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소설] 머나먼 별을 보거든 - 99회

제노사이드

등록 2006.11.02 16:49수정 2006.11.02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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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이!

솟은 사방이 막힌 공간을 따라 바삐 뛰어다니며 연실 수이를 불렀다. 뒤에 쳐져 있던 그차는 어느덧 솟의 시야에서 벗어나 있었지만 솟은 그차의 행방에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았다. 한쪽으로만 계속 뚫려있던 길은 두 갈래로 나뉘었고 솟은 잠시동안 어느 쪽 길로 가야할지를 고민했다. 솟이 서 있는 방향을 기준으로 오른쪽은 밝았고 왼쪽은 어둡기 짝이 없었다. 솟이 이 이상한 동굴로 들어온 이후에 이상하게도 방향에 대한 감각은 거의 마비가 되어 있었다. 수이의 행방을 두고 솟이 고심하는 사이에 이상한 기운이 주위를 맴돌았다.


-끼익?

솟의 오른쪽 방향에 ‘하쉬’ 한 마리가 슬그머니 모습을 드러내 보이더니 이상한 소리를 지르고서는 슬슬 뒷걸음질을 쳤다. 솟은 손아귀에 돌을 움켜쥐고서는 하쉬 쪽으로 다가가다가 급히 생각을 바꾸었다.

‘이건 함정이다! 수이를 만나지 못하게 하려는 수작이야.’

하지만 등을 보이고 반대쪽으로 간다면 하쉬가 덤벼들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렇다고 돌을 던져 제압하기에 하쉬는 너무 먼 거리에 있었다. 솟은 순간적으로 작은 꾀를 내어 하쉬를 등지고 바닥에 그대로 편히 앉았다. 바닥은 서늘한 기운이 감돌긴 했지만 굴곡이 없고 울림이 커서 하쉬가 다가온다면 소리로 금방 알 수 있었다.

과연 한참 뒤 솟이 끈기 있게 기다리자 하쉬는 뒤를 노리고 조심스럽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솟의 머릿속에는 하쉬와 떨어져 있던 거리가 조금씩 좁혀져 오는 것이 그려졌다. 솟이 바라는 거리까지 좁혀져 왔다고 생각되었을 때 솟은 벌떡 일어서 온 힘을 다해 돌을 던졌다.


-퍽!

둔탁한 소리와 함께 손에 작대기 같은 것을 든 하쉬가 그대로 쓰러졌고 그 뒤를 따르던 다른 하쉬 하나가 황급히 도망갔다. 또 다른 하쉬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못한 솟은 순간 당황했지만 그냥 놓아 보낼 수는 없다는 판단이 들어 도망가는 하쉬를 뒤쫓아 갔다. 하쉬의 움직임은 솟에 비해서는 둔하기 짝이 없어서 솟은 금방 하쉬를 잡아채고 목을 졸랐다.


-캬악!

하쉬는 필사적으로 저항했지만 솟의 완력을 당해낼 수 없었다. 금방 몸이 축 늘어진 하쉬를 내려다보며 솟은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ㄷㅏ 끄!

솟의 앞에서 알아들을 수 없는 소리를 내어지르며 멀리서 또 다른 하쉬가 모습을 드러내었다. 이미 하쉬와 직접 맞붙어 그 힘을 가늠해본 터라 솟은 천천히 바닥에 떨어진 막대기와 돌을 주어들고 언제든지 상대가 달려들기를 기다렸다. 하지만 그 하쉬가 더 이상 접근하지 않고 끝이 둥근 막대기를 들이대자 솟은 자신의 판단이 잘못 되었음을 깨달았다.

-파악!

둥근 막대기의 끝에서 오렌지색 빛이 뿜어져 나왔지만 위험을 감지하고 미리 몸을 날린 솟은 이를 가까스로 피해 반대편의 어두운 쪽으로 달려 나갔다. 하쉬는 함부로 솟을 뒤쫓지 않고 계속 빛을 뿜어대며 솟의 뒤를 노렸다. 솟은 어느덧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어두운 곳으로 접어들고 있었다.

-으아앗!

달려가던 솟은 순간 발밑이 허전해지며 아래로 푹 떨어지고 말았다. 다행히도 높은 곳에서 떨어진 곳은 아니어서 솟은 금방 다시 일어나 주위를 둘러볼 수 있었다. 솟의 옆에는 또 다시 밑으로 내려가는 구멍이 나 있었다.

‘위로 다시 올라가는 편이 낫지 않을까?

그때 마치 솟의 생각을 읽기라도 한 듯이 위에서 스르르 뚜껑이 닫혔다. 솟은 크게 놀라며 위로 올라가기 편하도록 옆으로 이어진 막대기를 딛고 올라가 돌로 뚜껑을 두들겼다. 솟은 돌이 부숴 지도록 한참동안 위를 두드렸지만 도저히 그것을 열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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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소설 '고주몽', '홍경래의 난' '처용'을 내 놓은 작가로서 현재도 꾸준한 집필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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