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과 이슬 대신 '쓰레기 시멘트'를 찍으러 다닌 최병성 목사.뉴스앤조이 신철민
- 오염 실태를 구체적으로 조사한 결과가 나왔나.
"여러 군데서 나왔다. (사)한국환경사회정책연구소가 강원도 영월의 현대시멘트와 쌍용시멘트 공장 인근 지역의 낙하분진을 조사했다. 지정폐기물(정부가 인체에 유해하다고 판단해 특별관리 대상으로 지정한 쓰레기)과 비교해도 카드뮴이 20배, 납이 96배, 비소가 18배, 구리가 22배가 더 많이 검출됐다. 한나라당 한선교 의원은 10월 30일 열린 환경부 국감에서 시멘트 공장 주변 농지의 중금속 오염 실태를 발표했다.
한 의원에 따르면, 영월 공장 주변이 전국 농지보다 납 40배, 비소 6배, 수은 3배, 6가크롬 3배가 많았고, 단양 공장 주변은 비소 31배, 카드늄 11배, 아연 3배가 많았다. 토양오염이 심각한 실정이라고 발표했다. 사람이 살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한국화학시험연구원과 강원도보건환경연구원이 각각 작년 11월과 12월 영월 지역 농산물을 조사했다.
이 조사에서 크롬의 경우 전국 평균치의 20배 가량, 전국 최저치에는 95배에 달했다. 전국 농산물에서는 검출되지 않거나 극히 미미하게 나온 구리가 7.2mg/kg이 나왔다. 거기서 나는 쌀과 사과·인삼·옥수수·고추 등 각종 과일과 채소 등 농산물은 도저히 먹기 힘든 것이지만 고스란히 우리 밥상에 오른다. 이래도 그 지역만의 문제인가.
- 최근 목사님이 몇몇 언론에 문제를 제기한 덕분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데.
"인터넷 언론과 잡지에 기고했고, 방송사에서도 보도했다. 민주노동당 단병호 국회의원과 함께 '시멘트의 유해 물질 함유 실태 개선을 위한 정책 제언'을 만들었고, 국정감사에도 참고인으로 출석했다. 한나라당 한선교, 열린우리당 우원식 의원도 강하게 시멘트의 유해성 문제를 제기했다. 또 앞으로 국회에서 시멘트 문제 해결을 위한 공청회를 열 예정이다.
이번 국정감사에 출석한 이치범 환경부장관은 폐기물관리정책이 잘못된 게 아니라, 폐기물의 관리 감독과 기준이 완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시행한 게 문제라고 했다. 폐기물 관리 정책에 전반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렇게 잘못을 인정하면서도 그는 외국도 산업 폐기물 처리에 시멘트 소성로를 많이 이용한다고 변명했다. 언론의 집중 포화를 맞은 환경부가 여러 대책을 내놓았다. 그러나 강제 규정이 아니라 기업의 자율에 맡기겠다고 한다. 차라리 대책을 내놓지 않는 게 낫지."
- 환경부장관 말처럼 외국에서도 산업 쓰레기를 사용하는 건 사실이지 않나.
"그렇다. 그렇지만 외국은 법으로 엄격하게 규제한다. 시멘트 내의 6가크롬과 같은 발암 물질에 대한 함유량 기준을 정하고 이를 초과하지 않도록 강제 규정을 만들었다. 그래서 공장들이 산업 쓰레기를 사용하더라도 그 양을 조절한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이런 기준이 없다. 시멘트 KS규격은 압축 강도에 대한 규제만 있다. 얼마만큼 빠르게 잘 굳느냐를 따질 뿐, 인체에 해로운 물질이 들어있는지는 관심조차 없다. 외국은 시멘트 제품에 규제와 함께 시멘트 소성로에 배출 가스 중에 납, 수은, 구리, 비소 등 각종 중금속 규제를 통해 쓰레기 사용량을 통제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시멘트 배출가스 기준은 먼지, 질산화물, 황산화물 세 가지만 따질 뿐 단 하나의 중금속에 대한 규제도 없다."
- 시멘트 업계의 반발도 만만치 않을 것 같은데.
"주변에서 몸조심하라는 소리를 자주 듣는다. 그들은 유명한 법률회사가 뒤를 받쳐주고 있다. 내가 말 한마디 실수하면 그걸 꼬투리로 엄청난 액수의 손해배상 소송을 걸 것이다. 시멘트 회사에서는 간간이 내게 손해배상 소송을 걸 수 있다는 협박성 이야기를 던진다. 그러나 시멘트 업계가 내게 소송을 건다면, 나는 각종 중금속에 노출된 지역 주민들과 아토피를 앓는 국민들과 건설현장 노동자들과 함께 대국민 소송을 준비하겠다고 했다. 그렇지만 시멘트 회사를 망하게 할 생각은 없다. 깨끗한 시멘트를 만들면 그것으로 족하다."
"인체에 해를 입히는 유해물질 규제기준 만들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