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자회담틀, 상설 다자간협의체로 지속돼야"

김대중 전 대통령 "민주주의 강화·빈곤 퇴치 없으면 평화 기대하기 어렵다"

등록 2006.11.05 20:48수정 2006.11.05 2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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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김대중 전대통령(자료사진).

김대중 전대통령(자료사진). ⓒ 오마이뉴스 이종호

김대중 전 대통령은 "북핵문제의 해결을 위하여 북한은 핵을 완전히 포기하고 철저한 검증을 받아야 하며, 동시에 미국은 북한에 대한 안전보장을 해주고 경제제재를 해제해주어야 한다"면서 "이는 북미관계 개선과 6자회담의 재개 및 실질적 성공을 통하여 구체화될 수 있다"고 밝혔다.

김 전 대통령은 북한이 6자회담 복귀를 선언한 가운데 4일 창간된 <글로벌 아시아>에 기고한 '아시아시대의 지역주의'라는 글에서 "한반도 문제는 남북한 관계에 그치지 않고 아시아의 문제이자 세계의 문제이고, 한반도 평화는 군사적 수준에 국한되지 않고 경제번영과 인권 및 민주주의에도 직결되는 문제다"면서 이같이 강조했다.

또한 김 전 대통령은 "북핵문제와 한반도 평화는 동아시아 공동체의 실현과 아시아의 미래를 위하여 매우 중요한 사안이다"고 전제하고 "2000년 6월 15일 역사적인 남북 정상회담과 공동선언을 통하여 한반도에서 긴장완화와 교류협력이 활발히 확대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군사적 긴장의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6자회담 틀, 상설 다자간협의체로"

그는 또 "현재의 6자회담의 틀이 북핵문제 해결에 국한된 임시적 회의가 아니라 한반도와 동아시아의 평화 및 민주주의를 증진하기 위한 상설적인 다자간 협의체로 계속되어야 한다"면서 "이 점은 2006년 6월 17일 6·15 남북공동선언 6주년 기념으로 광주에서 열린 '2006 노벨평화상 수상자 광주정상회의 선언문'에도 그대로 반영되었다"고 역설했다.

당시 노벨평화상 수상자 광주정상회의에 참석한 수상자 및 수상단체 대표들은 아시아의 민주주의, 인권신장, 빈곤퇴치, 평화정착에 일치된 견해를 갖고 이를 선언문에 반영한 바 있다.

한편 김 전 대통령은 "아시아는 역사와 문화적 전통에서는 물론 경제의 성장잠재력과 국제정치적 위상에서도 세계의 중심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전제하고 "아시아시대에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는 아시아의 민주주의를 확대하고 평화를 진전시켜 인류의 복지와 세계 평화에 공헌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그는 "아시아에는 아직 민주주의와 인권이 위협받는 나라가 적지 않고, 한반도처럼 냉전의 암운이 가시지 않은 지역이 있으며, 빈곤이 인간의 존엄성과 인간 안보(human security)를 위협하는 지역이 남아 있다"면서 "민주주의가 강화되고 빈곤이 퇴치되지 않으면 평화를 기대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이같은 과제들은 지역간과 지역 내의 대화와 협력을 통하지 않고는 이루어질 수 없다"면서 "동아시아포럼(EAF), 동아시아정상회의(EAS) 등 동아시아 공동체를 위한 그간의 노력들은 모두 아시아에 주어진 이같은 시대적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구체적으로 "마하티르 말레이시아 전 총리가 제창하였던 동아시아경제협의체(EAEC)는 당시 미국이 정치적 의도를 지닌 것이라고 판단하고 강한 반대 입장을 보이면서 지지부진하게 되었고 또한 1998년 내가 동아시아비전그룹(EAVG)을 제안하였을 때도 동남아시아는 나의 제안을 무척 경계한 바 있다"고 회고했다.

"다양한 종교·문명의 공존이 동아시아 통합 희망의 원천"

그는 이어 "이들은 동북아가 동남아에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한 것이라고 오해하고 통합에 대한 두려움을 표출한 것"이라며 "그러나 EU의 경험이 보여주듯이 아시아도 장기적으로 그런 통합의 방향으로 갈 것이고, 동남아시아도 이를 적극적으로 이해하고 이미 다양한 진전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김 전 대통령은 1998년 11월 베트남에서 열린 ‘제2차 ASEAN+한중일 정상회의’에 참석해 동아시아 공동체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이를 위하여 동아시아비전그룹(EAVG)의 창설을 제안한 바 있다.

그는 "많은 장애물이 남아 있지만, 현재와 같은 각국의 노력이 아시아의 미래를 보다 밝게 만들 것"이라고 전제하고 "아시아 문화의 다양성과 우수성, 자력에 의한 민주화 경험의 확산, 정보통신 기술의 발전, 공동의 경제이익 등이 아시아의 통합과 평화를 앞당기게 될 것"이라며 "아시아의 민주주의와 평화, 동아시아 공동체의 미래는 결코 어둡지 않다"고 낙관적으로 전망했다.

그는 "특히 동아시아에는 유교·불교·가톨릭교·개신교·이슬람교 등 다양한 종교와 문명이 공존하고 협력하는 대세를 이루고 있다"면서 "이는 세계 도처에서 일어나는 문명간의 갈등에 비추어 볼 때 아시아 통합에 대한 큰 희망의 원천이라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앞서 그는 "세계는 지금 오랜 구미지향 위주의 자세로부터 아시아 중심의 시대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면서 "이번에 창간된 <글로벌 아시아>의 의미와 지적인 소명도 여기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글로벌 아시아>는 동아시아재단(EAF·이사장 정몽구)이 '아시아판 <포린 어페어(Foreign Affairs)>'를 지향해 만든 영문저널로 문정인 연세대 교수와 데이비드 플롯 홍콩대 교수가 각각 편집장과 부편집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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