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담긴 시집

권용태 시집 <바람에게>를 읽고

등록 2006.11.27 13:58수정 2006.11.27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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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은 친구를 만나면 반갑다. 추억이 앞서다보니, 즐거운 마음이 앞선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두려운 마음도 있다. 오랜만에 해후하면 필연적으로 세월을 확인해야 하니까. 무심한 세월을 눈으로 바라보는 것은 결코 유쾌한 일은 아니다. 친구 얼굴에 스며들어버린 시간들이 반사되어 마음을 무겁게 한다.

바람에게
바람에게정기상
이 책은 1958년 <자유문학>으로 등단한 노시인 권용태님의 시선집이다. 1937년에 태어났으니 역사의 격동기를 온몸으로 부딪치며 살아온 시대의 산 증인이라고 할 수 있다. 더군다나 사회시를 써왔기 때문에 작품에는 치열한 삶의 흔적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네가 항상 너의 곁에 있듯이/어디서 만나도 문득/빛나는 아침의 밀집이다. - “고향” 부분

치열한 삶의 현장에서도 서정이 살아 있음을 보여준다. 영혼의 바탕에는 사람을 사람답게 만드는 감정이 존재한다. 생활이 아무리 각박하고 힘들어도 혼자가 되면 부드러워지고 우연해지는 것이다. 고향은 어머니와 같다. 뿌리이고 사람다워지게 만드는 힘을 가지고 있다. 시인의 마음의 뿌리가 어디인지 어렵지 않게 짐작하게 한다.

知命을 넘긴/내 나이를 헤아려보고/아직도 소망을 두고/헤야 할 일이 너무도 많은데/차례를 기다리는 귀성객처럼/영원한 유택으로 돌아가는/채비를 하는 거다. - “휘음” 부분

세월의 무심함이 배어 있고 순리를 강조하고 있다. 살아보면 억지로 되는 일은 없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터득하게 된다. 시간과 공간이 교차하는 삶이 어디에서 시작하여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게 된다. 발버둥 칠 이유도 없고 거부할 까닭도 없다. 치열한 삶을 살았기에 도달할 수 있는 삶의 경지이다. 시인의 삶에 대한 철학이 보인다.

살아갈수록/자꾸만 작아져 가는/나의 눈 속에/항상 눈물이 고여 가는/이치도 이제사 알것다. - “회한”의 부분


손오공이 아무리 날뛰어도 부처님 손바닥 안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사람이 아무리 우쭐거려도 자연 앞에서 겸손해져야 하는 이유가 분명해진다. 생활은 후회의 연속이라고 하였던가. 참회를 통해서 더욱 깊어지고 성찰할 수 있다. 시인의 삶이 얼마나 치열하였는지를 반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시인의 시를 읽고 있으며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지 생각한다. 장난으로 살아서도 안 되고 가볍게 여겨서도 안 된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다. 작은 것의 소중함을 깨닫고 하나하나를 열심히 채워나갈 때 비로소 행복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지 생각하게 해준다.

바람에게

권용태 지음,
월간문학사,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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