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이회창, '차떼기' 책임은 어디로

[유창선칼럼] 이념대결 깃발 들고 정치재개 나선 '창'

등록 2006.11.21 09:35수정 2006.11.21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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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19일 오전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열린 동국포럼 강연 참석한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
지난 10월 19일 오전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열린 동국포럼 강연 참석한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오마이뉴스 권우성

창(昌)의 복귀.

이회창 전 총재는 정치의 한복판으로 돌아왔다. 언론이 그의 행보를 놓고 정계복귀를 할 것이냐 아니냐며 설왕설래하고 있는 순간, 이 전 총재는 이미 정계복귀 선언을 하고 있었다.

어제(20일) 경남 창원에서 있은 이 전 총재의 강연은 정계복귀 선언과 다를 바 없었다. 그는 "좌파정권 종식을 위해 할 일을 할 것"이라며 자신의 역할을 밝혔고, "2007년에는 좌파정권을 말끔히 정리하고 새로운 시대를 열어야 한다"고 호소했다. 자신이 대통령 후보로 나서겠다는 말만 안 나왔지, 내년 대선에 깊이 관여하겠다는 의중은 분명히 드러났다.

그러면서 이런 식의 말을 던졌다. "나는 대권, 그런 것보다도 국민의 자유와 자유의 정신을 무시하는 좌파정권이 다시 집권하지 못하게 하는 것. 그것이 더 중하고 내가 해야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상황에서 이 전 총재가 정계복귀를 할 것이냐를 따지고 있는 것은 무의미한 일이다. 그는 이미 정치의 한복판으로 돌아온 것이기 때문이다. 정식으로 정계복귀 선언을 한 것은 아니지만, 한나라당으로 다시 돌아간 것은 아니지만, 이 전 총재는 외곽에서부터 정치를 재개하는 수순에 들어간 것이다.

정치에 대한, 특히 대권에 대한 그의 미련은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대세론을 믿다가 근소한 차이로 패배한 두 차례의 선거결과가 어찌 회한으로 남지않을 수 있겠는가. 창원 강연에서도, 2002년 대선 당시 앞서가던 자신이 패배한 것은 여당의 '깜짝쇼' 때문이었다고 했다. 자신의 책임을 인정하기보다는, 한이 남아있다는 이야기이다.

이 전 총재는 내년 대선을 향해 계속 앞으로 가려할 것이다. 외곽정치를 하다가 상황이 허락만 한다면 한나라당에 복귀해서 '병풍' 역할을 하려할 것이다. 그러다가 다시 상황이 허락한다면 또 다시 대선에 나서려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좌파정권 종식'을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역할은 그 과정에서 찾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의 앞길은 의지가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상황이 결정하게 되어있다. 대선정국의 상황이, 그리고 한나라당의 상황이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이 전 총재가 하겠다는 '역할'의 수준이 결정될 것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도 대권 4수를 통해 대통령이 되었던 마당에, 이 전 총재라고 해서 정계은퇴를 번복하고 대권 3수를 못하란 법은 없을 것이다. 그의 정계복귀를 한나라당이 받아들이든 아니든, 그리고 그를 대선후보로 선출하든 아니든, 그것은 한나라당이 알아서 판단하고 결정할 문제이다.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는 지난 10월 19일 오전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열린 '동국포럼'에서 북한의 핵실험과 관련한 강연에서 '좌파정권의 대북정책이 파탄에 이르렀다' '한미동맹 약화시 핵무기 개발을 고려해야 한다'는 등의 주장을 펼쳤다.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는 지난 10월 19일 오전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열린 '동국포럼'에서 북한의 핵실험과 관련한 강연에서 '좌파정권의 대북정책이 파탄에 이르렀다' '한미동맹 약화시 핵무기 개발을 고려해야 한다'는 등의 주장을 펼쳤다.오마이뉴스 권우성
그러나 국민의 입장에서 드는 두 가지 걱정이 있다.

첫째는 '차떼기'에 대한 책임의 문제이다. 이 전 총재는 누가 뭐래도 '차떼기'의 최고 책임자이다. 그에 대한 법적 책임여하를 떠나 모든 도의적·정치적 책임을 져야할 입장이다. 상상을 초월한 정경유착과 부패행위로 우리 정치에 대한 신뢰를 땅에 떨어지게 만든 행위에 대한 책임은, 몇 년이 지났다고 해서 사면받을 성질의 것이 아니다.

굳이 이 전 총재가 아니어도 '좌파정권'의 종식을 위해 나설 사람은 많다. 이 전 총재가 안나서도, 지금 이대로 가면 정권은 넘어온다고 한나라당은 굳게 믿고 있다. 이런 마당에 구태여 차떼기의 최고 책임자가 정계에 복귀하려 하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이겠는가. 한나라당과 보수진영의 자격시비만 불러일으키는 악재가 될 가능성이 커보인다.

두 번째는 이념의 노예가 되어버린 이 전 총재의 모습이다. 그는 한때 보수 정치세력 내부에서는 그래도 합리적인 노선을 추구하는 편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과거 시절 이회창이라는 존재가 있기에, 한나라당이 좌우 사이에서 균형을 잡을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돌아온 이 전 총재가 보여준 모습에서는 기본적인 합리성이나 균형같은 것을 찾아보기 어렵다. 그의 최근 발언들에서는 '좌파정권'과 '친북좌파세력'에 대한 증오가 가득 배어있었다.

북핵문제 해법, 남북관계, PSI 문제 등에 대한 그의 입장들을 들어보면 한나라당보다 더 오른쪽에 가있는 보수단체들의 그것과 다를 바가 없다. 정치인 시절 그가 강조했던 '통합'에 대한 사고는 사라지고, 그 자리에는 자신과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에 대한 적대와 대결의식이 넘쳐흐르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내년 대선에서는 색깔론과 이념대결의 구태가 사라져야 할 판인데, 이 전 총재는 새삼스럽게 이념대결의 깃발을 들고 정계로 돌아올 채비를 하고 있는 셈이다.

무엇 하나 긍정적으로 보기가 어렵다. 이회창 전 총재의 정계복귀는 우리 정치를 후퇴시키는 결과를 낳을 뿐이다. 국민이 더 걱정하지 않도록, 한나라당 차원에서 잘 정리가 되기를 주문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한나라당이 안고 가게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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