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체온이 36.5도인 이유?

배추밭에서 나타난 천사들

등록 2006.12.05 10:39수정 2006.12.05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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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사람들을 돕는데 겨울비도 춥지 않는 천사.
가난한 사람들을 돕는데 겨울비도 춥지 않는 천사.최종수
겨울비가 내리더니 날씨는 어느새 손이 시리고 옷깃을 여미게 합니다. 한 차례 비에 우수수 떨어진 낙엽들처럼 겨울이면 더 추울 수밖에 없는 사람들.


사람의 체온이 36.5도인 이유는 무엇일까요? 제 몸을 유지하는 것이기도 하겠지만 서로 체온을 나누라는 뜻이겠지요. 추운 사람들에게 웃음만 띠는 것이 아니라 손을 내밀어 잡으라는 것이겠지요. 호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내어 그 손에 얹어주라는 것이겠지요.

부익부 빈익빈이 되면서 우리 주위에는 가난한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습니다. 그런데도 우리의 시선은 냉랭해져만 가고 있습니다. 마치 낙엽을 밟으며 걸어가면서도 낙엽의 존재를 모르는 것처럼 관심을 두지 않기 때문일 것입니다. 우리의 시선은 지금 얼마나 높고 부유한 곳으로만 집중되어 있습니까.

@BRI@무더운 여름에도 가슴이 추운 사람들을 찾아가 함께 나누고자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들을 찾아갈 시간적 여유가 없는 사람들은 재정적으로나마 후원을 하기도 합니다.

시어머니에게 세 살배기 아들을 맡기고 가난한 사람들을 돕는 단체를 후원하기 위해 몸으로 뛰는 자매님. 아무리 좋은 일이라도 큰 용기가 없다면 실천까지는 멀고 먼 다리가 되고 말 것입니다.

지난 달 27일에 비가 내렸습니다. 가난한 사람들을 돕고 지원하는 단체인 빈첸시오회의 재정사업을 위해 성당 텃밭의 배추를 절이기로 했습니다. 수익금은 포기당 500원이었습니다.


목사님을 만나러 가는 길에 성당에 들렀습니다. 자매님 두 분이 고랑에 엎드려서 칼로 배추를 따고 있었습니다. 배추밭에서 노란색 비옷을 입고 바삐 일하는 자매님들을 보는 순간 이런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비 내리는 배추밭에 노랑나비 두 마리가 너울거리네. 천사가 있다면 저런 모습이 아닐까?'


배추를 따는 모습이 매우 아름다워 조심스레 운을 떼 보았습니다.

"제가 형제님께 전화해서 도와달라고 할까요?"
"됐어요, 어떤 계획이 있을지 모르는데 갑자기 전화를 하면 부담을 줄 수 있잖아요."

그 말도 천사의 말처럼 들려왔습니다. "수고하세요"라고 말하고 손을 흔들어 인사를 한 뒤 약속장소로 출발했습니다.

자매님들 등에 붙여주려고 했던 일제 파스가 조수석에 놓여 있었습니다. 속옷에 붙이는 파스인데, 24시간 따뜻한 찜질을 해주는 파스였습니다. 겨울비 내리는 추운 날씨지만 그 파스를 등에 붙이면 일하는 동안 내내 훈훈할 텐데…. 건망증만 원망하며 약속시간이 늦을까봐 뒤돌아보지 못했습니다.

시누와 손아래 올케 사이가 이렇게 다정할 수 있을까요?
시누와 손아래 올케 사이가 이렇게 다정할 수 있을까요?최종수
수요일에 두 자매님을 만났습니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가 봐요. 정말 신기해요. 세베로 형제님에게 전화하신다고 하셨잖아요? 그냥 저희들이 한다고 하고 두 포기씩 품에 안아서 수돗가로 옮겼어요. 100포기니까 두 사람이 25번을 왕복해야 하는데, 아우가 리어카로 나르자고 해서 배추를 리어카에 싣고 있는데, 글쎄 세베로 형제님이 배추밭에 오신 거예요.

요아킴 형제님과 집에서 차를 한 잔 마시고 밖으로 나왔는데, 그냥 성당으로 발길이 옮겨지더래요. 성당에 와서 보니 비옷을 입고 두 자매가 일을 하고 있으니 도와줄 수밖예요. 신부님이 말한 형제님이 필요한 시간에 오셔서 배추를 다 옮겨주고 배추를 함께 절여주어서 너무 쉽게 일을 마칠 수 있었어요.

그래서 다짐했어요. 가난한 사람들을 돕는 빈첸시오회 일을 꾀부리지 말고 열심히 해야겠다고요. 우리가 좋은 일을 시작하기만 하면 하늘은 그 일을 도와주신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어요. 가난한 이들을 돕는 단체를 위해 봉사하니까 이렇게 기쁜 일이 생기는가 봅니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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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 기자는 정의구현 전국사제단의 일꾼으로, 불평등한 소파개정 국민행동 공동집행위원장으로 2000년 6월 20일 폭격중인 매향리 농섬에 태극기를 휘날린 투사 신부, 현재 전주 팔복동성당 주임신부로 사목하고 있습니다. '첫눈 같은 당신'(빛두레) 시사 수필집을 출간했고, 최근 첫 시집 '지독한 갈증'(문학과경계사)을 출간했습니다. 홈피 http://www.sarang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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