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룡포 과메기가 진짜 과메기지"

과메기 익어가는 구룡포의 겨울이야기

등록 2006.11.13 14:52수정 2006.11.13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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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구룡포로 가는 입구에 서있는 대형 입간판이 과메기의 고장을 알리고 있다.

구룡포로 가는 입구에 서있는 대형 입간판이 과메기의 고장을 알리고 있다. ⓒ 정태현

며칠새 찬바람이 불면서 꽁치의 비린 내음이 나는 과메기의 원조 고장 구룡포에는 주민들의 일손이 바빠지고 있다. 포항에서 포스코를 지나 호미곶으로 향하는 31번 해안도로를 20여㎞ 달리면 '원조 구룡포 과메기'라는 대형 입간판이 눈에 들어온다. 과메기의 고장 구룡포라는 설명이다. 요즘 들어 이 구룡포를 모르는 사람들은 별로 없으리라.


예로부터 구룡포는 동해안 최대의 어항이었다. 수산물 어획 규모로 보나, 어선수로 보나 구룡포는 동해안 최대의 항·포구였다. 한창 명성을 날리던 1942년 구룡포는 지금의 인천광역시와 함께 읍으로 승격된 희망의 고장이었다. 그러나 지금, 인천은 성장할 만치 성장한 광역시가 되었지만 구룡포는 오히려 인구가 줄어 인근 면보다 더 왜소한 고장으로 시름시름 앓고 있다.

그런데도 아직 자존심은 무척 살아 있는 고장임에는 분명하다. 영덕대게로 유명한 영덕보다 더 많은 게를 어획하는 곳이 구룡포요, 울릉도 오징어로 유명한 울릉도보다 더 많은 오징어를 어획하는 곳도 구룡포이다. 그런데 이를 아는 외지인들은 그리 많지 않다.

그러한 구룡포가 요즈음은 시가지를 들어서면 온통 비릿하면서도 구수한 냄새가 진동하는 과메기천국으로 변하고 있다. 인근 포항은 물론, 경주, 울산, 영덕, 울진 쪽에서도 과메기를 많이 생산하다 보니 행여나 포항 과메기, 영덕 과메기에 의해 구룡포 과메기가 덮일까 고심하고 있는 주민들이 비린내를 함께 하고 있기 때문이다.

많은 미식가들은 구룡포산 과메기를 제일로 친다. 과메기가 최근 언론에 자주 소개되면서 구룡포의 위상이 높아진데다 구룡포에서 만들어진 과메기가 가장 과메기다운 맛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구룡포 과메기 맛이 명품 대우를 받다보니 포항에서 만들어진 과메기가 '포항·구룡포 과메기'라는 이름으로, 영덕에서 만들어진 과메기가 한때는 '영덕·구룡포 과메기'로 소비자를 현혹하기도 했다. 포항 과메기면 포항 과메기고 영덕 과메기면 영덕 과메기지, 아무런 관련 없는 구룡포라는 지명은 왜 집어넣어 혼돈을 주느냐는 말이다.


그래선지 요즈음은 짝퉁 구룡포 과메기도 판을 친다. 이것은 아마 타지인들이 구룡포 과메기를 가장 선호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제 명품 과메기라고 자부하는 '구룡포 과메기'를 손질하는 주민들의 어깨는 무거워졌지만 과메기 전업 주민들은 불어나는 소득에 아우성을 지르고 있다.

a 날씨가 추워지면서 구룡포는 과메기를 만드는 주민들의 일손이 바빠지고 있다. 과메기 덕장에 가서 꽁치를 베지면 능력에 따라 하루 10-20만원의 수입을 올린다.

날씨가 추워지면서 구룡포는 과메기를 만드는 주민들의 일손이 바빠지고 있다. 과메기 덕장에 가서 꽁치를 베지면 능력에 따라 하루 10-20만원의 수입을 올린다. ⓒ 정태현

구룡포에서 나야 구룡포 과메기지


과메기란 말이 최근 백과사전에도 등재되었고 대중에게도 일상적인 용어로 인식이 되어 그의 어원이 어떠했는지는 이젠 중요치 않다.

맛있고 영양 많은 수산건어물로 다 알아 듣기 때문이다. 그러나 과메기는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산지인 구룡포, 포항사람들이나 먹는 지역 토속음식이었다. 이제는 전국에서 알아주는 백화점이나 마트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을 정도로 사람들의 입맛을 점령해 버렸다.

