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사람들을 돕는데 겨울비도 춥지 않는 천사.최종수
겨울비가 내리더니 날씨는 어느새 손이 시리고 옷깃을 여미게 합니다. 한 차례 비에 우수수 떨어진 낙엽들처럼 겨울이면 더 추울 수밖에 없는 사람들.
사람의 체온이 36.5도인 이유는 무엇일까요? 제 몸을 유지하는 것이기도 하겠지만 서로 체온을 나누라는 뜻이겠지요. 추운 사람들에게 웃음만 띠는 것이 아니라 손을 내밀어 잡으라는 것이겠지요. 호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내어 그 손에 얹어주라는 것이겠지요.
부익부 빈익빈이 되면서 우리 주위에는 가난한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습니다. 그런데도 우리의 시선은 냉랭해져만 가고 있습니다. 마치 낙엽을 밟으며 걸어가면서도 낙엽의 존재를 모르는 것처럼 관심을 두지 않기 때문일 것입니다. 우리의 시선은 지금 얼마나 높고 부유한 곳으로만 집중되어 있습니까.
@BRI@무더운 여름에도 가슴이 추운 사람들을 찾아가 함께 나누고자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들을 찾아갈 시간적 여유가 없는 사람들은 재정적으로나마 후원을 하기도 합니다.
시어머니에게 세 살배기 아들을 맡기고 가난한 사람들을 돕는 단체를 후원하기 위해 몸으로 뛰는 자매님. 아무리 좋은 일이라도 큰 용기가 없다면 실천까지는 멀고 먼 다리가 되고 말 것입니다.
지난 달 27일에 비가 내렸습니다. 가난한 사람들을 돕고 지원하는 단체인 빈첸시오회의 재정사업을 위해 성당 텃밭의 배추를 절이기로 했습니다. 수익금은 포기당 500원이었습니다.
목사님을 만나러 가는 길에 성당에 들렀습니다. 자매님 두 분이 고랑에 엎드려서 칼로 배추를 따고 있었습니다. 배추밭에서 노란색 비옷을 입고 바삐 일하는 자매님들을 보는 순간 이런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비 내리는 배추밭에 노랑나비 두 마리가 너울거리네. 천사가 있다면 저런 모습이 아닐까?'
배추를 따는 모습이 매우 아름다워 조심스레 운을 떼 보았습니다.
"제가 형제님께 전화해서 도와달라고 할까요?"
"됐어요, 어떤 계획이 있을지 모르는데 갑자기 전화를 하면 부담을 줄 수 있잖아요."
그 말도 천사의 말처럼 들려왔습니다. "수고하세요"라고 말하고 손을 흔들어 인사를 한 뒤 약속장소로 출발했습니다.
자매님들 등에 붙여주려고 했던 일제 파스가 조수석에 놓여 있었습니다. 속옷에 붙이는 파스인데, 24시간 따뜻한 찜질을 해주는 파스였습니다. 겨울비 내리는 추운 날씨지만 그 파스를 등에 붙이면 일하는 동안 내내 훈훈할 텐데…. 건망증만 원망하며 약속시간이 늦을까봐 뒤돌아보지 못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