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은 2일 오전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열고 공개적인 여권 정계개편 논의를 시작했다. 김근태 의장과 김한길 원내대표등 의원들이 의총장에 앉아 있다.오마이뉴스 이종호
열린우리당 대선주자를 비롯해 다수 의원들이 동의하고 있는 민주당 등과의 통합. 여기에 이른바 열린우리당의 '집토끼'는 동의하고 있을까?
한 가지 참고할 만한 통계가 있다. 5·31 지방선거 직후(6월 13일),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소장 김헌태)에서 열린우리당·민주당 통합론에 대한 견해를 물었다. 그 결과 지역적으로 '호남'을 제외하고 모두 반대였다. 호남도 반대(38.5%)가 적지 않았다.
흥미로운 점은 현재 열린우리당을 지지하는 사람들 사이에선 찬성 대 반대가 53% 대 46%로 찬성이 조금 더 높았지만, 2004년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을 지지한 사람들에선 42% 대 50%로 반대가 높았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열린우리당 다수는 민주당과의 통합을 최우선 과제로 놓고 있다.
정동영 전 의장은 열린우리당 실패를 선언하며 "민주세력의 분열"로 꼽았고, 김근태 의장은 "분당이 여당 비극의 씨앗"이라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진단에 적극 동조했다. 천정배 의원은 "정권 재창출이 최대 개혁"이라며 민주당과 함께 못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차라리 깨지는 게 살 길
한국사회여론연구소 김헌태 소장은 "당이 깨지기 전에는 무슨 짓을 하든 관심을 끌지 못한다"며 "차라리 서로 노선과 성향, 출신지역에 따라 '찢어지는' 정계개편을 추진하는 게 서로에게 살 길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다.
"지방선거 직후 여론조사에서 열린우리당의 미흡한 개혁이 패배 원인이라고 했지, 과도한 개혁이라는 응답은 높지 않았다. 또 어느 자료에서도 부동산 대책을 완화하라는 여론이 높은 경우가 없었음에도 열린우리당 지도부는 오히려 개혁 피로감과 중도를 부르짖었다. 탄핵 효과로 만들어진 열린우리당의 중도보수-개혁진보의 동거는 실패했다고 볼 수 있다."
호남이 없어서 당 지지도가 내려갔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얘기이다. 오히려 치열한 반성도 없고 비전도 제시되지 않은 가운데 신당을 만들어 놓고 '호남이여 오라'라는 방식은 "오만하기 짝이 없다"는 지적 역시 귀담아 들을 만하다.
장영달 의원은 "우리당의 위기는 17대 총선 이후 정부와 당이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해 국민의 신임을 잃어버린 데서 비롯된 것이지 열린우리당의 출범 과정에서 겪어야 했던 분당에서 비롯된 것이 결코 아니다"며 다음처럼 밝혔다.
"당시 민주당의 상황을 조금만 돌아보자! 100명의 당무위원들이 모여 당의 진로를 논의하고 표결을 통해 의결을 할 때가 되면 어김없이 폭력이 난무했다. 고함과 욕설과 몸싸움이 벌어지고 급기야 이미경 의원의 머리채가 휘둘리기까지 했다.
대화는 불가능하고 폭력만 무성했던 당시 민주당을 어찌해야 옳았단 말인가! 하찮은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동료의원에게 서슴없이 폭력을 자행하는 민주당내 기득권세력과의 결별은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부끄럽다"
당시 국회의원 47명은 제3당으로의 전락을 감수하고 열린우리당을 창당했고,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무시를 받아 대통령 탄핵을 받기에 이르렀지만 결국 국민은 열린우리당의 손을 들어주었고 과반 의석을 차지, 원내 제1당이 되었다.
이같은 과정을 무시하는 것은 장 의원의 말마따나 "무책임한 자기부정이자 자기학대"다. 이들을 지지한 국민까지 싸잡아 '부정'과 '학대'의 틀에 가둬버린 꼴이다.
차라리 이부영 전 의장의 말이 위로가 된다. 이른바 '독수리 5형제'로 불리며 한나라당을 탈당해 열린우리당 창당에 동참했던 이 전 의장은 "부끄럽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창당을 제일 먼저 제창했던 사람 중 하나로서 열린우리당이 국민 지지를 잃고 저 지경이 난 것에 대해서 큰 책임을 느낀다"며 정계개편 논의나 신당 논의에는 참여할 생각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2일 <오마이뉴스> 댓글뉴스에 꼽힌 글에는 이런 언급이 있었다. "이제 당당히 심판 받기를 권한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고 했지만 비전도 없는 인위적 정계개편은 호남 고립만을 초래한다."
맞다. 자기 살자고, 또다시 호남인들을 외롭게 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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