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값 아파트가 제2의 '판교 로또' 만든다

[주장] '반값 아파트 올인'을 경계해야 하는 이유

등록 2006.12.14 20:07수정 2007.02.01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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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가 역으로 반값 아파트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사진은 과천 정부종합청사 인근 주공아파트 단지.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가 역으로 반값 아파트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사진은 과천 정부종합청사 인근 주공아파트 단지.오마이뉴스 남소연
노무현 정부의 호언장담에도 부동산 문제는 악화되고 있다. 이 때문에 부동산 문제는 내년 대선에서도 가장 뜨거운 이슈로 부각될 전망이다.

이 점을 간파했는지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신혼부부에게 집 한 채"라고 말한 것이 지지도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여론조사기관 분석도 나오고 있다. 들끓는 여론의 바탕에는 적어도 번듯한 아파트 한 채를 내 집으로 갖고 싶은 사람들의 욕구가 있는 것이고, 이를 반영한 것으로 보여진다. 그러나 '신혼부부에게 집 한 채'라는 구호는 정치인이 즉자적으로 반응한 레토릭이지 정책적 방향이 될 수는 없다.

일단 이 문제는 접어두고 본론으로 들어가자. 나는 노무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의 방향을 정말 이해하기 힘들다. 이미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 문제는 노무현 정부 초기부터 논란이 되었다. 지난 2004년 열린우리당 총선 공약으로도 등장했으니 말이다.

당시에도 나는 행정적 처리 과정에 들어가야 할 일을 왜 공약 수준으로 올려서 정책의 방향으로 삼는지 의문스러웠다. 도중에 노무현 대통령 스스로 원가공개는 시장원리에 반한다며 불가 입장을 밝혔다가 다시 시행하겠다고 번복하면서 우호적인 진영과 적대적인 진영 양쪽에서 비난받았다.

분양가 규제하면 투기 잡을까?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 논란은 오래 전부터 '아파트가격내리기시민모임'이라든가 '소비자문제를 연구하는 시민의 모임' 등이 주장해 온 것이다. 이 주장은 그야말로 아파트 분양가가 너무 비싸 분양받을 수 없는 소비자 처지에서 제기된 것이었다.

이후 점차 건설업체들의 폭리·담합·비리가 분양가 상승 원인이라는 진단이 확장되고, 이슈의 성격이 바뀌어 가기 시작했다. 게다가 분양가가 부동산가격 상승의 주범이라는 인식까지 보태어지면서 전혀 다른 문제로 바뀌었고 이제는 부동산 정책의 핵심으로 인식되기에 이르렀다.


우리가 잊고 있지만 사실 분양가 공개 혹은 분양가 상한제 등의 정책, 특히 분양가 규제 정책으로 부동산투기를 잡는다는 것은 이미 한 차례 실패한 적이 있다. 분양가 규제는 90년대 후반 분양가가 자율화되기 전 80년대 후반, 90년대 초반 아파트 분양시장 광풍의 원인 중 하나로 꼽히기도 했다.

당시 전문가들과 시민단체는 분양가 규제가 시세와의 차이로 생기는 불로소득을 노리는 투기꾼들이 광범위하게 설치게 만들고 국민 모두를 투기꾼으로 만들고 있다고 비난했다. 뿐만 아니라 주택시장에서 소비자들의 다양한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는 점도 지적되었다.


이에 대해 관료들은 "집없는 사람들에게 집을 싸게 공급하는 정책"이라며 "투기꾼들을 잡을 수 있도록, 분양 받은 아파트를 사고팔지 못하도록 규제정책을 만들면 된다"고 대응했다. 하지만 이는 개발독재 시대에 똑같은 아파트를 주공을 중심으로 국가가 대량으로 공급하던 시절의 정책일 뿐이다.

