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하마드가 잠수하게 된 이유는?(주)영화사 진진
- 무하마드와 같은 불법체류자들이 당하는 현실은 영화보다 더 잔혹하다. 심지어는 단속을 피하다 사망하는 경우도 있는데 우리 사회가 이 문제를 어떻게 바라봐야 한다고 보는가.
"<말아톤>을 연출할 당시 안산 시화단지 원룸촌에 있었다. 방 값이 싸서인지 그 곳에는 이주노동자들이 많았으며 그들 대부분은 불법체류자들이었다. 그들을 보면서 불법체류자 문제는 더 이상 숨길 수도, 방치할 수도 없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를 문제로만 보기보다는 더불어 살 수 있는 방안을 만들어 풀어가야 하지 않을까? 그들이 불법체류를 했다고 해도 그들에겐 노동자로서 정당한 권리가 있는데 이를 무시하고 인권을 침해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미래의 다민족 사회를 준비하면서 이주노동자에 대한 이해를 넓혀가야 한다. 남북 문제를 비롯해 강북·강남, 영·호남 갈등 등의 산적한 우리 내부 문제에 대한 해결 방법을 찾기 위해서도 이들에 대한 시선이 바뀌어야 한다. 불법체류자 문제를 푸는 것을 통해 탈북자, 나아가 통일 후의 남북문제를 풀 수 있는 해법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 불법체류자 사면이 필요하다고 보는가?
"중요한 것은 불법체류냐 합법체류냐가 아니라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느냐이다. 합법적으로 체류하는 이주노동자에 대한 우리의 시선이 '너희들은 우리의 종이다'라고 바라보는 게 문제라는 것이다. 이런 시선으로 바라볼 때 우리는 결코 행복할 수 없다. 이주노동자들은 이 땅에서 우리와 더불어 사는 또 다른 존재이며 우리 사회를 위해 일하러 온 구성원이라는 생각을 가질 필요가 있다. 입으로는 세계화를 부르짖으면서 행동은 그와 반대인 반세계화의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게 우리 현실이다.
이주노동자들이 불법이냐 합법이냐를 떠나서 비인간적인 상황에 몰리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그들이 자신의 나라로 돌아가더라도 한이 맺혀서 돌아가지 않도록 하는 것이 이 땅에 사는 사람들의 도리인 것 같다. 우리도 가난한 나라일 때 서독과 중동, 일본 등의 국가를 떠돌면서 일했고, 지금도 많은 사람이 불법체류하고 있다. 이처럼 우리 국민뿐 아니라 이주노동자들도 문화를 누리고 인권을 보호받는 것이 중요하다. 이들에 대한 상황이 좋아질 때 법도 바뀔 수 있다고 본다."
- 앞으로 이주노동자 문제와 관련해 목소리를 낼 의향이 있나?
"충분히 있다. 한국에선 미국인이라 하더라도 피부색에 따라 기호가 바뀐다. 우리는 유독 단일민족, 씨족혈연중심, 피를 중시하는데 그런 것들은 일제식민지 치하에서는 긍정적인 의미의 민족주의이겠지만, 지금의 폐쇄적인 단일민족은 우리 스스로를 힘들게 할 뿐이다. 앞으로 이런 부분에 대해 발언하고 싶다."
- 이주노동자들이 이 영화를 어떻게 평가하길 희망하나?
"이 영화의 시선은 그들을 동정하거나 도와주자는 것이 아니다. <말아톤>에서 보았듯이 자폐아도 그들의 세계가 있듯이 이주노동자들에게는 우리가 모르는 탁월한 재능이 있으므로 함부로 평가해선 안 된다는 시선으로 연출했다. 불법체류자가 동정 받을 처지에 있다고 하더라도 그런 식으로 묘사하는 것은 그들의 자존심을 상하게 할 수 있어서 그런 묘사는 피했다."
- 작업하고 있는 다른 영화가 있나?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찍고 있다. 우리는 가족에 대해 잘 안다고 생각하지만 달의 뒷면을 모르는 것처럼 모르는 또 다른 어떤 세계가 있다. 다 안다고 함부로 평가하고나 깔보거나 평가해선 안 된다는 것을 이야기하는 엉뚱한 가족의 이야기다."
| | "현실은 영화보다 더 가혹하다" | | | 외국인노동자 인권운동가의 시선으로 본 영화 | | | |
| | | | ⓒ(주)영화사 진진 | 잠수왕 무하마드는 태국 출신의 불법체류 이주노동자다. 출입국 직원들의 단속과 단속을 피하라는 공장장에 의해 목욕탕으로 떠밀리는 영화 장면은 리얼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출입국 단속을 피하다 옥상에서 떨어져 죽고, 다리가 부러지는 등의 현실은 영화보다 훨씬 가혹하다. 지금도 18만 9천명이 넘는 불법체류자들은 출입국 직원들의 단속이 있을 때마다 도망자가 되어야 하고, 그 와중에 월급을 떼이거나 크고 작은 부상을 입는다. 이주노동자에 대한 대한민국의 인권 현주소다.
무하마드에게 잠수는 출입국의 눈을 피한다는 차원에서 보면 도피적 행위의 ‘잠수’이지만, 영화 속 목욕탕에서 그려지는 판타지는 그나마 숨통을 돌리고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해 나가는 적극적 행위가 결합된 의미의 잠수이다.
하지만 불안한 도피와 그 와중에 ‘원치 않는 휴식’을 경험하게 되는 ‘불법체류자’의 현실을 판타지로만 바라본다는 것은 그야말로 꿈같은 이야기이다.
정윤철 감독의 말처럼 불법체류자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변화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와 더불어 시민사회단체들이 사면합법화 조치를 계속 요구하는 것은 이들의 생존권이 걸린 문제이기 때문에 간과해선 안 될 것이다. / 고기복 | | | | |
덧붙이는 글 | '시민기자 기획취재단' 기자가 작성한 기사 입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차별과 편견 없는 세상, 상식과 논리적인 대화가 가능한 세상, 함께 더불어 잘 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사) '모두를 위한 이주인권문화센터'(부설 용인이주노동자쉼터) 이사장, 이주인권 저널리스트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저서 『내 생애 단 한 번, 가슴 뛰는 삶을 살아도 좋다』, 공저 『다르지만 평등한 이주민 인권 길라잡이, 다문화인권교육 기본교재』
공유하기
"잘 산다고 함부로 무시하지 마라 무하마드도 고향에선 존경받는다"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