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의식의 변화를 과감하게 담아낸 <하이에나>

성 정체성 주된 내용의 골자이자 여성의 시선을 바라본 남성의 성

등록 2006.11.10 11:04수정 2006.11.10 17:42
0
원고료로 응원
브라운관에 性이 파괴되고 있다. 특히, 케이블 채널에서는 지상파 방송보다 더 유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섹스 앤더 시티>라는 네 명의 뉴요커들의 일과 사랑이야기가 등장하면서 노골적인 성이야기까지 담아내 미국에서 화제를 일으켰는데, 국내에서도 방영이 돼 선풍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이런 가운데 tvn케이블 방송국이 개국기념으로 내보내는 <하이에나>는 한국판 남자들의 <섹스 앤더 시티>로 본격적인 남성들의 성이야기를 전면에 내세웠고 방영 초기에는 광고가 단 4편 밖에 없었으나 중반으로 접어든 지금 무려 20편으로 늘어나는 등 인기에 시동을 걸고 있다.

특히 시청률이 3%를 상회하면서 지상파 방송으로 치면 제2의 주몽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시청률 1위를 달리며 선전하고 있는 모습이다. 사실 이러한 드라마가 방송되기까지에는 우리나라의 성문화가 조금씩 개방되어 어느 정도까지는 수용이 가능해졌다.

이미 30대 여성의 성을 솔직하게 담아낸 MBC <여우야 뭐하니>가 그 일례이다. 물론 <하이에나>처럼 노골적인 장면이 등장하지는 않는다. 역시나 여관에 남녀가 들어가 키스 정도까지만 나오고 검은 화면이 잠시 등장했다, 다음 장면으로 넘어가고는 있지만 성을 모든 연령층이 시청하는 브라운관에서 이야기한다는 자체가 “세월 참 좋아졌다!”라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을 터.

그런데 <하이에나>는 <여우야 뭐하니>보다 한 발 더 나아갔다. 이미 19세 관람가라는 주홍글씨를 붙이고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는 이미 시청률 면에서는 포기를 하고 시작했다는 이야기나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외드라마보다는 짙은 농도는 아니지마 우리나라에서는 어느 정도 노골적인 성적인 장면까지 등장시키면서 화제를 모으고 있다.

드라마는 첫 회부터 주인공들의 성적인 장면이 등장하고, 야릇한 상상 장면이 나오면서 지속적으로 네 남자의 사랑이야기가 주된 내용이다. 그러나 이 드라마가 여성들과의 성적인 이야기로만 상당한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고 한다면 분명 한국판 <섹스 앤더 시티>는 될 수 없다. 그저 MBC 시트콤 <세친구>와 같은 수준에만 머무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 드라마는 분명 다르다. 단지 여성들과의 하룻밤은 웃음을 주기 위한 혹은 성의식의 변화를 담은 코드일 뿐 주 내용의 골자는 성 정체성이다. 주인공 음식평론가로 등장하는 이석진(신성록 분)이라는 인물이 자신의 성 정체성을 인정하고 그 주변 인물들이 동성애자로 커밍아웃한 그를 통해 고통스러운 과정에 대한 이야기이다.


이 점이 한국판 <섹스 앤더 시티>와 견줄 수 있는 <하이에나>의 장점이자, 강점이다. <왕의 남자>의 흥행으로 동성애라는 코드가 사회적으로 유연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는 가운데 비교적 성 정체성의 방황과 인정, 주변 인물들의 반응을 심도있게 그리고 있다는 점은 이제까지 우리나라 드라마의 단골 소재를 벗어난 파격적인 설정이다.

또한 드라마에서 최진상(윤다훈 분)이라는 인물을 투입해 여성과의 하룻밤을 보내는 것이 인생 최대의 목표처럼 그리며 웃음을 주는 동시에 이석진이란 캐릭터를 상당히 내용에서 부각시키며 이석진을 사랑하는 이정은(소이현 분)과 그녀를 사랑하게 되는 김철수(김민종 분)의 삼각관계를 중심으로 극의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이 점은 기본 삼각관계가 남자 2명과 여자 1명이라는 전형적인 공식을 따르고 있지만 그 틀을 깨고 한 명의 남성이 동성애자로 등장해, 새로운 삼각관계의 구도를 꾀하고 있다. 또한 그의 성 정체성 찾기를 통해 보다 사랑의 방식으로 다양하게 이끌어 가고 있다.

