는 곳은 수원. 지난 토요일(10월 29일) 지인들과 술자리를 한 곳은 신촌,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술자리를 마친 뒤, 귀가하기 위해 일어서니 시간은 새벽 2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하지만 나에게는 두려움이 없었다.
사당에서 수원까지 24시간 버스를 운행한다는 신문기사를 최근에 보았기 때문이다. 사당까지만 택시를 타고 가면 집에 갈 수 있다는 생각에 2시가 되어도 안심할 수 있었다. 지인들과 헤어진 후, 사당으로 이동하였다. 하지만 사당에서 아무리 기다려도 버스는 오지 않았다.
거기서 들리는 목소리들 "수원! 수원! 만원!" 총알택시 기사들의 목소리였다. 그리고 그 이후에 들려오는 목소리, "버스는 없어요!" 그 말을 듣고 좌절할 뻔했다. 하지만 이내 안심했다. 난 신문기사를 믿었다. 분명 24시간 운행을 한다고 써 있었다. 그저 택시 승객을 모으기 위한 거짓말이라 믿은 나는 새벽바람을 맞으며 버스를 기다렸다.
10분이 지나 20분이 지나도 버스는 오지 않았다. 결국 추위에 못 이겨 택시를 타고야 말았다. 버스요금 1600원과 택시요금 1만원, 이 금액 차이 때문에 내 마음은 심하게 쓰렸지만 추운 걸 어떡해.
택시기사와 취중진담
분명 신문기사에는 24시간 버스를 운행한다고 했다. 의구심이 들어 다시 한번 택시기사께 물었다.
"정말 버스가 없나요?"
"없다니까요. 사람들이 '버스 막차 없다'고 하면 우릴 다 거짓말쟁이로 본다니까."
"신문에서는 24시간 버스 다닌다고 하던데요."
"그건 평일만이에요, 주말에는 12시 30분이면 버스가 끊겨요."
난 할 말을 잃었다. 뉴스를 꼼꼼히 살피지 않은 내 잘못이다. <오마이뉴스> 인턴기자를 할 때, 선배 기자님들이 기사를 꼼꼼히 읽으라고 귀가 닳도록 말했는데, 그 말을 무시했다가 어려움에 처한 것이다. 인턴 다시 해야겠다.
"사람들이 말이야 택시기사 말은 믿어주질 않아. 우리가 그렇게 못 믿을 사람들인가. 버스가 있으면 택시요금 안 받겠다고 해도 찬바람 맞으면서 죽어라 버스 기다린다니까. 그러다 감기 걸리면 병원비가 더 들지."
기사의 말이 터졌다. 터졌을 때 맞장구 쳐주면 더 많은 이야기가 나오는 법! 난 기사께 궁금했던 것을 하나 둘 묻기 시작했다.
"수원 갔다가 다시 수원에서 서울까지 다시 사람 태우러 가야 하잖아요. 그럼 그냥 빈차로 가시나요?"
"빈차로 가긴, 우리랑 공생관계가 있어. 바로 대리운전 기사들이지, 서울에서 수원까지 대리 뛴 친구들이 지금 북문(수원의 지역명)에서 기다리고 있어. 3000원 정도씩 받고 태워 줘!"
"그렇게 싸게요?"
"동일 업종에 종사하는 사람끼리 싸게 해줘야지, 허허허!"
차는 고속도로로 접어들었고, 속도계는 시속 130km 밑으로 떨어지지 않았다. 용케도 카메라는 요리조리 피했고, 추월도 멋지게 했다. 프로의 손길이 느껴지는 운전 솜씨였다. 심야의 무법자라는 광역 버스도 사당에서 수원까지 30분 걸리는데, 택시는 15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근데 왜 이렇게 빨리 달리세요?"
"몰라서 물어? 한탕이라도 더 뛰어야 사납금 빼고 남는 돈이 있지. 요즘에는 택시 타는 사람이 별로 없어서 사납금 채우기도 힘들어. 주말에는 그래도 나은 편이야. 평일에는 지하철 연장운행에 버스는 밤늦게까지 다니지. 주말에라도 이렇게 해야지."
"천천히 다니고 싶지 않으세요?"
"당연히 천천히 다니고 싶지. 매일 하는 운전이지만 나도 이렇게 빨리 달리면 정말 무서워. 하지만 어쩔 수 없잖아. 그놈의 사납금…."
너무 뻔한 질문이고, 누구나 다 아는 대답이었다. 하지만 이 말을 기사 옆에 앉아 바로 들으니 택시기사들의 애환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듯했다. 그리고 난 20분만에 집에 무사히 도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