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도둑X들아~나 사이버의병이야”

국경일 지키기·동북공정저지·삼족오 티셔츠입기 운동 펼치는 사람들

등록 2006.11.30 11:47수정 2006.12.01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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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일이 다가올 때 태극기만 생각나면 사이버의병이란다.
국경일이 다가올 때 태극기만 생각나면 사이버의병이란다.사이버의병
지난 역사에서 우리나라가 위기에 빠졌을 때면 어김없이 등장했던 사람들이 있다. 바로 나라와 백성들을 위해 목숨을 바쳤던 의병들이다. 그 의병들이, 일본의 독도시비와 중국의 동북공정 등 역사왜곡 야욕이 대두되고 있는 시기에 '사이버공간'에서 되살아났다. 이름 하여 '사이버의병'.

옛 의병들을 본받는다는 의미에서 스스로를 '사이버의병'이라 부르는 이들은 사이버공간인 한 포털사이트의 카페에 둥지를 틀고 역사바로세우기 운동을 펼치고 있다.

역사를 왜곡하면 발끈하는 우리? 사이버의병!

28일 현재 카페에 가입한 공식회원 수는 6154명. 그리 많은 숫자는 아니지만 이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7천만 한겨레를 대표하는 소수정예 의병으로 손색이 없다. 초·중·고·대학생은 물론이고 40~50대 중장년층까지 맹활약하고 있다.

사이버의병은 현재 동북공정저지를 위한 배지달기와 1000만명 서명운동을 진행하며 우리 역사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을 높이고 있다. 지난 10월 23일 시작한 배지달기 운동은 학생들에게 폭발적인 호응을 얻고 있고, 서명은 67만명을 돌파한 상태.

동북공정배지를 달고 있는 고등학생들. 구미의 현일고(왼쪽)와 부산 동래여고.
동북공정배지를 달고 있는 고등학생들. 구미의 현일고(왼쪽)와 부산 동래여고.사이버의병
배지달기운동은 고등학생을 중심으로 초등학생과 대학생까지 광범위하게 동참하고 있다. 이들은 배지를 착용한 모습을 촬영해 게시판에 올리며 서로의 운동을 격려하기도 한다. 또한 사이버의병답게 서울과 부산, 해외를 가리지 않고 온라인을 통해 즐겁고 유쾌하게 운동을 한다. 다음과 같은 게시물이 대표적인 예.

'나 이럴 때 사이버의병이라고 생각한다'는 이벤트 관련 공지글은 "국경일이 다가오면 태극기티셔츠, 핸드폰 태극기바탕화면, 태극기몹, 태극기만 생각난다", "왜곡된 역사를 빨리 뜯어고치고 싶다"처럼 사이버의병은 이런 특징이 있다고 예를 들었다.


이 이벤트에는 여러 사이버의병들이 댓글을 달며 의병으로서 자신들의 모습을 묘사하고 있다.

"가족이나 친척에게 동북공정과 역사 왜곡, 선생님께서 말씀해주신 역사이야기(예:마고 할머니 등)를 알려줄 때."(ID:초록빛나무)


"TV나 컴퓨터에서 나오는 중국이나 그 외 다른 나라들이 우리의 문화재를 훼손시킨다거나 빼앗아가서 돌려주지 않는 것, 그 외 우리의 문화를 무시하는 기사를 볼 때 나도 모르게 발끈할 때."(ID:skadfa)

"친구들이 국사시간이 싫다는 소리 할 때, 우리 역사의 중요성과 동북공정의 심각성에 대해서 목청 높이면서 이야기 해줄 때, 또는 우리나라 유형 문화재나 사물놀이 같은 것을 보는 순간 가슴이 뛸 때."(ID:역사지킴이)

사이버의병답게 휴대폰 바탕화면에도 태극기가 나부끼고 있다.
사이버의병답게 휴대폰 바탕화면에도 태극기가 나부끼고 있다.사이버의병
사이버의병은 중요한 순간에는 온라인을 벗어나 오프라인으로 화려하게 등장하며 국민들의 동참을 이끌어 내기도 한다. 지난 9월에 벌였던 '동북공정저지 국민대회'·'한민족 정체성 찾기 1000만명 서명운동'과, 지난 10월 '대한민국 생일파티'로 진행했던 '개천절 태극기몹'이 그것이다.

