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재섭 한나라당 대표는 열린우리당의 정계개편 구상에 대해 "화투 치다가 '끗발'이 안 난다고 화투판을 섞어 버리는 몰염치한 행태나 다름없다. 또 아파트 건설 지역에 '떴다방' 차려놓고 실컷 챙겨 먹은 뒤 튀어버리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고 열을 내며 반대한다.(자료사진)오마이뉴스 이종호
여기서 노 대통령이 옳다고 누구보다 소리 높여 외치는 사람들이 있다. '노빠'들이 아니다. 바로 한나라당이다. 한나라당의 강재섭 대표는 열린우리당의 정계개편 구상에 대해 "화투 치다가 '끗발'이 안 난다고 화투판을 섞어 버리는 몰염치한 행태나 다름없다. 또 아파트 건설 지역에 '떴다방' 차려놓고 실컷 챙겨 먹은 뒤 튀어버리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고 열을 내며 반대한다.
이렇게 정계개편문제에 관한 한 노 대통령과 한나라당은 찰떡공조를 하고 있다. 어법까지 완전히 일치한다. 지난 달 4일 노 대통령과 김 전 대통령의 사저회동을 놓고 나경원 한나라당 대변인은 "김 전 대통령은 … 지역주의를 부활시켜 한국정치를 20년 후퇴시켰다는 비난을 자초하지 않을 것이라고 믿고 싶다"고 발표했다. 지역주의의 '부활'을 염려한 한나라당 대변인에 따르면 현재 자신들의 한나라당은 이미 지역당이 아니라는 의미다.
현재 우리나라가 지역(패권)당 체제인지 아니면 이미 끝났다고 보는지 '말'이 중요한 게 아니다. 모두가 각자 알아서 가슴에 손을 얹고 판단하면 된다. 중요한 질문은 이런 것이다. 한나라당이 정계개편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은 자신들의 집권가능성이 흔들릴 것을 염려한 것이다. 그러므로 정계개편에 반대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그 한나라당과 찰떡공조를 하고 있는 노 대통령의 입장은 뭘까?
대답은 염 전 총장에게 이미 했다. "나랑 같이 죽읍시다"다. 정말 그렇게 생각하는 걸까? 그렇다. 그게 노 대통령의 진심이다. 그렇게 해서 정권이 한나라당에 넘어가도 좋단 말인가? 그렇다. 자신의 '유일한 업적(?)'인 열린우리당이 해체되느니 차라리 정권이 한나라당에 넘어가는 것이 더 낫다는 말이다. 아마 이렇게 한마디 더 추가할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런 다음 미래를 도모하는 게 더 낫지 않는가?"
정권이 한나라당에 넘어가는 것도 개의치 않겠다는 노 대통령의 발언은 이미 적나라하게 나온 바 있다. 지난 2005년 말 "내가 꼭 정권을 재창출해야 될 의무가 있습니까?"라는 발언에 이은 2006년 초 열린우리당 지도부와의 청와대 만찬에서의 "당은 지방선거 승리나 정권 재창출을 생각하지만, 나는 국가·민족의 미래를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대통령과 당은) 입장이 다를 수 있다"는 발언이 그것이다.
그뿐이라면 나도 이해할 수 있다. 노 대통령의 '열린우리당의 존재'에 대한 신념이 옳건 그르건 노력하다 안 되면 어쩔 수 없지 않느냐는 말이라면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게 아니다. 노 대통령은 "정치가 제대로 된다면 양대산맥이 계속 유지돼 가야 한다"고까지 나아간다. 여기서 '양대산맥'이란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다. 사실 이 '양대산맥론'은 "현재 이미 지역당 시대가 아니다"는 노 대통령의 믿음에 전적으로 부합하는 논리다.
정리하면 이렇게 된다. 우선 노 대통령과 한나라당은 현재 우리나라는 "이미 지역당 시대가 아니다"는 데 완전한 의견일치를 보고 있다. 따라서 양측은 정계개편은 다시 지역주의로 '회귀'하는 것이므로 반대한다는데 찰떡공조를 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양측은 공히 앞으로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 '양대산맥'으로 정권을 주고 받는 것이 우리나라의 "정치가 제대로" 굴러가는 모습이라는 데도 완전한 의견일치를 본 셈이다.
이런 노 대통령의 관점에서 본다면 선거법 개정을 위해 '정권을 한나라당에 통째로 내줄 수도 있다'는 대연정 제안에 경악한 이들이야말로 오히려 가슴 답답한 우중들일 것이다. 그리고 물론 2007년 대선에서 한나라당에 정권이 넘어가는 것도 대수가 아닐 것이다.
'지역당 회귀'인가 '제2대연정'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