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년 동안 부동산 자산의 80%를 상위 5%가 보유한 반면 땅 한 평, 집 한 채 없는 국민도 절반에 이른다. 사진은 서울 시내의 한 재건축 아파트 현장.오마이뉴스 박수원
그런데 대통령이 보는 통계는 전혀 다르다. 금년도 소비자물가지수는 3%가 넘지 않는다. 실질경제성장률은 4.5% 수준이므로 예년과 크게 차이가 없다. 어떻게 된 것일까?
그 이유는 물가지수 통계에 집값 상승은 반영되지 않기 때문이다. 집값이 아무리 올라도 한국의 물가지수는 거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실제로 지난 몇 년간 집값이 크게 뛰어 올랐는데도 소비자물가지수는 3% 내외의 매우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렇게 된 데에는 한국의 소비자물가지수 산정방식에 근본적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물가지수에 포함되는 주거비는 월세 위주인데, 전세가 일반적인 한국 상황에서 정확한 주거비를 산정하기 힘들고, 특히 자기가 보유한 집에 거주하는 비용(자가주거비)을 산정하기 어렵다. 자가주거비는 실제로 지불하지 않는 비용이므로 추정치를 사용해야 하는데, 아직 국제적으로도 표준방식을 찾아내지 못했을 정도로 논란의 대상이다.
현재 한국의 경우 주거비(자가주거비 제외한)가 소비자 물가지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5%에 불과한데, 미국의 경우 40%에 달한다는 점을 보아도 이 통계에 문제가 있음을 금방 알 수 있다. 더구나 미국 통계라고 해서 100% 현실을 반영하는 것도 아니다. 통계의 한계를 인식하고 조심스럽게 해석해야 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따라서 통계만 보고 있다면 국민들이 느끼는 실질소득과는 큰 차이가 나는 숫자놀음에 빠지게 된다. 전 국민은 월급을 매월 빼앗기고 있다고 아우성인데, 대통령이 집값 상승이 소비자물가지수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점을 알고 있을까? 집값 상승으로 실질소득이 감소한다는 점을 알고 있을까?
경제성장률 1%p 높이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나
집값이 올라 소비자가 느끼는 물가지수는 대폭 상승했지만, 한국의 소비자 물가지수는 이를 전혀 반영하지 못한다. 그런데도 재경부 관료들은 소비자 물가지수가 안정적이니까 이자율을 내려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주장하고, 한국은행과 금융통화위원회는 아무런 거리낌없이 이자율을 내려왔다. 그 덕분에 우리는 매월 월급을 빼앗기게 된 것인데, 이것은 공식통계에 전혀 반영되지 않는다.
지난 번 필자의 기고문 '신도시로 투기 잡은 나라가 어딨나'에서 밝힌 대로 한국의 부동산 통계는 엉터리다. 따라서 정상적인 정부라면 이러한 통계의 한계를 인식하고, 이 통계가 물가지수 통계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는 현실을 인식해야 한다. 그리고 실제로 많은 국민들의 실질소득이 감소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여 경제정책을 집행해야 한다. 그런데 실질소득 감소는 철저히 무시했다.
이 정부는 그 짓을 내년에도 계속하려 한다. 내년은 또 대선이 있는 해 아닌가? 그래서 이자율은 올리면 안된다고 하고, 투기꾼들에게 자금 공금을 막는 대출규제도 해서는 안된단다. 내년도에도 경기부양을 위해서는 건설회사들이 이익을 많이 내도록 신도시를 건설해야 한단다.
그래서 후분양제는 다시 뒤로 미루고, 분양원가 공개는 시장원리에 맞지 않는다고 하고, 건설회사가 충분한 폭리를 남기도록 신도시에 정부의 예산을 투입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들의 숫자놀음을 위해, 내년도 경제성장률 1%p를 높이기 위해, 그리고 그렇게 높아진 성장의 혜택이 우리에게 돌아오지 않을 것을 알면서, 우리는 다시 실질소득의 감소를 받아들여야 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