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는 나의 여행> 첫 쪽에는 임영신이 여행 내내 품었던 말이 신영복 선생의 글씨로 씌어 있습니다.소나무
한국으로 돌아온 임영신은 "바그다드가 함락되고 구호단체들이 요르단에 머물며 전쟁이 끝나지 않은 이라크에 들어오지 않아, 총에 맞고 파편에 맞은 사람들로 가득한 병원에는 마취제가 없어 그냥 팔과 다리를 잘라내는 수술을 하고 전기도, 수도도, 소독장비나 수술 장비도 없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는 풀지도 못하고 현관에 두었던 여행 가방을 챙겨들고 곧바로 다시 이라크로 향합니다.
요르단을 통해 이라크 국경을 넘자 그녀를 맞이해 주는 것은 환히 웃던 이라크 사람들이 아니라 승자의 인사를 건네는 미군 탱크와 검문검색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녀는 "병원으로 실려 오는 시체와 잘린 다리를 가방에 들고 들어서는 사람을, 총에 맞아 온몸이 피범벅이 된 채 들어서는 소녀를, 머리가 깨져 뇌가 흘러나오는 참혹한 모습"과 마주하게 됩니다.
평화를 위해 일하려면 죽음을 볼 수 있어야
그리고 또 참혹한 죽음의 현장에서 그들을 돕고 있는 의사들과 마주하게 됩니다. 독자들은 미군이 점령한 바그다드에서 임영신을 통해 국제구호단체 조차도 접근하지 않는 전쟁 한 가운데서 사람들을 돕는 전쟁의사 '자크'를 만나게 됩니다.
"평화를 위해 일하려면 죽음을 볼 수 있어야 합니다. 죽음을, 죽어가는 자를 볼 수 있는 곳에 서 있어야 살릴 수도 있는 거니까요"(본문 중에서)
그는 1967년 베트남 전쟁부터 지난 37년간 한 해도 그치지 않고 해마다 분쟁지역을 찾아다닌 '전쟁 의사'입니다. 그의 오른손엔 검지가 없습니다. 전쟁터에서 수술을 하다가 총에 맞아 손가락을 잘라냈다고 합니다. 그는 늘 전쟁의 한 가운데 서있는 의사였던 것입니다.
모두 3부로 씌어진 <평화는 나의 여행> 2부는 미군이 이라크를 점령한 후 일본에서 출항하는 '평화를 여행하는 배' 피스보트를 타고 떠난 여정에 관한 기록입니다. 베트남, 인도, 스리랑카, 에리트레아, 터키로 이어지는 한 달여간의 피스보트 여행에서 만난 사람들과 피스보트 프로그램, 반전 평화행동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일본 평화운동가들이 만든 피스보트는 한 해에 세 바퀴씩 지구를 일주하고 남한과 북한을 다녀오는 평화여행이자 평화운동입니다. 수백 명의 승객과 게스트 자원봉사들 등이 함께 여행하며 평화와 전쟁의 이면을 보여주는 분쟁지역 방문, 시위, 토론, 세미나 등 여러 가지 프로그램이 진행됩니다.
평화는 결국 나의 선택
독자들은 임영신을 통해 올리버 스톤의 영화 <하늘과 땅>의 원작자인 베트남 여성 랠리 헤이슬립을 만날 수 있습니다. 그녀가 말하는 평화는 이렇습니다.
"전쟁을 위해 일한다면 전쟁이 여러분의 미래가 될 것입니다."
"평화를 위해 일한다면 평화가 여러분의 미래가 될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말합니다. 나는 평화를 원한다고, 그러나 그들이 평화를 위한 선택과 행동을 하지 않는다면 결국 전쟁과 죽임에 참여하게 된다는 것을 깨달아야 합니다."
그리고 제 3부는 레바논, 스위스, 프랑스, 독일, 필리핀으로 떠난 평화여행 이야기입니다. 분쟁지역, 폭탄이 퍼붓는 곳이 아니라 삶의 현장에서 그리고 공동체에서 자신의 내면에서 깊은 성찰을 통해 평화를 찾아가는 사람들을 만나는 이야기 입니다. 평화를 위한 거래 '공정무역'은 삶의 현장에서 매일 매일 평화를 위한 선택을 하는 거라고 알려줍니다.
<평화는 나의 여행>을 통해 임영신은 '평화로 가는 길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평화가 바로 길'이라고 거듭 이야기 합니다. 책을 시작하는 첫 페이지에 실린, 그녀에게 '삶으로 말씀으로 평화를 가르쳐 주신' 신영복 선생님이 쓴 "평화로 가는 길은 없습니다. 평화가 곧 길입니다"라고 씌어진 붓글씨 인쇄본은 독자들에게 주는 덤 입니다.
<평화는 나의 여행>을 읽는 동안 그녀를 통해, 평화를 위해 목숨 거는 이탈리아 아가씨 시모나, 37년간 전쟁의 한 가운데를 지킨 전쟁의사 자크, 해군제독출신의 평화운동가 인도의 람다스, 베트남의 랠리 헤이슬립, 일본인 노나카씨와 같은 세계 곳곳에서 일 하는 평화운동가들과 만나는 기쁨을 누일 수 있어 행복했습니다.
책의 끝머리에는 이 땅에 사는 젊은이들에게 평화를 경험하는 '평화여행'을 권면하는 임영신의 바람이 담긴 '평화여행 길라잡이'가 실려 있습니다. 평화를 원한다면 아이들에게 평화를 가르치고, 평화를 원한다면 아이들과 평화를 노래해야 합니다. 평화를 위한 선택과 행동은 결국 우리에게 달려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 평화는 나의 여행/ 임영신지음 - 소나무/ 292쪽, 10,000원
평화는 나의 여행
임영신 지음,
소나무,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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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YMCA 사무총장으로 일하며 대안교육, 주민자치, 시민운동, 소비자운동, 자연의학, 공동체 운동에 관심 많음.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활동하며 2월 22일상(2007), 뉴스게릴라상(2008)수상, 시민기자 명예의 숲 으뜸상(2009. 10), 시민기자 명예의 숲 오름상(2013..2)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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