특히, 김철수, 최진삼, 최진범(오만석 분)의 각기 다른 캐릭터들도 다양한 사랑의 방식의 패턴을 보여주고 있다. 이와 함께 이 드라마의 특이한 점은 네 명의 남성의 일과 사랑을 담고는 있지만 정작 극의 흐름을 주도하는 것은 바로 ‘여성’이라는 점이다.

<여우야 뭐하니>처럼 여성들의 성이야기가 요즘 이슈가 되고 있는 가운데 이 드라마도 결국 여성이 바라보는 남성들의 일과 사랑, 그리고 성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것이다. 즉, 엄밀히 말하면 이 드라마의 진짜 주인공은 바로 이정은이라고 할 수 있다.

극중 이정은 이런 말을 했다.
“골라먹는 아이스크림처럼 서른한 가지 얼굴을 가진 여자들. 그러나 남자들은 언제나 같은 얼굴이다.”

이것은 여성들의 성 의식변화를 담은 중요한 코드로 작용한다. 결국 그것의 대상이 남자라는 동물로 한정되고, 그 남자들의 일과 사랑, 성이야기를 보여주면서 여자의 성 의식변화를 담아내, 역설적으로 본다면 이 드라마는 한국판 남성들의 <섹스 앤더 시티>는 아니다. 한국판 여성 <섹스 앤더 시티>라고 하는 것이 진짜 정답일지도 모른다.

다만 화면 속에서 보여 지는 것이 남성들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남성판으로 불리는 것이다. 이처럼 여러 색깔을 지닌 드라마가 <하이에나>이다. 성 정체성 문제와 각기 다른 남성들의 사랑 방식, 그리고 이를 모두 지켜보며 결혼을 목전에 둔 여성의 성 의식까지.

이런 이유들로 <하이에나>는 자칫 잘못하면 성적인 코드라는 무시무시한 늪에 빠져 한쪽으로 치우칠 내용을 아주 균형적으로 맞춰나가고 있다.

물론 MBC 시트콤 <소울메이트>를 보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는 안타까움이 있다. <소울메이트>도 20대의 남성과 여성의 일과 사랑이야기를 그리고 있지만 근본적으로 추구하는 바가 다름에도 불구하고 서로 간의 사랑이 얽히고설킨 점은 한국 드라마의 고질적인 문제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는 것이다.

오히려 <하이에나>도 <섹스 앤더 시티>처럼 친구끼리 사랑이 얽히지 않고 여러 명의 남성들을 등장시켜 그녀들의 진정한 소울메이트를 찾는 과정을 담아낸다면 좀 더 풍부한 내용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부디 마지막까지 <하이에나>가 이러한 한계점을 뛰어 넘어 새롭게 변화되고 있는 성 의식을 잘 반영해 한 편의 질 좋은 드라마를 성공시켰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래야만 틈새시장을 공략의 성공할 테고, 그렇다면 분명 정형화된 한국 드라마의 새로운 시도가 등장하게 될 것이다. 더불어 케이블채널의 생명도 자연스럽게 연장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데일리안에도 송고

덧붙이는 글 데일리안에도 송고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징역1년·집유2년' 이재명 "이것도 현대사의 한 장면 될 것" '징역1년·집유2년' 이재명 "이것도 현대사의 한 장면 될 것"
  2. 2 수능 도시락으로 미역국 싸 준 엄마입니다 수능 도시락으로 미역국 싸 준 엄마입니다
  3. 3 의사 아빠가 죽은 딸의 심장에 집착하는 진짜 이유 의사 아빠가 죽은 딸의 심장에 집착하는 진짜 이유
  4. 4 "나는 폐허 속을 부끄럽게 살고 있다" 경희대 시국선언문 화제 "나는 폐허 속을 부끄럽게 살고 있다" 경희대 시국선언문 화제
  5. 5 미국에 투자한 한국기업들 큰일 났다... 윤 정부, 또 망칠 건가 미국에 투자한 한국기업들 큰일 났다... 윤 정부, 또 망칠 건가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