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층에 자리잡은 경로당, 노인들에게 외면당해

1층 아닌 2층에... 난방조차 가동 안 돼

등록 2006.12.11 17:55수정 2006.12.11 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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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단지 내 하나씩은 있는 경로당. 노인들을 위한 편의시절의 한 방편으로 마련된 것이지만 실제 노인들이 이곳을 이용하는데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는 실정이다.

관리사무소 건물 2층에 위치하고 있어 가파른 계단을 올라야만 하는가 하면 겨울철 난방기가 잘 가동되지 못하는 등 아파트 내 경로당이 노인들의 편안한 휴식처가 되지 못하고 있다.

2002년도에 입주를 시작했던 수원시 G아파트. 이 아파트의 1단지는 총 659세대이다. 그러나 총 6단지로 구성된 G 아파트 단지 내 6곳의 경로당중 한곳을 제외한 1단지, 2단지 등 아파트 내 경로당이 모두 관리실 2층에 위치하고 있다.

G아파트에 살고 있는 이순자(72.가명)씨는 3년 동안 경로당 부회장을 맞아 일을 봐왔다. “맞벌이하는 며느리와 아들이 출근하고 나면 나는 경로당으로 매일 출근한다”며 “특히 요즘같은 겨울철 경로당에서 내려가는 계단에서 행여 미끄러지기라도 하는 날엔”이라며 생각하기도 싫다는 듯 고개를 가로 젓는다.

G아파트 단지내 관리사무소 2층에 자리잡은 노인정. 노인들이 가파른 계단을 올라야만 해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
G아파트 단지내 관리사무소 2층에 자리잡은 노인정. 노인들이 가파른 계단을 올라야만 해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장지혜

계단을 올라 2층에 위치한 노인정 모습.
계단을 올라 2층에 위치한 노인정 모습.장지혜
이씨는 “그동안 계단을 오르내리느라 허리를 다친 노인들도 있고 2층이다 보니 불편을 호소하며 경로당에 올 생각을 안하는 노인들이 많다”고 하소연한다.

처음 아파트가 입주하면서 경로당을 이용하던 노인들의 수는 하루에 평균 50여명 안팎. 하지만 5년이 지난 지금 이 아파트 경로당을 이용하는 노인들은 십여명에 불과하다.

평소 지팡이가 없이는 거동이 불편한 김양순(75.가명)씨. 2개월 전 경로당을 올라오는 계단에서 지팡이가 미끄러지면서 허리를 다쳤다. 하마터면 큰 사고를 당할 뻔한 김씨는 “계단이 대리석으로 만들어져 있어 많이 미끄럽다”며 “그 일 이후 조심하고는 있지만 불안할 뿐이다”라며 하루빨리 1층으로 경로당이 내려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팡이가 없이는 계단을 못 오르는 김양순(가명)할머니.
지팡이가 없이는 계단을 못 오르는 김양순(가명)할머니.장지혜
이와 관련해 아파트 내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2층에 있는 경로당을 1층으로 옮기는 것은 복잡한 문제”라며 “앞으로도 2층에 있는 경로당을 1층으로 옮기는 일은 계획된 것이 없다”고 밝혔다.

시 주민생활국 한 관계자는 “경로당이 1층이 아닌 2층에서 운영되고 있는 것은 문제”라며 “현재 2층에서 운영되고 있는 경로당이 1층으로 내려올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함과 동시에 앞으로는 새로 짓는 아파트의 경우 경로당을 1층에 운영할 수 있도록 관리, 감독을 철저히 하겠다”고 답했다.


한편, 수원시가 73개 경로당에 지원관리의 일환으로 지급한 난방기가 일부 경로당에서 부족한 전기세 등의 이유로 실제 가동되지 않고 있어 운영비의 확대지급 등의 대책마련이 필요하다.

수원시 문화복지위 오상운 의원은 “올 10월부터 경로당의 전기세 등 운영비가 20%올랐지만 이는 한 경로당 당 1~3만원정도의 예산이 지급되는 것”이라며 “이 돈으로는 겨울철 난방기를 돌리기에 턱없이 부족하다”고 문제를 지적했다.

덧붙이는 글 | <나만의 특종> 기사입니다.

덧붙이는 글 <나만의 특종>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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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장지혜 기자 입니다. 세상의 바람에 흔들리기보다는 세상으로 바람을 날려보내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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