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피터팬'이 돌아왔다!

[서평] 제랄딘 매커린의 <돌아온 피터팬>

등록 2006.11.13 08:45수정 2006.11.13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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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표지 ⓒ 김영사

남녀노소 막론하고 귀를 번쩍 뜨이게 만드는 소식이 있다. 바로 피터팬의 귀환이다. 피터팬의 작가 제임스 매튜가 판권을 기부한 오몬드 아동병원에서는 정식 속편을 지을 작가를 모집했었다. 치열한 경쟁이 있었던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었다. 그 경쟁의 끝에서 영국의 아동작가 제랄딘 메커린이 영광을 누리게 됐고 그 결과 네버랜드에 홀로 남겨졌던 피터팬이 돌아왔다. 웬디와 달링 가 아이들, 그리고 팅커 벨과 후크 선장이 함께 <돌아온 피터팬>으로 찾아온 것이다.

피터팬의 등장한 것은 벌써 백년도 지난 일이지만 피터팬은 꾸준한 사랑을 받아왔다. 고전 중에 고전으로 확고히 자리를 잡은 셈이다. 그런 만큼 <돌아온 피터팬>에 대한 기대는 클 수밖에 없다. 동시에 불안한 마음도 숨길 수 없다. 그도 그럴 것이 ‘형 만한 아우가 없다’는 것을 증명한 예를 쉽게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만 하더라도 명탐정 홈즈를 자주 당황시키는 평범한 사람으로 부활시킨 경우도 있었고 오페라의 유령을 미국식 사랑에 감화된 괴물로 부활시킨 경우도 있었으니 불안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오몬드 아동병원에서 줄거리 등을 먼저 확인하는 과정을 거친 덕분인지 <돌아온 피터팬>에서는 그런 이질감을 느낄 일은 없다. 내용이 전작과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것은 물론이고 전작과 이어지면서도 전작을 보완하는 메시지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속편인 만큼 <돌아온 피터팬>의 관전 포인트는 전작과 비교해서 크게 다섯 가지로 꼽을 수 있다.

첫째는 전작과 이야기가 연결되는 방향이다. 시간상으로 보면 <돌아온 피터팬>은 <피터팬>보다 이십 년이 지난 뒤다. 이십 년! 숫자로는 별다른 문제가 느껴지지 않지만, <피터팬>을 생생하게 기억하는 이들이라면 이 숫자의 의미심장함을 눈치 챌 수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이십 년이라면 어느 어린이든지 어른으로 만드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어른이 되기 싫었던 아이들, 그들은 <돌아온 피터팬>에서 이미 자식들을 갖고 있는 어른으로 성장한 것이다.

어른이 된 이들이 다시 네버랜드에 가게 되는 이유는 꿈 때문이다. 뭔가 불길한 꿈을 꾸는 아이들은 네버랜드에 무슨 일이 생긴 것 같다는 의심을 하게 된다. 그리하여 피터팬이 홀로 남겨진 그곳으로 가려고 하지만, 이십 년이 지난 상황에서 그들이 어떻게 네버랜드에 갈 수 있을까? 그들은 순수성을 회복해야 한다. 그 상징은 바로 요정을 찾는 일이다. 하지만 어른이 요정을 쉽게 찾을 리는 만무하고 이때부터 소동이 벌어진다. 이 통과의례는 속편과 이야기가 매끄럽게 연결하는 대목인 만큼, 관심을 갖고 지켜볼 필요가 있다.

둘째는 피터팬의 '순수성'이다. 피터팬이 사랑 받는 것은, 영원한 순수성을 지녔기 때문이다. 비록 ‘피터팬 증후군’이라는 불명예스러운 용어까지 나오게 만들었지만, 어른이 되기 싫어하는 피터팬의 모습은 순수성을 잃고 싶지 않다는 또 다른 말인 만큼 그 의미가 중요하다. 그러니 속편에서 그것을 어떻게 그렸는지를 유심히 관찰해보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돌아온 피터팬>에서 피터팬은 낯익으면서도 낯선 모습을 보여준다. 낯익은 감정은 여전히 예의범절을 몰라서 부탁하는 말을 제대로 할 줄 모르고, 상상하기를 좋아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모험을 즐기는 모습에서 비롯된다. 한편으로는 낯설기도 하다. 피터팬답지가 않다. 피터팬이라기보다는 후크 선장 같은 모습을 보여주는 말과 행동을 한다. 왜 그럴까?