이러다보니 구룡포에서는 어디를 가도 과메기를 쉽게 만날 수 있다. 구룡포를 들어서는 입구의 도로 주변에서부터 횟집은 물론, 건어물상회, 심지어는 구멍가게 간이 매점까지 새끼줄에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그래선지 구룡포에서 인근 호미곶 방향의 해안도로 주변 곳곳에 널리고 깔린 것이 과메기덕장이요, 과메기 판매점이다. 그래서 이 과메기들이 겨울바다의 쪽빛과 차가운 파도소리가 어울려 겨울 구룡포를 한 폭의 그림으로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면서 과메기도 이젠 진화(?)를 했다. 예전엔 청어를 이용했지만 지금은 대부분 꽁치를 이용한다는 점이다. 지금은 청어보다 꽁치가 흔해졌기도 하지만 청어는 비린 맛이 심한데다 지나치게 기름지고 가격도 높아 꽁치로 한 과메기가 담백하여 더욱 호평을 받는다. 과거 호미곶 일대는 파도에 밀려오는 청어를 감당할 수 없어 과메기로 만들어 먹었다고 한다. 지금도 호미곶 일몰로 유명한 곳의 지명이 까꾸리께(鉤浦溪)라고 불려지는 곳도 있다.

밀려오는 청어를 갈고리로 끌어 담을 정도였다고 하니 과메기의 고장 구룡포는 이미 하늘이 준 선물이었나 보다. 요즘의 꽁치과메기는 통과메기보다는 현대인이 먹기 좋은 베지기 과메기로 그 건조방법도 변하고 있다는 점이다.

꽁치를 살짝 씻어 15일 이상을 그늘에 건조하는 것이 '통과메기'요, 꽁치를 양쪽으로 접을 뜨서 내장과 뼈를 분리하여 다시 깨끗한 물에 씻고 3-4일 건조한 것이 일명 '베진 과메기'가 된다. 칼로 베졌다고 베진 과메기라고 한다.

지금은 별로 눈에 띄지 않지만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그 흔한 통과메기는 구룡포의 차디찬 겨울 칼바람을 맞으며 익어갔다. 어찌 보면 겨울밤엔 얼었다가 낮의 잠깐시간에 녹기를 여러 번 반복하면서 익어갔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15일 이상을 숙성 건조하는데다 외지인들은 물컹물컹한 맛에 입맛들이기 좀처럼 어려웠을지도 모른다.

이 통과메기는 내장채로 차가운 바닷바람에 반건조되면서 숙성이 된다. 소위 숙성건조다. 이 과정은 오징어처럼 햇볕에 건조시키는 것이 아니라 그늘에서 건조해야만 제대로 된 맛과 영양이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즉 오징어처럼 급속건조를 하면 과메기가 아니라 건꽁치가 되며 건꽁치와 과메기는 원재료는 같아도 그 맛이 다르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지 오래다.

a 과메기를 만드는 덕장들은 통과메기보다는 3-4일만에 판매가 가능한 베진과메기를 만들어야 수입이 빠르단다. 과메기를 처음 맛들이는 소비자들도 베진과메기만 찾는단다.

과메기를 만드는 덕장들은 통과메기보다는 3-4일만에 판매가 가능한 베진과메기를 만들어야 수입이 빠르단다. 과메기를 처음 맛들이는 소비자들도 베진과메기만 찾는단다. ⓒ 정태현

진짜 과메기 마니아는 통과메기 좋아해

그러나, 지금 유행하는 베진 과메기는 이를 쉽게 입맛 들게 하는 방법을 만들었다. 꽁치를 반으로 가르니 건조의 속도도 빠르고 내장에서 흐르는 핏기도 없다. 비린 맛도 적다. 과메기를 처음 먹어보는 사람들은 이처럼 딱딱하게 건조된 것을 찾는데 그 맛이 덜 마른 마른멸치와 비교된다.

이 베진 과메기는 3-4일 건조하는 동안 얼면 안 된다. 통과메기는 밤엔 얼고 낮엔 해동되어야 하지만 베진 과메기는 건조되는 동안 얼리면 맛이 틀리다. 얼면 볼그스레한 과메기의 인상은 어디 가고 막걸리 한 잔 먹고 눈 추위에 허옇게 얼어버린 아저씨 같이 버석버석하다.

