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정진
얼마 전에는 뉴욕을 다녀오다가 버스에서 내려 신호를 기다리고 있는데, 교통정리를 하는 경찰이 한인이었다. 그에게 다른 한인이 인사를 하자 "시민권이 있냐"고 물었다. "시민권을 가지고 있다"고 답변하자 그는 "반드시 투표하라"고 권했다. 뉴욕의 한인들이 거주 인구에 비해 영향력이 없는 것은 투표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한인유권자센터는 이런 상황을 바꾸기 위해 구성된 조직이다.
김 소장은 자신들의 롤모델로 유대인들의 조직을 들었다. 일상생활에서는 각종 자원활동과 환경운동 등을 전개하며 시민사회에서 신뢰를 쌓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또 지역 내 정치인들에게 막강한 영향력을 미치기 때문에 워싱턴에 있는 그들의 로비단체는 미국의 이스라엘 외교 정책에 막강한 영향력을 미친다는 것이다.
따라서 한인유권자센터는 일상적으로 한인 시민권자들을 조사하고, 이들을 유권자 명부에 등록시키는 한편, 투표에 실제적으로 참여할 것을 독려하는 일을 한다. 이들은 또 이렇게 조직된 사람들을 각종 문화학교나 교육프로그램을 통해 센터의 활동에 참여하도록 하고 있다.
센터를 중심으로 한 활발한 활동은 뉴욕이나 뉴저지에서의 한인들의 영향력을 높여나가는 데 기여하고 있다. 뉴저지, 버겐카운티의 경우 의회에서 올해부터 선거에 한국어 서비스도 하기로 했다고 한다. 센터의 요청에 의회가 응답한 것이다. 김 소장은 이를 통해 한인들의 참여가 더 많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 속의 '마이너리티' 한인들... 이젠 한반도 정책 '압박'
김 소장이 이 일을 시작한 것은 92년 LA 폭동 이후다. 자신이 보기에 한인이 피해자인데, 피해자가 피해자 대접을 받지 못하는 현실을 보면서 이를 어떤 방식으로든 극복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는 것이다. 당시 뉴욕, 뉴저지, 시카고, LA 등의 한인 모임과 의논해 이 운동을 시작했다고 한다. 13년이 지난 지금 여러 어려움 때문에 결국 뉴욕과 뉴저지만 남았지만 13년 운동의 성과가 이제야 나타나는 것 같다고 흐뭇해했다.
그동안 미국 사회에서 마이너리티인 한인들은 '표'로 인식된 적이 없었다. 일정하게 소외된 그룹들이 자신만의 영토를 구축하듯, 한인 지역을 중심으로 세금 또박또박 내면서도 별 의견 없이 간섭받지 않으면 된다는 생각으로 살아왔다. 하지만 LA 폭동은 더 이상 그렇게 살 수 없음을 보여 준 사건이었고, 최근의 이민법 문제는 그런 점에서 소수민족의 소외감을 더욱 증폭시켰다.
실제로 최근 미국 사회를 흔들고 있는 이민법 시위에는 히스패닉을 비롯한 이민자들이 중심이지만 일부 한인들도 이들 소수민족들과 연대하고 있다고 한다. 자신들을 히스패닉과 구별해온 지금까지의 한인들의 분위기와는 사뭇 다른 것이다.
뉴스쿨(NEW SCHOOL)에서 이주자 문제를 연구하는 이충훈씨에 따르면 많은 한인들은 과거 인종차별 의도가 뚜렷한 캘리포니아 주민발의안(인종, 국적별로 주민관련 자료를 수집하지 못하게 한다거나, 불법체류자들에게 공공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게 하는 내용)과 공적 서비스에 사용하는 언어는 영어로만 하자는 캠페인에 찬성했다고 한다.
한인 조직, 영향력 구축 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