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피면 외로워 함께 피었는지도 모르겠다.김민수
서울에 살 때에는 화분에 심겨진 자주색달개비만 보아왔다. 어머님께서도 화분에 자주색달개비를 심으셨는데 얼마나 실하게 퍼지는지 화분을 주체할 수가 없어 간혹 솎아주시곤 했었다.
그런데 제주로 이사를 한 후 제법 큰 화단이 생긴 후 절로 자란 닭의장풀도 예쁘지만 자주색달개비와 자주달개비도 좀 있으면 잘 어우러지겠다 싶었는데 지인 한 분이 자주달개비는 심어주었고, 자주색달개비는 산책을 하다 누군가 베어버린 것을 주어다 심었는데 일년이 못 되어 솎아버리지 않으면 안될 만큼 무성하게 자랐다. 참으로 고마운 일이다.
간혹 비온 뒤 화단을 정리하다 보면 물을 잔뜩 먹은 자주색달개비가 뚝뚝 끊어지기도 했다. 워낙 퍼졌으니 그냥 내버려두었다. 뜨거운 여름 햇살에도 불구하고 기어이 마디에서 뿌리를 내리고 또 꽃을 피운다. 베이고 뽑혀도 마침내 꽃을 피우고야마는 생명력, 그를 보면서 생명이란 참으로 질기고도 질긴 것이라는 경외감에 빠져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