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여, 내 편이 되어다오"

[심층분석 ①] 미국-중국-인도, 새로운 삼각관계를 주목하라

등록 2006.11.26 16:07수정 2006.11.27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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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 미 대통령은 지난 3월 2일 인도를 방문해, 만모한 싱 인도 총리와 정상회담을 열어, 전략적 파트너십의 증진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부시 미 대통령은 지난 3월 2일 인도를 방문해, 만모한 싱 인도 총리와 정상회담을 열어, 전략적 파트너십의 증진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백악관 홈페이지

지난 11월 21일부터 23일까지 중국의 후진타오 주석이 인도를 방문하면서, 인도를 둘러싼 미국과 중국 양국의 각축전이 또 다시 부각되고 있다. 특히 중국과 인도가 세계 1, 2위의 인구 대국이자, 연 10% 안팎의 고도 성장을 바탕으로 경제대국으로 부상하고 있어, 두 나라의 경제협력은 '친디아'라는 신조어까지 탄생시키면서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아왔다.

그러나 중국-인도 관계는 '경제' 그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다. 21세기 자신의 패권을 유지·강화하는데 가장 큰 도전세력으로 중국을 뽑고 있는 미국은 인도를 전략적 동반자로 삼아 중국을 견제한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 이미 아시아의 동쪽에는 일본이 있기 때문에, 인도까지 자신의 패권 전략에 포섭시킬 경우 아시아의 동쪽과 서쪽에서 중국을 압박할 수 있는 구도를 완성할 수 있다는 판단인 것이다.

이러한 미국의 의도를 간파한 중국 역시 인도와의 불편한 관계를 털어 버리고 관계 개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미국-인도 관계가 반중(反中) 성향의 밀월관계가 되면, 우호적인 주변관계 구축을 통한 경제성장 전략에 차질을 빚을 뿐만 아니라, 미국의 포위전략에 당할 수 있다는 전략적 우려가 내재되어 있는 것이다.

부시 행정부 "인도의 강대국화 적극 도울 것"

미국이 인도의 전략적 가치에 주목하기 시작한 것은 비교적 최근이다. 클린턴 행정부는 인도의 핵개발이 미국 주도의 비확산체제에 중대한 도전으로 간주해, 인도 핵문제를 양국 관계의 최대 의제로 상정했었다. 그러나 인도가 1998년에 핵실험을 강행하자 경제제재를 부과하기도 했다.

그러나 부시 행정부 들어 인도에 대한 인식은 확연히 달라졌다. 이에 따라 인도를 "핵심적인 전략적 동반자"로 규정하면서 인도와의 관계 강화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했고, 최근에는 "인도가 세계의 주요 강대국이 되는 것을 도울 것"이라고 공언하기도 했다.

이러한 공언을 뒷받침하듯 부시 행정부는 인도와의 군사 훈련을 강화하는 한편, 인도의 군사력 증강도 적극 후원해오고 있다. 일례로 이스라엘이 중국에는 공중조기경보통제기(AWACS)를 판매하려는 것은 불허한 반면에, 인도에 판매하는 것은 승인했다.


또한 최첨단 전투기 및 방공 미사일, 그리고 지휘통제 관련 장비를 인도에 판매하는 한편, 2005년 6월 말에는 인도와 상호 방위조약을 체결해 양국 관계를 준군사동맹 수준으로 격상시켰다.

또한 미국 안팎의 강력한 비판에도 불구하고 2005년 7월 중순에는 인도와 원자력 협정을 체결했다. 미국-인도의 원자력 협정의 골자는 미국이 핵확산금지조약(NPT) 비회원국인 인도를 핵무기 보유국으로 인정하고 평화적 핵이용을 지원하는 대신에, 인도는 평화적 핵이용 부분과 관련해 국제 감시와 사찰을 허용한다는 것이다. 최근 미국 의회는 이러한 원자력 협정을 비준했다.


