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와의 국제 분쟁에 관해 백악관에서 브리핑을 하고 있는 부시 미 대통령과 외교안보팀.(자료사진)백악관 홈페이지
이번 선거가 보여준 또 하나의 특징은 '부시 패권주의'의 역설이다. 잘 알려진 것처럼, 부시는 2000년 대선에서 안보 문제를 전면에 내세워 대권을 쟁취했고, 2004년 대선과 중간선거에서도 "미국은 전쟁 중"이라는 것을 앞세워 미국 유권자의 안보 불안 심리에 호소해 재선에 성공했다.
그러나 이번 중간선거를 통해 부시 행정부가 상징처럼 내세웠던 '전쟁'이 결국 제 발등을 찍는 결과를 낳고 말았다. 부시 행정부와 공화당은 선거 유세 막판에 "민주당에 표를 주는 것은 테러리스트를 돕는 결과를 낳는다"며 미국식 색깔론에 의존하는 한편, 이라크 이슈를 최소화하고 경제 문제를 부각시키는데 주력했으나, 결국 성난 표심을 달래지는 못했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부시 행정부가 '21세기 제국'의 야심을 품고 강행한 이라크 침공이 미국 국내외 정치에 미치고 있는 영향은 심대하다고 할 수 있다.
먼저 국제적으로 볼 때, 부시 행정부의 이라크 침공은 베트남 전쟁 이후 미국에 대한 국제사회의 인식을 최악의 수준으로 떨어뜨렸고, 중동에서 '미국 패권의 약화'라는 역설적인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또한 각종 국제 여론조사에서도 나타나고 있는 것처럼, 부시 대통령은 그 자신이 주적으로 삼고 있는 오사마 빈 라덴과 함께 세계 평화를 위협하는 인물 1, 2위를 다투고 있다.
이번 중간선거 결과 역시, 미국 국내 정치적으로도 부시의 영향력과 신뢰는 크게 떨어지고 있다. 선거 유세 기간 동안 접전 지역의 공화당 후보들이 부시 대통령이나 딕 체니 부통령의 지원을 '부담'스러워 했던 것은 이러한 미국 내의 기류를 잘 보여준다.
또한 공화당 패인의 핵심적인 요인이 부시 행정부의 이라크 침공을 비롯한 대외정책의 실정에 있다는 점에서, 그리고 대선을 불과 2년 앞두고 공화당이 참패를 했다는 점에서 부시의 레임덕은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제 부시 행정부는 의회를 장악한 민주당뿐만 아니라, 부시와 차별성을 부각시키려는 공화당의 유력 정치인들의 견제도 받아야 할 처지가 된 것이다.
이라크 정책, 극적인 변화 없을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