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시골 가서 농협에 수매할 벼 준비하는 일을 도와드리고 왔습니다. 작황이 좋지 않아 무게다 덜 나가는 벼를 보며 아버지는 당신 몸이 불편해 곡식을 돌보지 못해 이리 됐다며 자꾸 약한 말씀을 하십니다.장희용
아버지를 생각하면 늘 가슴이 아픕니다. 아버지는 제가 어릴 적부터 항상 건강하지 못하셨습니다. 초등학교 6학년 때 경운기를 샀는데, 그때부터 아버지 대신 제가 경운기로 논 갈고 밭 갈고, 이앙기로 모 심고 추수하고, 농사철에 힘든 농사일은 대부분 제가 했지요.
지금 생각해 보면 비록 어린 나이였지만 아픈 아버지 대신 제가 할 수 있는 것이 아버지 고단함을 덜어드리는 것이라 여겼던지 단 한 번도 힘들다고 투정부리거나 일하지 않으려고 요령을 피운 적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때 왜 울었을까, 어머니까지 눈물바람
시골에 가면 아버지는 제가 미처 기억하지 못하는 그때의 제 어린시절을 말씀해 주시곤 합니다. 그러면서 아무리 자식이라 하지만 저에게 항상 미안하다 하십니다.
어떤 날은 낫으로 벼 베기를 너무 오래한 탓에 낫을 쥐었던 손가락이 펴지지를 않아, 내 손이 잘못된 줄 알고 엉엉 울던 나를 붙들고 어머니가 한없이 울었던 기억도 있습니다. 지금도 우리 엄마 울던 모습 생각하면 그리도 마음이 아플 수가 없습니다.
어리디 어린 자식이 손가락이 펴지지 않을 정도로 일을 했으니, 그 어린 자식 바라보는 부모의 마음이 어떠했을까 생각하면 그때 바보 같이 울었던 제 자신이 후회스럽기까지 합니다.
또 어떤 날은 어머니가 집을 비운 사이 아픈 아버지 일 덜하게 하려고 일요일 아침에 몰래 논에 가서 작두로 볏짚을 썰다 그 날카로운 작두날에 손을 베었던 일도 있었지요. 뼈가 허옇게 드러날 정도로 다친 손을 발견하신 아버지는 누가 너 보고 그런 일 하라고 했느냐며 저를 몹시도 혼내셨지요. 그때는 혼내는 아버지가 무섭기도 하고, 다친 손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저도 모르게 그만 엉엉 울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저를 혼낸 것이 아니라 몸이 아파 일하지 못하는 당신에 대한 질책이라는 것을 한참이 지난 뒤에는 알았습니다. 지금도 제 손에는 그때의 상처가 남았는데, 이따금씩 제 손을 바라보는 아버지 시선을 느낍니다. 저는 살며시 손을 감추거나 자리를 일어섭니다. 우리 아버지, 자식의 그 손을 볼 때마다 지울 수 없는 아픔이 다시 마음을 찌를 터이니 자리를 피하는 거지요.
잘 몰랐는데, 아버지가 하루가 다르게 약해지는 모습을 뵐 때마다 자꾸만 이렇게 지난 시절 부모님 마음을 아프게 했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아버지, 약해지시면 안돼요
이번 주말에도 어김없이 시골집에 갔다 왔습니다. 달리 효도할 길이 없는지라, 손주들 재롱 보시고 이 자식과 며느리와 함께 밥 한 끼 같이 먹는 것으로밖에 자식의 도리를 다하지 못하니 특별한 일이 없으면 주말마다 시골에 갑니다.
마침 농협에 수매를 한다기에 일손을 도와드리고 왔습니다. 아버지는 수매를 위해 벼 가마니를 저울에 다는 내내 아버지는 굳은 얼굴이셨습니다. 곡식은 농부의 발소리를 듣고 자란다는 말씀을 하시면서, 올해 농사가 이렇게 된 건 당신께서 몸이 불편해 남들처럼 잘 돌보지 못해 이리 된 것이라며, 이제는 아무 쓸모도 없는 몸이라며 당신을 책망하셨습니다.
이제는 나이가 들어 몸도 마음도 예전 같지 않다면서 "이제 자식들 다 결혼해서 자식들까지 낳고 사는 모습 봤으니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다"며 살아가야 할 남은 인생에 자꾸만 회의적인 생각을 하시는 아버지.
아버지 약해지지 마세요! 아버지가 왜 쓸모 없으세요? 우리 아버지가 얼마나 능력이 좋으신데... 아버지가 우리 집에서 제일 능력 있으시다니까요. 저는 아버지 어머니 용돈 한 번 제대로 못 드리는데, 아버지는 올 때마다 손주들 용돈 주시잖아요.
그리고 아버지가 지으신 농사 덕분으로 저와 형, 그리고 누나들 20명이 넘는 식구를 먹여 살리시잖아요. 그것만 있나요? 저는 시골에 올 때 빈손으로 오지만 아버지는 제가 갈 때마다 차 트렁크에 가득 주시잖아요. 그러니 아버지가 저보다 더 나아요. 그러니 아버지! 약한 말씀하시지 마세요. 다음 주말에 또 갈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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