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한글학교 유아반 : ‘ㄷ’자를 배우고 있다. 색칠도 하고 풀로 붙이고…. 'ㄷ'자가 기억에 남아야 할 텐데.이지현
"우당탕탕…."
지난달 20일, 가을 방학을 마치고 돌아온 첫날. 수업시간을 알리는 종이 울리자 학교 복도는 무슨 일이라도 난 것처럼 한바탕 소동이 일어났다. 학생들이 각자 자기의 교실로 요란스럽게 이동하는 소리다.
유아반(3·4세)을 들어가 보니, 그새 아이들이 선생님과 함께 넓은 카펫 위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작업'에 열중이다.
오늘은 'ㄷ'자를 배우는 날. 엄마와 떨어지기 싫어 울던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도화지에 그려진 'ㄷ'자를 크레파스로 색칠하고 제법 진지한 표정으로 글자 주위에 나비를 붙이고 있다.
여기까지 보면, 한국에 있는 여느 유아원과 다를 바 없는 풍경이다. 하지만 이곳은 먼 이역 땅. 올해 25주년을 맞이한 '베를린한글학교'(Schillerstr, 124-127 10625 Berlin)의 교실 모습이다.
[베를린 한글학교] 줄어드는 학생... 하지만 배움은 계속된다
이 학교는 현재 학생수 65명에 교사 9명의 독일내에서는 제법 큰 규모다. 3·4세를 위한 유아반부터 초등·중고등반·성인반까지 개설돼 매주 금요일 오후 2시간 30분 동안(오후 4시 30분~7시) 한국어 수업이 진행된다.
옆반 문을 살짝 열어보니 6명의 고급반 학생들이 새로운 선생님 앞에서 진지하게 자기소개를 하고 있다.
"저는 OOO고요, 부모님의 고향은… 독일에는 OO년에 오셨고요…."
별 거리낌 없이 자신을 소개하는 것으로 보아서 이런 경험이 많은 듯 하다. 독일어 억양이 약간 들어간, 그러나 거의 완벽한 한국어 실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