'아파트 값 거품빼기 국민행동'을 진행하는 경실련 회원들.
'아파트 값 거품빼기 국민행동'을 진행하는 경실련 회원들.오마이뉴스 권우성
노태우 정부 시절의 전세대란 때부터 시민사회에서는 불로소득이 제거되는 부동산 시장의 안정을 위해 종합토지세 등 세제 개혁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이와 함께 분양가 자율화와 후분양제 도입, 공공임대주택의 확대 등이 패키지로 다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당시 정부는 분양가만 자율화하고 나머지는 나 몰라라 했다. 결국 분양받은 개인이 가져가던 불로소득을 대부분 건설사가 가져가도록 만들었고, 지금과 같은 사태의 원인을 제공한 것이다. 더구나 토지공개념 3개 법안에 대한 위헌 논란이 일어 그 기능을 상실하면서 그나마 불로소득을 환수할 장치마저 사라지고 나서는 아무런 방책 없이 지내온 셈이다.

토지공개념법안이 만들어질 때 주도적인 역할을 했던 경실련의 한 교수는 그 당시 이렇게 한탄하기도 했다.

"토지공개념 3개 법안이 만들어질 때가 정부가 후퇴했던 시점이었는데, 시민사회가 좀 더 강경하게 밀어붙여서 종합토지세를 비롯한 근본적인 세제 개혁을 이루어내야 했다. 그런데 어설픈 타협책으로 토지공개념법안을 받아들였다가 이도 저도 아닌 게 된 건 아닌가."

분양가 원가 공개를 주장했던 근거들은 앞에서 말한 것처럼 폭리·담합·비리에 대한 의구심이었고, 경실련 조사에 따르면 나름대로 상당한 근거를 가지고 있다. 분양원가를 공개하면 결국 아파트 가격을 반값으로 낮추게 될 것이라는 호언장담으로 이어지고 있다. 공공주택 20%를 보유해야 한다는 경실련의 핵심 주장은 사라지고 '분양 원가 공개'만 사람들의 뇌리에 채워지고 있는 셈이다.

가정해 보자. 아파트 분양원가가 공개되고 아파트 분양가가 반값은 아니라 하더라도 지금보다 훨씬 낮아진다면 전체 주택시장, 나아가 부동산시장 거품이 꺼지고 가격이 하락할까?

그러나 전체 주택시장에서 기존 시장을 뒤엎을 만큼 대량으로 반값 아파트가 공급되기도 힘들고, 설사 공급된다 하더라도 지금의 정책적, 제도적 방향 아래서는 너도나도 이 아파트를 분양받으려 할 것인데, 이건 판교보다도 더 큰 로또가 될 것이 분명하다.

분양받고 가지고 있으면 당연히 시세만큼 오르게 되어 있다. 그게 시장에서 일반적으로 작동하는 원리 아니겠는가? 그러니 이 '정책'은 부동산 부자들에게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당연히 '조중동'이 종부세 때만큼 난리 칠 일이 없다. 거 잘되는지 보자, 이 정도의 태도를 취할 뿐이지.

분양원가 공개, '정책'으로 풀 문제가 아니다

애초 분양가를 공개하면 아파트가 반값된다는 경실련 주장과는 좀 다르지만, 현재 정당들이 검토하고 있는 토지임대부 주택이나 환매조건부 주택의 공급 역시 의도나 방향이 잘못된 건 아니다.

문제는 그 실현가능성이고, 공급량이다. 모든 전제가 충족되어서 실시된다고 하더라도 이것이 기존 주택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공공성 있는 주택시장과 별개로 대규모 주택시장이 여전히 불로소득을 보장해 주는 한 부동산가격 안정과 투기억제는 보장되지 않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근본적인 대책은 아니라는 것이다. 앞으로 모든 집을 이렇게 지으면 모를까.

그러면 원가공개만 하면 모든 것이 해결 될까? 전혀 그렇지 않다. 원가공개를 할 기회가 여러 번 있었지만 정부가 안한 것뿐이다. 담합이 있었다면 공정위에서 조사해 과징금을, 폭리라면 국세청에서 조사해 세금을, 비리라면 검찰이 조사해 처벌해야 했다.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원가는 공개되게 마련이다.

말하자면 원가공개란 부동산 시장의 안정을 위한 '제도'나 정책으로 이루어질 사안이 아닌, 반시장적 행태나 부패에 대한 행정적 조치로 이루어질 사안이다. 그걸 미루고 혹은 피해가다가 이제는 '제도'나 '정책'으로 만들어야 하니, 이렇게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입어야 하는 꼴이 됐다.

결국 특정지역의 가격을 내리려는 제도나 정책이 사회적 룰로 작동하기 어렵다.

