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진이>로 인해 <90일 사랑할 시간>은 폐인드라마로 남을 듯 보인다.KBS, MBC
즉, 4개의 사극드라마가 인기를 끌면서 대부분의 드라마의 시청률이 저조해 허덕이고 있다는 점이다. 그 대표적인 예로 월화드라마 <주몽>의 경쟁작들과 수목드라마 <황진이>의 경쟁작이 가장 큰 피해자로 남고 있다.
그중에서도 이미 <주몽>은 SBS 드라마 두 편을 조기종영시켰다. 물론 <주몽>이 원치 않았다 하더라도 방송사 측에서는 시청률 저조를 이유 삼아 소수 시청자의 볼 권리를 무시해버렸다.
SBS <101번째 프러포즈>와 <독신천하>는 제 생명을 다하지 못하고 인기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조기종영의 비운을 맛봐야 했다. 그런데 이 두 드라마는 마니아를 양산하며 좋은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방송사에게 작품성과 시청률 둘 중을 택일하라고 한다면 당연히 시청률이기 때문에, 조기종영은 어찌할 수 없는 현실이다.
또한 <황진이>의 2차전 상대 멜로 퀸 김하늘의 출연으로 기대가 컸던 <90일 사랑할 시간>은 예상을 빗나가 시청률 6%대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이 작품도 구사시 폐인드라마로 불리며 5회 방영을 마친 방송 초기지만 이 드라마를 보는 시청자들은 하나같이 “눈물없이 볼 수 없는 슬픈 드라마”라 말하고 있다.
연기자들의 연기도 나무랄 데가 없다. 또한 극의 전개도 다소 소재가 진부하지만 오종록 감독의 내공이 작품의 완성도 측면에서는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결국 이 드라마도 10%를 넘지 못하면 조기종영설이 흘러나올지도 모른다. 제 아무리 김하늘이 출연한다고 해도 말이다. 이것은 방송 드라마의 생리이기 때문이다.
즉, 사극 드라마의 인기는 좋은 작품인데도 시청자들에 사랑을 받지 못하고 조용히 사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로써 뚜렷한 양극화가 일어나게 되었고, 이것은 곧 시청자들의 볼 권리와 연결돼 동의 없이 좋아하는 드라마를 볼 수 없게 된다.
물론 이것은 사극드라마가 의도한 바는 아니다. 다만, 방송사의 이해타산의 철저한 시청률 지상주의 때문이다. 이외에도 양극화 현상에서 비롯되는 문제가 하나 더 있다. 바로 사극드라마 붐이 곧 획일화를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점이다.
이미 이 드라마가 종영되고 나면 사극드라마가 또 시작될 것이다. 그런데 천편일률적인 드라마 전개를 하고 있는 사극드라마가 인기가 있다고 해서 과거 트랜디 드라마처럼 연이어 방영될 계획은 스스로 소재고갈의 돌파구를 찾지 못한 채 시청률만 의식한 행위에 불과하다.
게다가 역사적인 고증이 철저할 필요까지는 없지만 너무나 허구적인 부분들은 기존 다른 장르와 다른 사극드라마라는 점을 고려할 때는 수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시청률이 높다고 해서 연장하고, 역사적인 고증이 희박하다고 해서 시청률을 의식한 지나친 허구적인 판타지는 삼가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사극드라마가 계속해서 트랜디 드라마의 대안이 되고 싶다면, 무엇보다 지속적인 사랑을 받기 위해서는 작품성을 무시해서는 안 될 것이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