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폭탄' '공급확대' 파상 공세
부동산에선 정부보다 강한 조중동

[부동산 언론을 말한다 ①] 불패신화 만드는 '부동산 오적'으로 꼽히기도

등록 2006.11.16 16:46수정 2006.11.17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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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주거불안을 낳고 있는 아파트값 폭등의 밑바닥에는 '부동산 불패신화'가 도사리고 있습니다. 심상정 민주노동당 의원은 이런 불패신화를 만든 '부동산 오적(五賊)으로 재벌건설업체, 경제관료, 정치인, 투기 논리를 제공하는 어용학자와 더불어 보수언론을 꼽습니다. 이 가운데서도 늘 비판의 성역에 있었던 보수언론의 부동산보도를 모니터해 온 토지정의시민연대 남기업 사무처장이 그 문제점을 짚습니다. <편집자주>
2005년 8월23자 <조선>의 '8·31 부동산대책…무차별 '세금폭탄' 터지나'.
2005년 8월23자 <조선>의 '8·31 부동산대책…무차별 '세금폭탄' 터지나'.

대한민국의 부동산 정책을 만드는데 가장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곳은 어디일까? 정부와 여당일까? 아니면 야당일까? 민언련과 토지정의시민연대가 지난 7월부터 5개월 동안 언론에 대한 부동산 보도를 모니터한 결과 내린 결론은 <조중동>이었다.

얼마 전 고려대 최장집 교수는 참여정부를 통렬히 비판하면서 아래와 같이 말한 바 있다.

"노무현 정부는 매일 같이 안 된다고 하면서 '조중동' 책임으로 돌린다. 나는 이게 매우 싫다. 문제의 책임을 <조중동>에 돌리는 것은 올바른 해결책이 아니다. 사실 <조중동>이 강하지도 않다. <조중동>은 좋은 않은 민주주의의의 결과일 뿐, 독립변수로서 큰 역할을 하지 않는다. 국가권력이 얼마나 강한데, 정부의 정책적 방법을 통해 비합리적인 논조가 주는 역할은 축소될 수 있다."

부동산 시장에 한해서만 평가하자면 최 교수는 완전히 틀렸다. <조중동>은 부동산 시장에서 국가보다 더 강하다. 또한 매우 강력한 독립변수다. 매일같이 세금폭탄이니 공급부족이니 하는 말을 쏟아내면 세금을 강화하여 투기적 가수요를 제거하려는 정책은 성공할 수가 없다. 부동산 시장은 다른 어느 시장보다 '기대'와 '심리'가 중요하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정부정책을 공격하는 기사가 지속적으로 등장하게 되면 어느새 조중동의 자기충족적 예언은 성취되고 만다.

그러면 <조중동>은 왜 이렇게 부동산 정책을 후퇴시키고 투기방임을 조장하는 걸까? 그들이 대한민국에 진정한 자유시장경제가 정착되기를 바라기 때문일까? 글쎄다. 아마도 <조중동>으로 대표되는 한국 사회 주류(main stream)의 가장 안전한 물적 토대가 바로 부동산이기 때문이라고 보는 것이 더 합리적인 해석일 것이다.

<조중동>의 보도 메커니즘

우리는 지난 8·31대책, 3·30대책을 전후한 <조중동>의 부동산 보도를 분석한 결과 다음과 같은 보도의 흐름이 있음을 발견하게 되었다.

① 정부 정책을 무력화시킬 수 있는 악의적인 용어를 만들어낸다. 투기적 가수요를 억제하려는 보유세 및 양도세 현실화를 세금폭탄-이른바 '세금폭탄론'-이라고 공격한다. 그리고 그것의 대안으로 '공급확대론'(부족론)을 내세운다.

② '세금폭탄론'과 '공급확대론'을 전파할 학자나 전문가들을 모아 지면에 배치시킨다. 그들은 자신들이 가진 지식을 총동원하여 '세금폭탄론'과 '공급확대론'이 맞다는 것을 주장하면서, 정부의 정책에 '좌파적' 혹은 '사회주의적'이라는 딱지를 붙인다. 즉 정부의 정책이 반(反)시장적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 전문가들은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궁극적으로 실패할 것이라는 예언을 한다.