국학원 등과 함께 진행했던 당시 행사에서 이들은 태극기 의상을 비롯해 사이버의병다운 모습으로 국민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으며, 개천절에 대통령이 참석하지 않는 것에 대해 개천절의 중요성과 의미를 퇴색시키는 것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 밖에도 이들은 일상생활 속에서 태극기를 친근하게 접할 수 있는 태극기 생활문화운동을 주도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고구려를 상징하는 '삼족오(三足烏)' 티셔츠를 입고 거리를 활보하기도 한다. 이러한 행동은 그동안 신성하게만 여겼던 태극기를 일상생활 속으로 끄집어내고, 삼족오의 의미를 널리 알리는 계기를 만들었다.

북한이 고구려유적을 세계문화유산 등재하도록 돕기도

사이버의병의 역사바로세우기 활동은 국내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이들은 지난 2003년에 국가도 나서지 못한 일을 성사시킨 바 있다. 중국이 고구려유적을 독자적으로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려고 했을 때, 이들이 앞장 서 북한도 공동으로 등재될 수 있도록 한 것.

이들은 ICOMOS(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 유네스코의 비정부기구)를 상대로 '고구려역사 바로알기' 메일보내기 프로젝트를 진행해 아이코모스측으로부터 고구려는 남북한의 역사가 맞다는 공식적인 답변을 얻어내기도 했다. 이들의 노력은 북한의 고구려유적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는 데 한 몫을 담당했다.

사이버의병 카페 운영자인 강효경(24·대학원생)씨는 사이버의병의 다양한 활동에 대해 "나라를 사랑하는 국민들의 순수한 열정이 바탕이 된 것"이라고 강조하며 "국경일을 기념하는 태극기몹 등이 문화운동으로 승화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말했다.

강씨는 이어 "태극기몹을 처음 진행했을 때 예상하지 못할 정도로 큰 주목을 받은 뒤로는 행사를 치르는 것이 부담이 되기까지 했다"면서도 "하지만 지난 개천절 행사 때까지 3년간 꾸준히 진행한 결과 많은 사람들이 기쁘게 동참하는 것에 큰 보람을 느꼈다"고 덧붙였다.

이들의 역사지키기는 생활 속에서도 계속된다. 삼족오 티셔츠를 입은 사이버의병들.
이들의 역사지키기는 생활 속에서도 계속된다. 삼족오 티셔츠를 입은 사이버의병들.사이버의병
태극기몹은 지난 2004년 삼일절 때 사이버의병들이 거리로 나와 태극기를 입고 흔드는 행위에서 시작했다. 당시 태극기 복장 등이 도마에 오르며 태극기의 존엄성에 대한 논란을 지피기도 했다. 하지만 올 삼일절에 태극기몹 꼭짓점 댄스로 또다시 주목을 받으면서 이제는 국경일을 기념하는 새로운 문화 행사로 자리 잡았다.

강 씨는 "사이버의병이 진행하는 태극기몹과 동북공정저지 배지달기운동 등이 반짝하는 이벤트성 행사는 아니다"며 "역사를 올바로 세우자는 네티즌들로 구성된 사이버의병은 앞으로도 역사왜곡에 대한 비판은 물론 국민들이 우리 역사와 문화에 대한 자부심을 맘 놓고 드러낼 수 있을 때까지 계속 활동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옛 의병들이 무장투쟁으로 바람 앞에 촛불과 같은 나라를 구했다면, 사이버의병은 온라인 네트워크와 다양한 행사를 통해 잘못된 역사를 바로잡으며 나라를 지키고 있다. 또한 투쟁을 위해 의병들이 창고에 식량을 모았다면, 이들은 역사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카페에 쌓으며 올바른 역사관을 세우고 있다.

네트워크와 정보를 바탕으로 세대를 초월해 사이버공간을 주름잡는 사이버의병의 활동이 멈추는 날은 언제쯤일까. 그들의 카페 대문에는 이렇게 쓰여 있다.

"동북공정 저지 공식카페 1호."

그리고 오늘도 그들은 이렇게 소리 높여 외치고 있다.

"역사 도둑X들아~나 사이버의병이야."

덧붙이는 글 | http://cafe.daum.net/cybershinsi 사이버의병 -> 바로가기

덧붙이는 글 http://cafe.daum.net/cybershinsi 사이버의병 ->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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