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바이트를 평생 직업으로

'아르바이트는 방학에만'이라는 공식, 이제는 아니에요

등록 2006.12.07 19:18수정 2006.12.07 1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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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안산시에 위치한 ‘T패밀리 레스토랑'. 문을 열고 들어서면 빨간색 유니폼에 귀여운 인형 브로치를 달고 손님을 반갑게 맞는 그녀를 볼 수 있다. "어서 오세요, 코코입니다."


이미연(22)씨. 그녀의 또 다른 이름은 '코코'이다. 2년 전 여름 방학이 시작 될 무렵 그녀가 사는 지역에 패밀리 레스토랑이 들어왔다. 이씨는 부모님 용돈 부담을 덜어 드리기 위하여 이 일을 처음 시작하게 되었다. 아르바이트를 시작한지 2년. 지금 그녀의 직책은 아르바이트로서는 최고 위치인 코치이다.

@BRI@"네가 얼마나 오래할지 내기할까?"

아르바이트를 시작하고 얼마 안 되어 이씨가 친구들에게 가장 많이 듣던 소리는 “언제 아르바이트 관둘 거야?”이다. 이전에 여러 아르바이트를 했지만 방학이 채 끝나기도 전에 그만뒀기 때문이다.

친구들이 “넌 얼마 못하고 관둘꺼야”라는 말에 오기가 생겨 방학이 끝날 때까지 아르바이트를 했다.“친구들에게 책임감 있게 오래 일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이렇게 오래 할지는 몰랐지만….” 오기로 시작한 아르바이트가 지금은 코치가 되어 아르바이트생들의 시간표와 책임을 맡게 되었다.

키155cm, 몸무게38kg. 그녀가 ‘T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아르바이트를 한다고 하였을 때 모두가 무리라고 말했다. 패밀리 레스토랑의 특징상 큰 쟁반(트레이)을 한 손으로 번쩍 들고 서빙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 여성의 평균에 못 미치는 작은 키와 몸무게의 그녀가 들기에 쟁반은 보기에도 버거워 보인다. “쟁반은 힘으로 드는 것이 아니라 요령으로 드는 것이에요"라고 말하는 그녀가 그 작은 몸으로 쟁반을 번쩍 들어올린다.

아르바이트가 처음부터 쉬운 것은 아니었다.“가끔 일부러 주문을 잘못하시고 음식이 잘못 나왔다며 화를 내시는 손님이 있어요. 처음에는 어쩔 줄 몰랐는데 지금은 손님에게 웃으면서 서비스 메뉴를 더 드리며 오히려 손님을 제 편으로 만들어요.”

‘코코’라는 이름으로 손님에게 친절하게 다가가는 그녀는 10월 '이달의 친절 직원'으로 뽑히기도 했다.“손님들에게 진심으로 다가가니까 손님들도 알아주시는 거 같아요. 그리고 제가 남다르게 작아서 손님들께서도 기억을 잘해주세요.”

아르바이트를 시작하면서 부은 적금이 벌써 두개째라며 만기가 다 끝나 또 다른 적금을 붓고 있다고 한다.“제 용돈은 스스로 버니까 부모님께 부담도 안 드리고 좋아요”라며 자립심을 키우는 좋은 경험이라고 말한다.


방학이 끝난 다음 개강하고 아르바이트와 학업을 동시에 병행한 그녀. 낮에는 아르바이트를, 밤에는 학업의 두 마리의 토끼를 다 잡아야 했다.“처음에는 힘이 들었지만 이제는 오히려 몸을 안 움직이면 근질근질 하다”고 말한다.

그녀의 학교는 강남대학교 사회복지학과(3학년). 사람 만나는 것이 좋고 어려운 사람을 돕고 싶어서 선택한 학과이다.“사람을 대하고, 돕는 학과이다 보니 일을 할 때도 다른 아르바이트생들보다는 좀 더 손님들에게 가까이 다가가는데 도움이 되요”라며 학교에서 배우는 이론적인 강의 내용보다는 여러 사람을 많이 만날 수 있는 이 일에 매력을 느낀다고 한다.

그녀는“매니저에 도전해 일을 할 수 있을 때까지 하고, 후에 나이가 먹은 후에는 어려운 사람을 돕는 사회복지사에 도전해보고 싶다”며 환하게 웃으며 포부를 말한다.

'인스턴트 아르바이트'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요즘 대학생들은 아르바이트를 용돈이나 버는 하찮은 일로 생각한다.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이라는 생각들이 크다. 하지만 인생에서 귀중한 것들은 젊었을 때의 고생을 통해 얻어진다.

아르바이트를 너무 쉽게 생각하는 요즘 학생들과는 다르게 아르바이트를 통해 평생 직업을 찾은 그녀. 지금은 어렵고 힘든 아르바이트이지만 후에 그녀에게 희망의 밑거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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