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소희
미누는 잘 생겼다. 그리고 억수로 착하다. 나이는 스무 살. 의리도 있다. 그렇다. 미누는 완벽한 남자였다. 자꾸만 잊어버리는 사실, 미누가 바보라는 것만 빼면.
"미누! 우리 중에 누가 제일 좋아? 한 명만 골라봐!"
언덕 위를 찾아온 여자 봉사자들은 미누를 두고 그런 농담을 하곤 했다. 음악 쇼를 위한 공원 공사가 한창일 때였다. 농담 때문에 미누는 얼굴이 빨개져서 시선을 돌렸다. 옆에 있던 람까지 힌디로 통역해주며 부추기면 참다못한 미누는 소리를 질렀다.
"어… 누… 누구든 여자가 날 따라오면 빠체 키로(5km)도망 칠거예요!"
@BRI@ 순수한 미누! 그 순수함은 잘생긴 얼굴 위에서 빛났다. 그러나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미누는 바보였다. 늘 멍한 표정에 산만하게 주위를 두리번거리는 미누는 소위 모자란 사람이었다. 하지만 미누가 보기엔 우리가 바보였다. 바보 같은 지니와 나 때문에 미누는 하루 종일 마음을 졸였다. 그래서 미누의 자전거는 시장이고 언덕이고 우리를 따라다니느라 바빴다.
그때 우리는 언덕위에서 매일 일했다. 그래서 점심을 해 줄 사람이 필요했는데 미누는 마침 솜씨 좋은 요리사였다. 인도콩과 야채를 작게 다져넣고 플라우(인도식 볶음밥)를 만들거나 김치찌개처럼 얼큰한 커리를 만들어 주었다. 보자기를 바위에 펼쳐 놓고 먹는 볼품없는 도시락이었지만 미누는 언제나 토마토와 코리앤더를 섞어 만든 붉고 푸른 샐러드로 멋을 냈다.
그러던 어느 날 미누가 하얀 자루를 들고 언덕에 나타났다. 자루는 한 번씩 꿈틀거렸다.
"미누. 그게 뭐야?"
미누는 자랑스럽게 자루를 풀어헤쳤다. 공손히 들여다보던 우리는 뒤로 넘어가고 말았다.
"엄마야!! 으… 이게 뭐야!"
참새만큼 작은 새가 목과 다리가 부러진 채 파닥거리고 있었다. 아, 생각났다! 얼마 전 미누가 정글 새를 먹어 보고 싶냐고 물었었다. 그래도 이건 너무했다. 정글 새 라고하면 적어도 꿩이나 공작새만큼 커야지 저렇게 작고 여린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게다가 그렇게 보여줄 것까진 없었는데!
"어… 꾜(왜)? 정글에서 사냥꾼한테 사 온 거야. 아… 고기 커리를 만들어 줄께!"
"당장 사냥꾼한테 돌려줘!! 너무 불쌍하잖아."
미누는 실망한 얼굴로 돌아갔다.
오후가 되자 미누가 점심을 들고 다시 나타났다. 그리고 커다란 통에 든 커리를 휘휘저어 퍼 주었다. 지니의 그릇 속에는 동그란 것이 동동 떠 있었다.
"이거 감자야?"
눈을 찡그리며 자세히 들여다보던 지니는 갑자기 소리를 질렀다.
"으악!"
그건 조림 감자만한 새 머리였다. 대머리가 된 작은 새 머리는 눈을 꾹 감고 있었다. 미누는 그것도 고기라고 지니에게 퍼 준 것이었다.
"아레야르!(나 이거 참) 너희는 고기를 먹잖아. 그런데 왜 그래?!"
미누는 고기를 먹으면서 고기가 불쌍하다고 떠드는 우리가 이상해 보였다. 인도인들에게 고기를 먹는다는 것은 종교적인 의미가 크다. 고기를 먹는 사람은 닭이나 돼지를 잡을 때 털이 날리고 피가 튀어도 입맛만 다시는 사람일 거라고 생각한다. 살생에 대해서 죄책감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빠갈 헤(바보야)!"
결국 미누는 새머리에서 고기를 발라내 짜파티에 꼭꼭 싸서 억지로 입에 넣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