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 가입할 땐 '아는 척' 마세요

[재무설계로 재테크 뛰어넘기 22] 모르는 건 당당히 캐묻자

등록 2006.12.10 17:50수정 2006.12.12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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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중은행 지점의 대출 창구(자료사진)
한 시중은행 지점의 대출 창구(자료사진)오마이뉴스 김연기
[사례1] 경기도 수원에 사는 30대 초반 맞벌이 부부 이아무개씨는 월 150만원을 저축하고 있다. 그러나 작년에 적립식 펀드를 통해 재미를 본 사람들 이야기를 듣고 더 늦으면 안될 것 같아 올해 초 모든 저축을 펀드로 전환하기로 했다.

펀드에 대한 지식과 정보가 많지 않았던 이씨는 은행 창구에 있는 여직원에게 펀드가입 문의를 하였고 추천을 받았다. 하지만 가입 직전에 창구 여직원이 이씨를 대하는 태도는 결코 친절하지 않았다. '당신이 가입해 봤자 기껏 20∼30만원 정도겠지…' 하는 느낌이었다. 이씨가 "월 150만원을 가입하는데 어떤 펀드가 좋으냐?"라고 묻자 직원 태도가 바뀌고 자리에 앉으라고 권했다고 한다.

상담 중 잔뜩 주식형만 추천해준 직원에게 이씨는 "너무 주식형만 가입하면 불안하지 않나요?"라고 문의하자 그 중 30만원은 채권형으로 가입해줬다. 이씨는 조금이나마 채권형을 섞어야지 위험이 분산될 것 같아 펀드 내용은 불문하고 다소 안심했다.

문제는 몇 달이 지나서였다. 국내 채권형 펀드인 줄 알고 가입했던 펀드가 해외 재간접펀드였고 성과도 좋지 않았다. 더군다나 환매 요청 시에는 통장에 돈이 언제 들어오는지 은행 직원도 정확한 답을 해주지 못했다. 결국 보름이 지나서야 통장에 돈이 입금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대출금리 따졌더니 0.5% 혜택

[사례2] 안산에 사는 40대 중반 최아무개씨는 주거래은행에서 부동산 담보대출 2건에 총 3억원을 쓰고 있다. 각각 1억원, 2억원인데 만기도 다르다. 문제는 2건의 대출이자율이 서로 다른 것이었다.

동일인이 같은 은행에서 같은 부동산을 담보로 제공하고 차입했는데도 대출이자율이 다른 것이 의아했다. 최씨가 은행에 항의하니 2억원 대출에 대해 만기 연장 때 0.5%의 금리 인하 혜택을 볼 수 있었다. 0.5% 금리가 별게 아닐 수 있지만 2억원에 대한 0.5%의 금리 인하는 연 100만원의 이자 절감효과가 있는 적지 않은 금액이다.

금융기관에서 '품위'는 버려라


옷을 살 때 우리는 여러 가지를 따져 본다. 디자인은 어떤지, 물빨래는 되는지, 옷감은 어떤지 등등 고민하고 이 가게 저 가게 돌며 많은 시간을 소비한다. 하물며 치약이나 비누를 살 때도 제조 회사에서부터 성분, 냄새까지 여러 가지를 확인하고 고민해 본 후 구매한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돈과 관련된 금융상품에 대해서는 의외로 관대하다. 많은 사람들이 금융기관에서 상품을 살 때는 품위(?)를 지키느라 대충대충 설명 듣고 구매 결정을 한다.


예금이나 적금 상품은 그나마 친숙해서 금리 정도는 확인하고 가입한다. 하지만 요즘 많은 사람들이 가입하는 적립식 펀드와 같은 간접투자상품을 가입할 때는 옷을 고를 때의 집요함이 사라지고 만다. 왠지 모를 주눅도 들고 막연하게 금융회사 직원들이 알아서 해주니까 믿어도 되겠지 하는 마음에 잘 묻지 못한다.

모르는 것은 그 자리에서 물어봐야

[사례1]의 이씨는 펀드가입 때 은행 직원이 추천해 준 대로 가입했다. 하지만 가입한 상품에 대한 정확한 설명을 듣지 못했고 상품에 대한 본인의 지식도 부족해서 결과적으로 손해를 봤다. 문제는 이씨가 상품에 대한 지식과 이해가 부족했으나 가입할 때 꼼꼼히 따져보지 못했다는 점이다.

많은 금융소비자들이 금융기관을 이용할 때 몰라도 묻지 않고, 때로는 물어보는 게 쑥스럽기도 해서 아는 척하고 그냥 넘어가는 경우가 종종 있다. 또는 직원들이 시키는 대로 서명하고 날인한다.

그러나 금융기관 직원이 고의로 잘못 설명한 경우가 아니라면 상품 가입 시 정확한 내용을 확인하지 않고 서명·날인한 본인이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

펀드 가입이나 대출을 신청할 때 본인이 서명하거나 날인하는 양식에는 모든 책임을 금융기관이 아닌 가입자 본인이 진다는 내용이 포함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펀드 가입은 물론 모든 금융상품 이용 시 제대로 설명 듣고 제공 받아야 할 주요 내용들을 직접 확인해야 한다.

대출을 신청할 때도 단순한 금리는 물론 기타 관련 수수료와 설정비(담보대출 이용시) 등 전체비용을 잘 따져보아야 한다. 연체 없이 신용관리를 잘했을 경우에는 쓸데없이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를 적용받지 않는지도 확인하자.

객관적으로 이해가 되는 금리라면 모르되 [사례2]의 최씨처럼 정확한 잣대 없이 높은 금리를 적용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꼼꼼히 체크해 봐야 한다. 은행 시스템이 대단히 과학적이어서 알아서 잘해 줄 것이란 믿음을 버려야 한다. 잘 따져보지 않으면 황당한 불이익을 누구나 당할 수 있다.

최씨처럼 이유없이 연간 100만원씩 더 지불해야 하는 상황이 충분히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이다.

금융소비자 권리는 소비자들이 직접 찾아야

본인이 확인하고 요청하지 않으면 금융기관은 대부분 자신들에 유리한 금리를 적용하고 수수료가 많은 펀드를 권해준다. 금융기관도 이익을 내야 하는 영리집단이기 때문이다.

과거 금융기관들, 특히 은행은 공적인 기능도 충실이 수행해 왔다. 단순한 이익추구 외에도 기업에 대한 생산자금 대출과 서민을 위한 주택자금 대출 등 경제 발전에 직간접적인 지원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IMF 외환위기 이후 금융기관들은 철저히 이익을 추구하고 있으며 중산층 서민보다 돈 많은 VIP 고객들과 주주들의 이익을 위해 혼신을 다한다.

금융환경이 변하고 금융기관들도 변하고 있다. 아직까지 변하지 않고 있는 것은 금융기관이 해주는 대로 받고 있는 대다수 중산층, 서민들이다. 모든 금융소비자들은 금융기관 이용 시 송금수수료(타행), 출금수수료(영업 외 시간) 등 이익 창출에 기여한다.

이제는 돈이 많지 않았다고 소외받았던 많은 금융소비자들이 눈에 보이지 않게 금융기관 이익 창출에 기여한 만큼 대접을 받아야 할 시기다. 앞으로는 금융기관 이용 시 주눅들지 말고 당당히 묻고 당당히 요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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