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공원에서 내려다 본 성남 상대원, 하대원동 일대. 은행동과 더불어 서민 다세대 밀집 주택의 대명사로 일컫는 곳이다.윤태
"아줌마, 웬일이세요?"
며칠 전 집주인으로부터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응, 다름이 아니고 집을 팔아야 할 것 같아서 내 놨어요. 내일쯤 집을 보러 간다니까 집에 좀 있어줘요. 알았지요?"
"네!"
대답을 해놓고 전화기를 내려놓는데, 걱정말라는 주인아줌마의 말과는 달리 한숨부터 흘러나왔다. 계약만료가 얼마 남지 않아 이사를 생각하지 않은 건 아니지만 이렇게 갑자기 이사를 하게 될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오른다, 오른다 하더니 우리집도...
얼마 전부터 슬슬 돌기 시작한 재개발 소문에 암암리에 집값이 오르고 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그 때문에 내가 피해를 볼 거라고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피해가 뭔가? 운이 좋으면 내 앞으로 떨어질 소위 '딱지'를 기대하며 어떻게든 재개발이 되는 그날까지 버텨보려는 심산이었는데, 오르는 집값에 눈물 흘리는 건 역시 힘없는 세입자들이다. 재개발이 시작되기도 전에 딱지 대신 '딴지'가 걸려 하루 아침에 거리로 나앉게 생긴 것이다.
'그래 이 참에 있는 돈 없는 돈 싹싹 긁어서 아들녀석이 그리도 원을 하는 넓은 집으로 가서 주일마다 거실에서는 조기축구를 하고, 친구들 다 불러서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집들이도 하고, 또 포개놓고, 엎어놓고, 세워놓고, 끼워놓은 살림살이들을 가지런하게 정리해 놓고 쓸고, 닦아가며 살아보자' 싶다가도 하루가 다르게 뛰어오르는 집값에 이사를 갈 수나 있을는지 걱정도 되었다.
뜨다 만 밥술을 아예 내려놓고 방으로 들어와 통장을 뒤적거리며 계산기를 두드려보지만 전세보증금에 청약저축을 해약하고, 보험대출까지 받는다 해도 있는 사람들 기준에서 보자면 하루 저녁 유흥비도 안 되는 돈이다. 이 돈으로 이사를 가봤자 이사비만 날리고 평수나 수준은 이보다 비슷하거나 못한 곳으로 밖에는 가지 못 할테니 말이다.
이럴 줄 알았으면 허리가 휘든 꺾이든, 결국에 가서는 빚잔치로 끝나든 말든 판교분양 때 분양신청이라도 해볼 걸, 후회가 되었다.
'성남 거주 15년 이상, 35세 이상, 무주택 가장'으로서 성남시민에게 주어지는 특별분양 대상자였던 우리였건만 평당 1000만원이 넘는 분양금에 지난 몇 년 동안 매달 청약금을 부어온 우리였다.
하지만 마지막 희망이라 믿어의심치 않았던 분양신청마저도 포기해야만 했다. 혹시 운이 좋아 분양을 받게된다고 해도 당장 마련해야 할 계약금도 없었기 때문이다.
나도 '판교 로또' 도전해 볼 걸 그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