③ 이런 기사를 계속 접하는 시장참가자들은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해서 불신하게 되고, 특히 서민들은 정부의 말을 믿고 기다리다가는 영영 집을 못 살 수도 있다는 불안감을 갖게 된다. 조중동의 자기충족적 예언이 서서히 실현되어가는 것이다. 조중동은 이런 민심의 동태를 자신들에게 유리한 논조로 빠짐없이 보도한다.

④ 야당인 한나라당은 조중동과 비슷한 주장을 시장경제라는 이름으로 반복해서 주창한다(얼마 전 강재섭 대표의 국회연설을 보라!) 야당은 정부의 정책을 형해화시키는 법안을 끊임없이 발의한다. 여당의 경제통이라고 하는 의원들도 기회가 될 때마다 동의를 보낸다. 때를 놓치지 않고 조중동은 이와 같은 태도에 대해서 지지하는 기사를 내 보낸다.


⑤ 선거에서 패배한 여당이 부동산 정책의 후퇴를 고려한다는 주장이 나오면, 조중동은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정신차리고 시장을 존중해야 한다'고 격려한다.

⑥ 이런 일련의 상황이 전개되면 부동산 시장은 들끓기 시작하고, 투기자들은 기지개를 켜면서 투기하러 시장에 나온다. 세입자들도 정부를 원망하며 부동산 시장에 실수요자로 등장한다. 조중동의 예언이 점점 실현되어간다.

⑦ 가격이 급등한다. 조중동은 결국 자신들의 말이 맞았다면서 정부를 가차 없이 공격한다. 그러면서 처음에 자신들이 제시한 방향으로 가라고 호통친다. 결국 정부는 '공급부족론'을 수용하여 공급을 확대시키는 정책을 발표한다. 그러면 시장이 더 요동친다.

⑧ 조중동은 얼굴빛 하나 안 변하고 버블 붕괴를 걱정하는 기사를 내보낸다.


이런 조중동의 핵심주장을 짧게 요약하면 <세금폭탄론 + 공급확대론 = 투기방임론>정도가 될 것이다. 가격이 올라가는 것은 공급이 부족하다는 뜻이므로 세금으로 잡으면 안 되고 공급을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들의 논리가 얼마나 위험한지, 하나하나 검토해보자.

세금폭탄? 도대체 국민에게 폭탄을 안기는 정부가 어디 있는가?

세금폭탄 우려로 부동산 거래가 실종됐다는 내용의 <동아일보> 6월 9일자 1면 머릿기사.
세금폭탄 우려로 부동산 거래가 실종됐다는 내용의 <동아일보> 6월 9일자 1면 머릿기사.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세금을 싫어한다. 거기에다가 대단히 부정적 용어인 '폭탄'까지 합쳐지면 어떻게 되겠는가? 세금과 폭탄의 결합은 최악의 조어인 셈이다.

그러나 '세금폭탄론'은 명백한 거짓말이다. 참여정부가 8ㆍ31부동산 대책에서 내놓은 보유세 실효세율은 2017년에 가서야 선진국의 절반 수준인 0.61%에 도달한다. 0.61%가 폭탄이라면 선진국 정부는 국민들에게 핵폭탄이라도 투하한다는 말인가?

다른 세금과 달리 보유세는 사회로부터 받은 대가에 대해서 납부하는 성격이 짙다. 강남과 분당에 있는 주택이 비싼 이유는 무엇인가? 그것은 그 지역에 도로, 문화시설, 교육시설 등 사회적 인프라가 잘 갖추어져 있기 때문이다. 이런 시설들을 설치한 것은 개인이 아니라 정부다. 따라서 보유세는 사회 혹은 정부로부터 받은 혜택에 대한 대가의 일부를 세금의 형태로 내는 것으로서 징벌적 세금이라 할 수 없다.

그동안 한국의 보유세 실효세율이 선진국에 비해 대단히 낮았다는 것은 너무 잘 알려져있는 사실이다. 다시 말해 부동산 소유자들이 사회로부터 받은 혜택에 비해서 너무나 적은 대가를 지불한 것이다. 이것을 참여정부가 2017년까지 선진국의 절반 수준으로 올린다고 한 것뿐인데, 이를 두고 세금폭탄이라고 왜곡하다니!