구룡포사람들은 이 '언 과메기'는 조림을 하거나, 구워먹지만 소위 과메기로 먹지 않는다. 과메기 특유의 맛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이렇듯 구룡포 사람들은 물렁물렁한 진짜(?) 통과메기를 즐긴다. 이 맛은 먹어 보면서 늘어나는 과메기의 속맛이리라. 그러나 이걸 본 외지인들은 구룡포 사람들을 미개인이라고 하기도 한다. 반쯤 부패된 꽁치를 먹는다고 실색을 하기도 했다. 그만큼 구룡포는 과메기의 원조 고장답게 마니아들이 많은 곳임은 분명하다.

사실 과메기는 사실 소주 한잔에 어우러지는 안주로는 최고로 친다. 이 과메기를 밥반찬으로도 좋은 음식이지만 추운겨울 소주 한잔과 곁들이는 과메기는 하얀 겨울밤을 따뜻하게 데워 주는 둘도 없는 친구가 되는 친구이리라.

a 과메기를 만드는 구룡포 주민들은 혹시 구룡포의 위상에 누가 되지 않을까를 먼저 생각하며 명품, 구룡포 과메기를 만들고자 정성을 다하고 있다.

과메기를 만드는 구룡포 주민들은 혹시 구룡포의 위상에 누가 되지 않을까를 먼저 생각하며 명품, 구룡포 과메기를 만들고자 정성을 다하고 있다. ⓒ 정태현

온 구룡포를 과메기가 덮고 있듯이 이 산업에 종사하는 구룡포인들의 수도 대단하다. 그들은 지역의 명예를 걸고 '질좋은 과메기생산'을 모토로 서로 선의의 경쟁을 하고 있는 것이다.

연말이 되면 구룡포 특산품축제가 열려 구룡포 과메기를 전국적으로 알리고 있다. 구룡포 시가지로 진입하는 입구에는 과메기를 홍보하며 판매하는 천막들이 수십 개가 늘어서 있다. 전국의 많은 미식가나 여행가가 일출여행을 즐기며 이 곳을 방문할 것이다. 이제 구룡포 사람들은 원조 과메기의 명성을 훼손하지 않으려고 겨울밤을 밝히며 언 손으로 과메기를 손질하고 있다. 아마 이러한 주민들이 있어 이들이 진정 구룡포의 터줏대감들이리라.

구룡포 과메기 맛있게 먹는 법

■과메기를 어떻게 하면 맛있게 먹을까?

통과메기든 베지기과메기든 우선 과메기의 껍질을 벗긴다. 그리고는 먹기좋은 크기로 잘라서 물미역, 쌈배추, 미나리, 고추, 쪽파, 마늘 등을 초고추장과 같이 쌈을 싸서 먹는다. 씹으면 씹을수록 구수한 맛이 살아 나올 것이다. 혹시 처음 먹는 사람들이라 비리다고 느낄때는 조미김을 한 장 먹는다. 그리고 쌈과 같이 먹으면 맛도 한결 깔끔해진다.

■ 과메기엔 어떤 영양소가 많을까?

과메기는 원재료인 청어나 꽁치보다 영양가가 높다. 꽁치를 과메기로 만들었을 경우 어린이 성장과 피부미용에 좋은 DHA와 오메가3지방산의 양이 상당히 증가한다. 또한 과메기로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핵산이 점점 많이 생성되어 피부노화, 체력저하, 뇌 쇠퇴 방지에 효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반적으로 보관은 냉동실을 권한다.

1-2일 사이에 먹을 때에는 김치냉장고나 살얼음실이 좋겠지만 하루를 넘길 때에는 반드시 냉동실에 보관해야 한다. 즉 이 말은 제때에 먹는 것이 최고라는 이야기다. 무슨 음식이든지 다 마찬가지겠지만.

■과메기를 다른 방법으로 먹는 경우도 많다.

회처럼 작게 썰어 갖은 채소와 버무려 먹는 과메기무침, 간장에 조림해서 먹는 과메기 조림, 작게 토막내어 튀김의 재료로 쓰는 과메기 튀김, 초밥에 넣는 과메기 초밥, 시래기국에 과메기 몇 조각 넣으면 구수한 과메기 시래기국 등 개발된 음식도 다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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