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스타 내세운 술광고, 여성 음주 부추겨

5년 전 32%였던 여성음주율 41%로 늘어... 알코올장애인 2.6%로 증가추세

등록 2006.11.06 13:57수정 2006.11.06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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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희영 기자] "맑으니까 더 좋아요", "순수한 마음을 권합니다", "힘든 친구에게 '소주 한잔 할까?'라고 해보세요"

여성 연예인들이 술을 권하고 있다.

주류 업체들이 여성경제활동참가율과 여성 음주현황 지표가 높아지고 있는 시대 흐름을 간파해 '여성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

현재 주류 업계의 광고는 하나같이 '사회활동에 능동적인 여성들이 음주문화도 적극적으로 즐긴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한 소주 업체는 제품 개발 과정에서부터 여성 소비자를 대거 참여시켜 순한 맛을 개발하고, 화장품을 경품으로 주는 등의 마케팅 전략으로 6개월 만에 1억병을 판매했다.

지금까지 주류 광고는 남성의 전유물이었다. 넥타이를 풀고 소주를 마시면서 스트레스를 푸는 남성들을 등장시켰던 것. 하지만 최근에는 여성 모델 일색이다. 이영애, 김정은, 송혜교, 성유리, 김태희, 남상아, 이영아 등 여성 톱스타들이 주류 제품의 광고모델로 나서 '순하고 부드러운 술'을 강조하고 있다. 또 소주의 주요 고객층이 여성으로 전환되고 있는 흐름에 맞춰 20도 이하의 순한 소주 제품을 개발해 마케팅 전쟁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주류 업체들의 이런 '부드러운 마케팅 전략'은 여성들의 음주에 관대해져야만 한다는 강박관념을 소비자들에게 강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음주 평등'이라도 이룬 듯한 현실의 이면에는 음주로 인해 건강이 악화되고 알코올중독에까지 이르는 여성들이 늘어나고 있는 어두운 사회 단면이 숨겨져 있다는 것.

알코올질환 전문병원 다사랑병원은 "남성의 전유물이었던 소주 광고에 청순한 이미지의 미녀 모델이 등장하면서 건강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는 음주를 쉽게 생각하는 여성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자료를 내놓았다. 주류 광고의 여성 모델이 여성들의 주류 소비를 부추기고 있다는 것.

한 통계에 따르면 5년 전 32%이던 여성음주율이 현재 41%까지 늘어났다. 음주로 인해 생리불순, 무월경, 불임, 골다공증, 유방암을 호소하는 여성들도 늘고 있다. 간경변증, 간경화, 간염 등을 유발하는 지방간을 지닌 음주 여성이 우리나라 전체 성인여성의 15%에 달한다는 보고도 있다.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여성 알코올장애인도 2.6%로 증가세다.


이종섭 다사랑병원 원장은 "주류 광고에 등장하는 여성 모델들의 이미지에 현혹되지 말고 절제된 음주 습관을 키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여성 음주 문제가 불거지자 보건복지부는 지난 9월 서둘러 알코올종합대책(일명 '파랑새플랜2010')을 발표했다. 이 대책에는 현재 26곳인 알코올상담센터를 2010년까지 96곳으로 확대하는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여성 특화 음주 질병 대책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은다. 한국음주문화연구센터는 "여성의 음주에는 관대하면서 여성의 음주 질병에는 엄격한 사회의 이중적 시선을 고려한 진료 체계를 정착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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