또한 8·31대책에서 1가구 2주택 소유자에 대해서 50%, 3주택 이상에 대해서는 60%의 양도세를 부과하겠다고 하는 것, 역시 결코 세금폭탄의 범주에 들 수 없다. 양도차익이라고 하는 것은 실현된 불로소득이다.

투기는 불로소득을 노리고 발생한다. 제대로 된 국가라면 불로소득을 환수하여 그것을 노리고 발생하는 투기를 차단해야 하지 않겠는가? 그리고 지금도 1가구 1주택자 대부분은 양도세 면세혜택을 받고 있다. 도대체 무엇이 세금폭탄이란 것인가?

그러나 서글픈 일은 집 한 채 없거나 달랑 저가 주택 한 채를 소유한 사람들마저 <조중동>이 유포한 '세금폭탄론'에 감염돼 정부의 보유세 현실화 방침에 반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1가구 다주택자들이 이렇게 많은데 공급이 부족하다고?

사설을 통해 공급확대론을 강조했던 <중앙> 9월 30일자.
사설을 통해 공급확대론을 강조했던 <중앙> 9월 30일자.

'공급부족론'도 말이 되지 않는다. 투기가 일어나는 강남지역의 주택보유현황을 보면 1가구 다주택자들이 상당히 많다. 11월 13일 심상정 의원(민주노동당)이 발표한 '상위 100명 주택소유 현황'을 보면 서울 강남구에 자기 집을 가지고있는 10가구 가운데 2가구가 다주택 가구(2주택 이상 보유)인 것으로 조사됐다. 또 서울 강남ㆍ서초ㆍ송파구와 양천구 목동, 경기 용인·분당·평촌 등 집값 급등을 주도한 이른바 '버블 세븐' 지역은 모두 다주택 가구 비율이 수도권 평균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공급확대를 주장하는 <조중동>은 강남권에 주택이 부족하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가격이 올라간다는 것이다. 그러나 왜 <조중동>은 투기목적의 1가구 다주택자들이 많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애써 눈을 감을까? 이것이 정상적인 시장으로 보이는가? 부동산 시장을 정상화시키려면 먼저 이런 주택들을 내놓도록 유도해서 주택시장을 실수요자 중심으로 재편해야 한다는 것을 조중동은 정녕 모른단 말인가?

보유세ㆍ양도세 완화와 공급확대가 만나면?

부동산투기가 노리는 것은 부동산에서 발생하는 불로소득의 사유화이다. 따라서 이것을 막는 가장 확실한 대안은 불로소득을 환수하는 보유세와 양도세를 강화하는 것이다. 그런데 <조중동>은 겨우 조금 강화한 보유세와 양도세를 완화하라고 하면서 공급을 획기적으로 늘리라고 한다. 보유세ㆍ양도세 완화와 공급확대가 만나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

보유세와 양도세를 완화하면 불로소득에 대한 기대가 커져, 투기적 가수요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결국 가격폭등으로 이어진다. 이때 공급을 획기적으로 확대하면 어떻게 될까? 그것은 불난 데 기름을 붓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확대되는 공급물량은 투기적 가수요자들의 먹잇감이 될 뿐이다.

이것은 멀리 갈 것도 없이 참여정부의 부동산 정책 발표와 부동산 가격과의 상관관계를 보면 잘 알 수 있다. 참여정부가 공급확대를 발표할 때마다 가격 폭등이 있었다. 판교 신도시 공급대책 발표, 재건축 규제 완화, 검단신도시 등을 발표할 때마다 집값은 여지없이 뛰었다. 공급확대를 발표했는데 말이다. 요컨대, 보유세ㆍ양도세 완화와 공급확대의 만남은 결국 가격의 폭등으로 이어질 뿐이다.

보유세ㆍ양도세 완화와 금융규제완화가 만나면?

조중동은 보유세ㆍ양도세 완화뿐만 아니라 금융권의 대출을 규제하는 정책도 완화하라고 주장한다. 앞서 말했듯이 보유세와 양도세 둘을 동시에 강화하게 되면, 부동산 가격이 하향 안정화된다.

