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베스, 61% 득표율로 재선 성공

헌법 개정, 영구 집권도 가능... 남미 좌파벨트 강화될 듯

등록 2006.12.04 13:06수정 2006.12.04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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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수엘라 대선에서 재선에 성공한 뒤 대통령궁 발코니에서 지지자들을 향해 연설을 하는 우고 차베스 대통령.
베네수엘라 대선에서 재선에 성공한 뒤 대통령궁 발코니에서 지지자들을 향해 연설을 하는 우고 차베스 대통령.AP=연합뉴스
남미의 반미 지도자인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지난 3일(현지시각) 실시된 선거에서 재선에 성공했다.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4일 베네수엘라 선거위원회가 78%의 개표를 완료한 결과 차베스 대통령은 61%의 지지를 얻어 38%에 그친 야당의 마누엘 로살레스 후보를 크게 이겼다. 차베스가 얻은 표수는 약 600만표로 로살레스의 370만표에 비해 200만표 이상 앞서고 있다.

이번 대선에는 총 15명의 후보가 출마했으나 제5공화국당(MVR)의 차베스 대통령과 주요 야당들이 단일 후보로 내세운 로살레스간의 대결구도였다.

공수부대 장교 출신인 차베스는 지난 1992년 2월 1만명의 부하를 이끌고 좌파 쿠데타를 일으켰으나 실패했다. 그러나 1998년 12월 대선에서 차베스는 대선에서 승리했으며 1999년 12월 국민투표를 통과한 신헌법 하에서 치러진 2000년 7월 대선에서 다시 이겼다.

@BRI@이미 8년을 집권한 차베스는 앞으로 6년의 임기가 보장되어 있다.

그러나 이번 대선 전 선거에서 승리할 경우 임기 제한을 철폐하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즉 신헌법은 대통령 재임을 1회로 제한하고 있어 이번이 마지막 기회다. 그러나 다시 헌법을 개정할 경우 차베스는 영구 집권의 길을 열 수 있다. 야권 후보에 비해 거의 2배에 가까운 지지율을 얻은 이상 실제 헌법 개정을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

부시와 앙숙... 남미 좌파벨트 더 강화될 듯


이번 선거는 애초부터 차베스의 당선이 유력시됐다. 베네수엘라는 세계 5위의 원유 수출국인 자원 대국이다. 차베스는 그동안 원유 수출로 벌어들인 막대한 외화를 빈곤 퇴치에 사용해 빈곤층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아왔다.

야권 후보인 로살레스는 "베네수엘라가 전체주의 사회로 가고 있다"고 비판했으나 결정적 승기를 잡지는 못했다.


3일 공식 선거가 끝나기도 전에 차베스 대통령의 지지자들은 승리를 확신하며 환호성을 질렀다. 이들은 수도인 카라카스 거리에 몰려나와 폭죽을 쏘아올리고 자동차 경적을 울려댔다.

차베스는 집권 이후 원유 수출로 벌어들인 돈 가운데 수십억 달러를 빈민들의 식량 보조, 무료 교육, 독신자 가정 지원 등에 사용했다. 또 쿠바와 볼리비아 등 좌파 정권이 집권하고 있는 나라에 석유를 싼 값에 공급했다.

이런 기조를 계속 유지하면서 빈곤층의 절대적 지지를 받아 지난 2002년의 우파 쿠데타, 2004년의 탄핵 등의 위기를 헤쳐왔다. 차베스는 조지 부시 미 대통령과는 최대의 앙숙이었다.

이번 선거 유세 마지막 날인 지난달 28일 차베스는 지지자들에게 "민중들에게 더 많은 힘을 줄 때가 왔다"며 "우리는 이번 대선에서 악마(부시)를 쫓아낼 것"이라고 말했다. 차베스 대통령은 지난 9월 말 유엔 연설에서 부시 미국 대통령을 악마라고 비난했었다.