부동산문제에 관한 해법은 그간의 전문가들의 논의과정에 비추어 보면 새로울 것이 없다. 가격을 낮추기 위한 정책수단을 동원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나라들에 비해 너무나 낮은 보유세를 강화(특히 실효세율, 명목상 1%가 아닌)하고 거래세를 낮추어서 불로소득을 환수해야 한다.

또한 가격의 급등이, 특히 화폐의 유동성으로 인해 생기는 경우라면 금리정책이 동원되어야 한다. 지금이 그런 시기인지 아닌지는 면밀히 검토해야 할 문제지만.

보다 근본적으로는 전 국토의 이용계획, 토지이용계획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는 만큼, 수도권정책이나 국토개발계획 전반에 대한 검토 없이 부동산 시장의 안정은 어렵다. 지역은 낙후되어 가고 수도권, 그 비빌 데 없는 공간으로 사람들이 몰려들어 오는 만큼은 그를 위한 주택의 공급과 재개발은 필연적이다. 수요발생의 원인에 대한 진단 없이 공급만 하자고 하는 사람들의 경우엔 이 점을 반드시 살펴야 한다.

덧붙여 주택시장의 변화도 감안해야 한다. 집이 없으니 내게도 달라는 요구뿐 아니라 더 좋은 집을 요구하는 수요도 적잖이 형성되어 있다. 새로운 질의 주택 공급이 필요한 것이다. 이 새로운 질의 주택공급은 턱없이 부족하다. 당연히 가격이 높아지는 데 기여하고 있다. 이 점도 면밀히 검토하지 않으면 안 된다.

'호언장담'보다 정책 신뢰 다져야

열린우리당 선병렬·최재천(맨오른쪽) 의원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김헌동 아파트값 거품빼기운동본부장등은 11월 14일 오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택지비 허위공시 의혹`과 관련해 경기도 화성시 동탄신도시 건설에 참여한 24개 건설사를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최영근 화성시장을 직무유기 혐의로 수원지검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열린우리당 선병렬·최재천(맨오른쪽) 의원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김헌동 아파트값 거품빼기운동본부장등은 11월 14일 오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택지비 허위공시 의혹`과 관련해 경기도 화성시 동탄신도시 건설에 참여한 24개 건설사를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최영근 화성시장을 직무유기 혐의로 수원지검에 고발했다고 밝혔다.오마이뉴스 이종호
부동산 시장의 안정은 앞서 말한 정책과 제도의 조합으로 이루어진다. 원가공개나 세금 한 번 때렸다고 안정되지 않는다. 기본적인 정책이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제도에 대한 신뢰가 보태어질 때만 안정되는 것이다.

지금처럼 반값 아파트 정책이 부동산시장의 안정을 위한 첩경인 것처럼 인식되면 오히려 8·31대책 같은 제대로 된 정책이 뒷심을 받지 못하고 흐지부지되거나, 반값 아파트 공급한다고 수도권 개발에만 박차를 가하면서 오히려 수도권 집중현상을 가속화시키는 왜곡된 방향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높다.

이와 함께 주택이 소유가 아닌 주거의 개념으로 전환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 점에서 임대주택은 중요한데, 임대주택이라는 것이 단지 집 없어서 문제인 사람들에게 공급되는 주택이 아니라 보편적인 주택이라는 인식이 일반화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지점에서, 공급될 토지만 충분하다면 여야 정당이 제안하는 토지임대부, 환매조건부 주택 모두 좋은 정책이 되는 것이다. 소유권이 없어도 정말 들어가 살고 싶은 싸고 질 좋은 주택이 공급될 때 주택소유에 대한 개념도 변화할 것이다.

이렇게 보면 결국 여야 정당과 일부 시민단체 모두가 지금 너도나도 나서서 한순간에 부동산 가격을 반으로 내리겠다고 호언장담하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다.

가격이 낮은 아파트를 공급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았다고 전체 부동산시장이 안정되는 것도 아니고 불로소득이 환수되는 것도 아니다. 국토개발계획과 연관된 전국 토지의 이용계획, 주택과 토지정책, 세제, 금리 정책이 어우러져야 부동산 시장이 안정될 수 있다. 새로 분양되는 아파트 가격을 낮춘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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