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미 대통령은 지난 3월 2일 인도를 방문해, 만모한 싱 인도 총리와 정상회담을 열어, 전략적 파트너십의 증진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백악관 홈페이지
지난 11월 21일부터 23일까지 중국의 후진타오 주석이 인도를 방문하면서, 인도를 둘러싼 미국과 중국 양국의 각축전이 또 다시 부각되고 있다. 특히 중국과 인도가 세계 1, 2위의 인구 대국이자, 연 10% 안팎의 고도 성장을 바탕으로 경제대국으로 부상하고 있어, 두 나라의 경제협력은 '친디아'라는 신조어까지 탄생시키면서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아왔다.
그러나 중국-인도 관계는 '경제' 그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다. 21세기 자신의 패권을 유지·강화하는데 가장 큰 도전세력으로 중국을 뽑고 있는 미국은 인도를 전략적 동반자로 삼아 중국을 견제한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 이미 아시아의 동쪽에는 일본이 있기 때문에, 인도까지 자신의 패권 전략에 포섭시킬 경우 아시아의 동쪽과 서쪽에서 중국을 압박할 수 있는 구도를 완성할 수 있다는 판단인 것이다.
이러한 미국의 의도를 간파한 중국 역시 인도와의 불편한 관계를 털어 버리고 관계 개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미국-인도 관계가 반중(反中) 성향의 밀월관계가 되면, 우호적인 주변관계 구축을 통한 경제성장 전략에 차질을 빚을 뿐만 아니라, 미국의 포위전략에 당할 수 있다는 전략적 우려가 내재되어 있는 것이다.
부시 행정부 "인도의 강대국화 적극 도울 것"
미국이 인도의 전략적 가치에 주목하기 시작한 것은 비교적 최근이다. 클린턴 행정부는 인도의 핵개발이 미국 주도의 비확산체제에 중대한 도전으로 간주해, 인도 핵문제를 양국 관계의 최대 의제로 상정했었다. 그러나 인도가 1998년에 핵실험을 강행하자 경제제재를 부과하기도 했다.
그러나 부시 행정부 들어 인도에 대한 인식은 확연히 달라졌다. 이에 따라 인도를 "핵심적인 전략적 동반자"로 규정하면서 인도와의 관계 강화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했고, 최근에는 "인도가 세계의 주요 강대국이 되는 것을 도울 것"이라고 공언하기도 했다.
이러한 공언을 뒷받침하듯 부시 행정부는 인도와의 군사 훈련을 강화하는 한편, 인도의 군사력 증강도 적극 후원해오고 있다. 일례로 이스라엘이 중국에는 공중조기경보통제기(AWACS)를 판매하려는 것은 불허한 반면에, 인도에 판매하는 것은 승인했다.
또한 최첨단 전투기 및 방공 미사일, 그리고 지휘통제 관련 장비를 인도에 판매하는 한편, 2005년 6월 말에는 인도와 상호 방위조약을 체결해 양국 관계를 준군사동맹 수준으로 격상시켰다.
또한 미국 안팎의 강력한 비판에도 불구하고 2005년 7월 중순에는 인도와 원자력 협정을 체결했다. 미국-인도의 원자력 협정의 골자는 미국이 핵확산금지조약(NPT) 비회원국인 인도를 핵무기 보유국으로 인정하고 평화적 핵이용을 지원하는 대신에, 인도는 평화적 핵이용 부분과 관련해 국제 감시와 사찰을 허용한다는 것이다. 최근 미국 의회는 이러한 원자력 협정을 비준했다.
이러한 일련의 조치들은 인도가 중국과 협력 관계를 강화하는 것을 차단하는 한편, 중국의 대항마를 키우겠다는 전략에 따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냉전 시대에 미국이 소련 봉쇄를 강화하기 위해 전격적으로 중국과의 관계 정상화에 나선 것을 연상시킨다.
당하지 않겠다는 중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