하지만 완화하게 되면 기대되는 불로소득의 규모가 커지기 때문에 그것을 노린 투기가 발생하게 된다. 거기에다 금융규제까지 완화하면 어떻게 될까? 우문(愚問)이다. 대답은 투기의 광풍이고 광풍이 휩쓸고 지나가면 버블 붕괴와 불황이 그 뒤를 이을 것이다.

경제학 상식이 부족한 조중동

<조중동>의 보도 행태에서 발견되는 특징 중 하나는 부동산(토지)과 일반재화를 구분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보통사람들도 그것을 구분할 수 있는데, 왜 유독 <조중동>만 구분하지 못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할 수 있으나, 우리가 보기에 이것은 의도적인 성격이 짙다. 구분하지 않는 것이 누구에게 이익이 되는지 생각해보면 쉽게 그 의도를 알 수 있다.

<조중동>은 부동산(정확히 말하면 토지)도 일반재화와 같기 때문에, 가격이 올라가면 무조건 공급을 늘려야 한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서 볼펜 가격이 상승하면 공급이 증가하여, 결국 시장가격이 유지되듯이, 부동산도 그렇게 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정부가 볼펜시장에 개입하지 않듯이, 부동산 시장에서의 정부의 개입도 불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일반재화와 부동산(토지)이 다르다는 것은 조금만 생각해보면 금방 알 수 있다. 다른 일반재화는 그것을 대체하는 대체재가 있지만 토지는 없다. 일반재화는 없어도 살 수 있지만, 토지가 없으면 생존이 불가능하다. 일반재화는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곤 시간이 지날수록 가치가 감가(減價)되어 불로소득을 노리는 투기가 발생하지 않지만, 토지는 증가(增價)되기 때문에 증가된 가치를 환수하지 않으면 불로소득을 노린 투기가 발생하기 너무 쉽다.

이런 간단한 사실을 조중동이 어떻게 모른다고 할 수 있을까? 알면서도 자신들이 대변하는 부동산 부자들에게 불이익이 되기 때문에 애써 외면한다고 보는 것이 정확한 시각일 것이다.

<조중동>의 분열적 행태

이렇게 신문시장의 거의 80% 정도를 차지하는 <조중동>이 '세금폭탄론'과 '공급부족론'을 쉴 새 없이 외쳐되면, 아무리 배짱 있는 정부라 하더라도 당해낼 수가 없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듯이 조중동의 '꿈'은 항상 이루어졌다.

그런데 더 기가 막히는 것은 불로소득환수를 반대하여 부동산 버블을 힘껏 조장한 <조중동>이 버블이 붕괴될지도 모른다고 걱정을 한다는 것이다. '버블을 키우는데 가장 혁혁한 공을 세운 장본인이 버블이 터질지 모른다고 걱정하고 있다', 이것을 도대체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장래 부동산 버블이 붕괴했을 때를 대비한 보험용이라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조중동>의 행태는 보통 사람들의 머리로는 이해하기 힘들 만큼 분열적인 것이 사실이다.

<조중동>을 어찌할 것인가?

위에서 살핀 바와 같이 <조중동>이 대한민국 부동산 시장에 끼치는 해악은 이루 헤아리기 어려운 수준이다. 사정이 한결 나쁜 것은 이런 패악(悖惡)을 부리고 있는 <조중동>을 제어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사실이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조중동>의 사회적 영향력을 줄여 자신들의 몫을 찾아주는 것이 대한민국 부동산 시장의 안정을 위해 더는 미룰 수 없는 일이라는 사실이다. <조중동>의 주술(呪術)에서 자유로운 국민들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부동산 시장은 안정될 가능성이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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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자유연구소(landliberty.or.kr) 소장. 전 국민 주거권과 토지공개념 실현, 토지보유세를 재원으로 하는 기본소득인 토지배당제를 위한 연구와 운동을 병행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땅에서 온 기본소득, 토지배당》(2023, 공저), 《아파트 민주주의》(2020), 《헨리 조지와 지대개혁》(2018, 공저) 외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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