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 대통령' 집권 여당은 지금까지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했다. 국정과제회의를 주재하고 있는 노무현 대통령.청와대
노무현 대통령은 헌법재판소장 지명을 철회하면서 '불의한 굴복', '임기단축'이라는 표현으로 그의 집권의 상징인 개혁의 실패를 토로하였다.
'개혁 대통령'과 국회 다수당인 집권여당이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대통령은 정상적인 국정수행이 어려운 상태에다 여당은 지리멸렬 되어가고 있는 느낌이다. 야당은 야당대로 정권을 잃고 단 하루도 쉬지 않고 싸워오면서 발목잡기를 넘어 이제는 상대가 없어 판이 깨어질까봐 두려운 마음이 들 정도가 되었다.
권불십년이라고 하지 않았는가? 여당이 야당되는 건 민주주의의 다반사일텐데 우리는 그 다반사가 늘 엄청난 소용돌이를 몰고 오기 때문에 사람들은 정권교체기를 불안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개혁에 환호를 보내던 국민들은 냉소와 좌절감으로 움츠려들었다. 애초부터 노무현 정권을 인정하지 않던 사람들은 이제 세상이 '바로잡힐' 날이 가까워왔다고 한껏 기대에 부풀어 있다.
@BRI@
성과를 내지 못한 개혁 대통령
국회에서는 모든 개혁입법이 정쟁으로 변화하고 어느 것 하나 성과를 내지 못했다. 정부는 관료들의 높은 벽을 넘지 못하고 노무현 내각은 말로만 혁신정치를 내세웠지 오히려 지지자들을 배신하는 정책만 추진해왔다. 야당은 줄기차게 색깔론을 앞세운 이념공격으로 정통적 지지자를 더욱 극우적으로 단결시키고 구조적 경제문제와 노 정권의 실정을 묶어 서민층까지 현 정권에 등을 돌리게 했다.
한국사회는 지금 말기적 갈등에 휩싸여있다. 사람사이에 믿음이 메마르고 서로간의 언어가 통하지 않으며 저마다의 격한 논리로 공격의 발톱을 세우고 있다.
사실 한나라당이 집권한다 해도 이 말기적 사회현상을 푸는데는 뾰족한 수가 없을 것이다. 그들의 극우적 이념성은 자유주의적인 국민의 저항을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며 구조적인 한국경제의 제 문제들을 그렇게 쉽게 풀 수 있을지 미지수다. 경부운하, 철도페리를 보면서 더욱 난감해 지기만 하는 것은 나만의 염려가 아닐 것이다.
강압적인 통치만 해본 그들의 이력만으로는 개방된 한국사회를 감당하기가 그리 쉽지는 않을 것이다. 재집권을 위한 정계개편은 왠지 공허하게 들리고 당내 예선통과는 곧 대권이라는 한나라의 확신도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지 못한다.
한국사회의 총체적 난국은 바로 낡은 헌법질서에서 비롯된 측면도 적지 않다. 변화무쌍한 한국사회에서 임기응변식 개헌으로 연속된 개헌이 있은 지 벌써 20년이 지났다. 특히 헌법중 사법권의 경직성은 60년 동안 변화가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 정치는 실종되고 모든 갈등을 사법부에 맡기는 참으로 위험한 나라가 된 것은 바로 헌법의 문제이다. 사법부는 새만금, 행정수도 등 국가정책의 최종 결정기구가 되었고 정치인들의 운명이 사법부의 의해 좌지우지되는 현상이 한국정치의 현주소다. 대화와 타협이 끼어들 틈이 없는 지금의 정치체제는 극단주의의 포로가 되었다. 이 극단주의는 분단체제를 자양분으로 하고 있고 지역주의 역시 분단체제의 변종일 뿐이다.
극단주의는 일당독재를 지속해왔고 민주화운동으로 사실상 양단체제로 제도화되었지만 끊임없이 극단주의에 시달리며 정쟁을 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의 헌법제체로는 한나라당이 정권을 잡아도 더 불안해지면 불안해졌지 결코 안정되지 못할 가능성이 많다.
정권을 잃은 반대세력이 과연 한나라당 정권에 순순히 동의할 수 있을까? 한나라당이 했던 방식대로 아니 그보다 더 '뛰어나게' 야당을 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지금 개헌을 이야기하면 정권을 다잡았다고 생각하는 대권주자나 기득권 양당은 정략적 발상이라고 폄하한다. 그러나 개헌은 단순한 권력구조의 문제가 아니라 지속가능한 사회계약의 문제임을 절실히 느껴야 할 때가 아닐까 싶다. 이 대목이 국민들이 진실로 걱정하는 부분이다. 누가 되어도 딱히 나아질 수 없다는 한계를 느끼고 있는 것이다.
개헌은 지속가능한 사회계약의 문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