이러한 일련의 조치들은 인도가 중국과 협력 관계를 강화하는 것을 차단하는 한편, 중국의 대항마를 키우겠다는 전략에 따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냉전 시대에 미국이 소련 봉쇄를 강화하기 위해 전격적으로 중국과의 관계 정상화에 나선 것을 연상시킨다.

당하지 않겠다는 중국

지난 21일 인도를 방문한 후진타오(왼쪽) 중국 국가주석은 만모한 싱 인도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간 관계 증진 방안을 논의했다. 후 주석은 이 자리에서 인도와 장기적이며 안정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수립하려는 것이 중국의 장기적 정책 목표이며 인도에 군림하려는 생각을 절대 갖고 있지 않다고 천명했다.
지난 21일 인도를 방문한 후진타오(왼쪽) 중국 국가주석은 만모한 싱 인도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간 관계 증진 방안을 논의했다. 후 주석은 이 자리에서 인도와 장기적이며 안정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수립하려는 것이 중국의 장기적 정책 목표이며 인도에 군림하려는 생각을 절대 갖고 있지 않다고 천명했다.AP / 연합뉴스

그러나 중국의 반격 역시 만만치 않다. 중국은 미국이 인도와의 관계 개선에 박차를 가하자 2005년 4월 원자바오 총리의 인도 방문을 통해 양국 관계를 '전략적 동반자'로 격상시키기로 합의했다. 특히 관계 개선의 오랜 걸림돌이었던 국경분쟁을 '우호적으로' 해결하기로 함으로써, 관계 개선의 큰 걸림돌을 치우기도 했다.

또한 이번 후진타오 주석의 방문을 통해 현재 200억달러 규모의 교역액을 2010년까지 두 배로 늘리기로 했다. 경제협력을 통한 전략적 관계 구축이라는 중국의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이와 같은 중국의 관계 개선 의지의 저변에는 인도를 친미 일변도의 국가로 기울지 않게 함으로써 미국의 대중국 포위 전략을 무산시키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음은 물론이다. 특히 인도가 세계 2위의 인구 대국이자 군사력 역시 만만치 않은 국가라는 점에서, 중국이 미래의 국제질서로 선호하고 있는 '다극 체제' 구축을 위해서도 인도와의 관계 개선은 필수적이다.

그러나 중국이 인도에 '올인'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이번 후진타오의 방문 때에도 거듭 확인된 것처럼, 중국-인도 관계는 미국-인도의 밀착관계에 한참 뒤처져 있다. 오랜 국경 분쟁에 따른 숙원과 전략적으로 라이벌 의식을 완전히 떨쳐버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중국은 전통적인 우방국이자 인도와의 라이벌 관계에 있는 파키스탄과의 관계 강화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인도에 이어 파키스탄을 방문한 후진타오는 파키스탄과의 핵협력을 강화하는 한편, 자유무역협정(FTA)도 체결했다. 미국이 인도의 국력 신장을 지원해 중국을 견제하겠다는 전략의 '판박이'라고 할 수 있다.

인도, '미중관계의 세력균형자'로 부상하나?

이처럼, 전략적 경쟁 관계에 있는 미국과 중국이 앞다퉈 인도에 '러브콜'을 보내면서 인도의 주가도 크게 오르고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정보기술(IT)이 경제성장을 견인하고 있는 경제적 힘이라면, 중동과 아시아를 향해 뻗쳐 있는 지리적 위치는 인도의 전략적 가치를 높이고 있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인도는 세계 2위의 인구대국이자 연 10%에 가까운 고도성장을 이루고 있는 국가이다. 특히 미국의 지원 하에 '공식적인 핵보유국'에 문턱에 도달해 있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이 되는 것 역시 '시간 문제'일 뿐이다.

이에 따라 인도가 앞으로 국제질서, 특히 미중관계에 적지 않은 영향력을 행사하는 강대국으로 부상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우리가 경제분야를 넘어 전략적인 영역에서도 인도를 주목해야 할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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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네트워크 대표와 한겨레평화연구소 소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저의 관심 분야는 북한, 평화, 통일, 군축, 북한인권, 비핵화와 평화체제, 국제문제 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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