기독교적 원리주의에 입각해 일방주의적 대외 정책을 악마와의 싸움으로 인식하고 있는 부시 대통령을 조롱한 것이다.

이번 차베스의 집권으로 남미의 좌파 벨트는 더 강화되게 됐다. 현재 26일 에콰도르 대선 결선 투표에서 좌파 후보인 라파엘 코레아 후보가 당선됐다. 지난달 5일에는 니카라과의 다니엘 오르테가 후보가 집권했다.

또 브라질·아르헨티나·우루과이·칠레·코스타리카에는 중도내지 온건 좌파 정권이 집권하고 있다.

차베스는 누구인가?

(카라카스=연합뉴스) 김영섭 특파원 = '혁명의 풍운아' 우고 차베스(52)가 3일 실시된 베네수엘라 대선에서 무난히 승리, 연임에 성공한 것으로 출구조사 결과 예측됐다. 구 헌법 체제아래 1998년 12월 대선에서 첫 당선된 뒤 3번째, 신헌법 하에서는 2000년 7월 대선 당선에 이은 재선인 셈이다.

차베스 대통령은 공수부대 중령이던 92년 2월 부하 1만명을 이끌고 쿠데타를 일으켰던 카리스마 넘치는 지도자이자 대중 민주주의에 뿌리를 둔 대표적 포퓰리스트 정치인.

피델 카스트로 쿠바 지도자를 열렬히 지지하는 그는 자본주의와 공산주의 사이 '제3의 길'을 주창해 왔다. 베네수엘라의 고질적 병폐인 부정부패와 빈곤 추방, 정치, 경제, 사회 등 모든 분야의 개혁을 강력히 내세운다.

차베스는 많은 학자들로부터 아르헨티나의 후안 페론, 페루의 알베르토 후지모리와 같은 포퓰리스트 지도자라는 혹평을 받고 있으나 국내적으로 빈민층을 중심으로 광범위한 지지층을 확보하고 있다.

일부에선 '카스트로주의 독재자', '공산주의자', '미치광이 군인'이라고 혹평한다. 하지만 콜롬비아의 세계적인 대문호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는 '남미 해방자' 시몬 볼리바르에게서 나 봄직한 공화주의자로서의 역사적 비전과 뛰어난 지도력이 그에게 있다고 평가했다.

1954년 7월28일 수도 카라카스 남서쪽 290㎞ 떨어진 인구 4천명의 사바네타 마을에서 학교 교사인 부모 사이에서 태어났다. 부친은 98년 주지사로 선출되기도 했다. 차베스는 육군사관학교에서 지도자의 꿈을 키우고 75년 임관한 뒤 82년 볼리바르혁명운동(MBR-200)에 가담해 사회주의운동을 시작했다.

그 뒤 특수부대 장교 시절인 89년 시몬 볼리바르대 정치학과에서 위탁 교육을 받으면서 현실정치의 부조리에 본격적으로 눈을 뜨고 체제변혁을 모색해 왔다. 92년 쿠데타 실패시 투항조건으로 대(對)국민 연설을 관철시켜 장시간 '혁명 대의'를 역설해 시민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MBR-200을 MVR(제5공화국운동)로 개칭한 뒤 사회주의 계열 정당인 사회주의운동당(MAS), 애국당(PPT) 등과 연대해 좌파 연합인 애국전선(PP)을 결성하고 98년 12월 대선에서 56.2%라는 압도적 지지로 역대 최연소(44세) 대통령에 당선됐다. 이후 1999년 12월 대통령 권한을 확대하고 서민을 위한 '볼리바르 혁명'의 기치를 내건 신헌법을 국민투표로 통과시켰고 2000년 7월 신헌법하 첫 대통령이 됐다.

독서와 야구가 취미인 차베스는 두 번 결혼에 실패해 2001년 이후 아직 독신이다. 첫번째 부인과 사이에 1남2녀, 두번째 부인과는 현재 6살된 딸을 각각 두었다.

kimy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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