<피터팬>은 단순한 대결구도를 보여줬다. 반면에 <돌아온 피터팬>에서는 그런 모습이 적다. 피터팬이 터무니없게 느껴지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후크 선장에게 연민을 느끼게 하는 경우도 있다. 피터팬이 그런 언행을 하게 되는 것은 후크 선장의 옷을 입고 순수성과 상상력이 고갈되기 때문이다. ‘내 것’부터 챙기는 어른다운 사고를 한다고 할까? 후크 선장의 경우에는 내면을 털어놓을 수 있는 기회를 준 것이 크다. 때문에 <돌아온 피터팬>에서는 무조건적인 이분법으로 그들을 평가할 수 없게 만든다. 여전히 피터팬이 주인공이기는 하더라도.

세 번째 관전 포인트는 어른과 아이의 화해다. 피터팬이 후크 선장다운 행동을 하는 것을 본다면 <돌아온 피터팬>에서 아이와 어른의 관계는 전작과 동일선상에 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을 뒤엎고도 남을 중요한 장면이 있다. 피터팬이 위험에 처했을 때, 아이들은 상상력만으로는, 의사놀이만으로는 피터팬을 구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때 컬리가 스스로 어른이 되기를 꿈꾼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네버랜드에서 추방당한다는 것이며 피터팬의 친구자격을 잃게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피터팬을 구하기 위해 컬리는 어른이 되기로 하고 그것으로 피터팬을 구하게 된다.


이 장면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아이들이 두려워했던 것은 어른의 일방적인 교육이다. ‘이렇게 하라, 저렇게 하라’는 말들을 하며 아이에게 행동할 것과 생각할 것을 정해주고 그대로 따르라고 강요하는 그런 것이다. 그렇게 하지 못하면 벌을 주기도 하면서 어떻게든 고치려고 하는 것이 바로 어른들이다. 하지만 컬리는 피터팬에게 버림받을 것을 알면서도, 어떤 조건 없이 어른이 되어 아이를 치료해준다. 이제껏 아이들을 평가하고 바꾸려 했던 어른들의 그것으로 인해 상처받은 아이들을 치료해주기라도 하려는 것처럼, 되살리는 것이다. 이것은 전작을 이어받은 <돌아온 피터팬>이 전작과 다른 목소리를 내게 만드는 중요한 지점이기도 하다.

네 번째 관전 포인트는 역시 ‘상상력’에 관한 것이다. 네버랜드를 만드는 것은 첫째도 상상력이고 둘째도 상상력인 만큼, 이것을 엿보는 것은 빼놓을 수 없는 재미가 분명하다. 또한 새롭게 등장한 인물들을 보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다. 팅커 벨의 자리를 대신하고 있는 귀여운 요정 파이어플라이어, 악어의 뱃속에서 나온 뒤 서커스단을 이끌고 나타난 후크 선장이자 후크 선장이 아닌 라벨로 등의 활약과 그들이 전작의 인물들과 어울리는 과정을 보는 것은 속편을 볼 때만 누릴 수 있는 기회임에 분명하다.

<돌아온 피터팬>이 형을 뛰어넘는 아우가 될지는 장담할 수 없다. 하지만 한 가지는 장담할 수 있다. <피터팬>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누가 더 잘났나를 따지지 않고 그런 것에 신경 쓰지 않는다는 것이다. <피터팬>의 속편의 값어치는 그런 것이 아니다. 가슴속에 묻혀 있던, 이제는 기억마저 희미해졌던 어린 날의 영웅을 되살려준 것만으로는 충분한 것일 게다. <돌아온 피터팬>은 그것으로 제격이다. 네버랜드에서 피터팬을 만나게 해주는 요정의 마법, 그것이 가득 담겨 있으니까.

돌아온 피터팬

제랄딘 맥코린 지음, 조동섭 옮김,
김영사,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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