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한번 해 보자. 끙끙, 끙끙"

[아가와 책 52] <응가 하자, 끙끙>과 <상처딱지>

등록 2006.11.15 10:13수정 2006.11.15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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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응가하자, 끙끙>
책 <응가하자, 끙끙>보림
아이가 돌이 지나면서 엄마들은 슬슬 아이의 배변 훈련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한다. 젖 끊는 일과 기저귀 떼는 일에 대해서는 우리나라 엄마들이 가장 빨리 해치운다고 하니, 지나친 교육열이 이런 기초 생활 습관 형성에까지 영향을 미치는가 싶어 마음이 씁쓸하다.

아이들은 꼭 엄마가 강제로 배변 훈련을 시키지 않더라도 주변 사람들의 행동을 통해 변기에 응가 하고 쉬하는 습관을 자연스럽게 배운다고 한다. 때가 되면 자연히 가리게 될 것을 굳이 극성스럽게 아이에게 변기 사용을 강요할 필요는 없다. 그럼 어떤 방법으로 배변 훈련을 시키면 좋을까?


일단 어른의 행동을 모방하길 좋아하는 아이의 행동 특성을 고려하여 부모가 변기를 사용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좋다. 화장실에 앉아 있는 모습을 감추려 하지 말고 자꾸 보여주면서 '엄마는 지금 응가 하는 거야, 변기에다 쉬하네, 울 아가두 얼른 커서 변기에 쉬하자'라는 말을 해주다 보면 아이는 스스로 변기에 배변해야 한다는 사실을 터득하게 된다.

배변과 관련된 그림책을 보여 주는 것도 좋다. 서점에는 배변 훈련과 관련하여 다양한 종류의 책들이 나와 있다. 아이에게 몇 권의 책을 보여 주고서 가장 흥미를 갖는 것을 고르면 된다. 그 중 우리 아이에게 골라 준 것은 <응가 하자, 끙끙>이라는 아주 단순하면서도 재미있는 책이다.

"응가 하자. 끙끙, 끙끙, 끄응끙"

이 책에는 다양한 동물들이 나와 변기에 응가 하는 모습을 보여 준다. 염소, 하마, 말처럼 아이에게 친숙한 동물들이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끙끙거리며 응가를 하고 '이야, 나왔다, 야호'라고 외치며 즐거워하는 것이 전부인 매우 단순한 내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아이는 이 책을 참 좋아한다.

몇 번이고 읽어달라고 가지고 오는데 엄마가 보기엔 무척 단순한 내용이 아이 눈높이에 맞는가 보다. 특히 맨 마지막에 나오는 통통한 아가의 모습은 마치 우리 아이를 보는 것 같아 너무 귀엽게 느껴진다. 팬티만 걸친 채 변기에 앉아 응가 하려고 끙끙거리는 아이. 처음엔 실패하여 응가가 안 나오지만 다른 동물 친구들의 격려를 받고 다시 시도해 본다.


"응가 하자. 끙끙, 끙끙, 끄응끙.
어머, 안 나왔네. 하지만 괜찮아.
다시 한번 해 보자. 끙끙, 끙끙, 끄응끙.
이야, 나왔다. 잘 했어!"


이렇게 끝나는 장면에서는 아이가 동물 친구들과 손을 맞잡고 기뻐하는 모습이 유쾌하게 그려져 있다. 특히 변기에 놓인 응가 모습이 너무 재미나게 묘사되어 보는 이를 즐겁게 한다. 우리 아이는 이 주인공이 마치 자기처럼 느껴지는지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재미있어 한다. 그림책에 나오는 귀여운 아기 모습과 우리 아이의 해맑은 얼굴에 엄마는 절로 미소를 짓게 된다.


"상처딱지는 상처의 찌꺼기, 상처의 똥일 거야"

책 <상처딱지>
책 <상처딱지>한림출판사
이 책과 마찬가지로 자기와 비슷한 아이들의 모습이 그려져 있어서 우리 아이가 좋아하는 책으로 <상처딱지>가 있다. 이 책의 경우 글자수가 꽤 되고 내용 또한 약간 복잡한 과학적 상식을 다루고 있어서 4세에서 7세 정도의 어린이에게 적합하다. 이제 13개월인 우리 아이에게 모든 내용을 다 읽어주기에는 약간의 무리가 있어서 그림을 보여주며 이야기하는데 아이가 책의 그림을 참 좋아한다.

책은 아이들이 흔히 상처 딱지를 떼어 내고 싶어 하는 마음을 잘 표현하여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첫 장을 펼치면 "떼어내고 싶다/ 떼어 내고 싶어/ 상처딱지/ 떼어 내고 싶어"라는 단순한 구절로 시작한다. 곱슬머리 아이가 나와 상처 딱지를 떼어내려는 장면이 나오고 그 옆에 아주 커다란 글씨로 '앗! 상처딱지 떼면 안돼!!'라는 문구가 쓰여 있다.

상처 딱지가 어떻게 생겨나고 왜 떼어내면 안 되는지에 대해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쓴 점이 돋보인다. 대부분의 다른 과학 동화들은 지나치게 지식 전달에만 치중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 책은 그보다 아이들의 일상을 다루면서 과학 상식을 전달하는 편이다. 상처딱지를 보는 아이들의 생각은 참 다양하다.

"피가 나오다가 상처딱지가 생겼으니까 상처딱지는 결국 피가 아닐까?
내 상처딱지는 얇은 종이 같아. 상처딱지는 종이가 아닐까?
상처딱지는 상처의 찌꺼기. 상처의 똥일 거야. 상처의 똥!
내 상처딱지는 딱딱한 게 꼭 과자 조각 같아. 먹어 봐도 될까?"


자기 모습이 나오는 책을 좋아하는 아이들

이처럼 기상천외한 생각을 갖고 있는 것이 바로 우리 아이들의 모습이 아닐까 싶다. 내 어린 시절을 돌이켜 보면 나 또한 이와 비슷한 생각을 하며 자랐던 것 같다. 그래서인지 이 책은 한번쯤 넘어지거나 긁혀 상처를 얻어 본 아이들에게 많은 공감을 준다. 이와 더불어 상처딱지가 왜 생기고, 왜 떼어내면 안 되는지에 대한 설명이 담겨 있어 과학적 지식도 쉽게 전달한다.

아이들은 자기들 모습이 나오는 책을 참 좋아한다. 아마 자기들 눈높이에 맞춰서 자신의 일상생활을 그대로 보여주기 때문일 것이다. 아이의 그림책을 고를 때 어른의 시각으로만 보지 말고 아이의 관점을 한 번쯤 생각해 보자. 그러면 아이가 좋아하는 책을 제대로 고를 수 있지 않을까?

응가하자, 끙끙 (보드북)

최민오 지음,
보림,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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