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2 등을 사용해 오리와 닭을 살처분하는 방법 따위를 안내해놓은 지침서 표지김효진
농림부와 국립수의과학검역원이 공동작성한 "조류인플루엔자 긴급행동지침"에는 CO2 가스를 이용한 살처분 방법이 비교적 자세히 제시되어 있고, 오리나 닭, 공히 CO2 가스 주입 후 20~30분 정도면 죽음에 이른다고 되어 있다.
또한 닭의 경우, 평사는 열풍기로 산소를 고갈시키고 CO2 가스를 혼용하면 30분 이내에 죽고, 케이지 사육하는 무창계사의 경우 환기팬의 전기를 차단해 산소공급을 중단하고 CO2가스를 혼용하면 역시 30분 이내 죽는다고 되어 있다.
이러한 매뉴얼의 작성일은 2004년 6월이다. 하지만 이번에 달라진 것은 ‘CO2 가스로 안락사 시킨다’는 발표가 있었다는 것뿐이고, 실제는 포르말린 등 가스를 사용하기는 하였으나 거의 효과 없이 많은 수의 동물들이 생매장된 것을 동영상과 익산시장 및 농장주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결론적으로 중앙정부가 투입한 매뉴얼은 대규모 살처분이라는 "실전"에서 전혀 제기능을 하지 못한 검증되지 아니한 자료였을 뿐이다. 생매장 처분이라는 비난을 모면하기 위한 형식적인 자료인 것은 아닌지 의구심을 가지게 된다.
조류에 대해서도 이러하니, 아직까지 외국의 사례나 연구 등으로 확립된 바 없는 포유류 농장동물의 대량 살처분이 적절하게 이루어질 것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이다. 2005년 11월자로 농림부와 수의과학검역원에서 올려놓은 <조류독감에 대한 문답집>에는 “발생농장 및 반경 500m 이내 접촉가능성이 있는 가금류, 돼지·염소 등을 신속히 살처분”하라고 적혀 있다. 역시나 이번 살처분 과정을 보면 포유류에 대한 안락사 대책도 예상한 바와 같이 확인할 수가 없었다.
이제까지 지자체는 오로지 농림부의 가축방역협의회의 지시에 따라 방역대책을 세우게 되어 있었는데, 그러한 매뉴얼과 지휘체계로 적절한 방역작업을 한다는 것은 무리이며, 이제야말로 익산시장이 말한 대로 중앙부처의 매뉴얼과는 또 다른 시 자체의 혁신적인 매뉴얼 작업이 필요한 때라고 여겨진다.
시민들의 바람을 담은 '이한수 익산시장님께 드리는 편지'
▲살처분 작업이 끝난 다음날, 익산시 황등면의 거리. 사람에게나 동물에게나 조류독감은 너무나도 가혹한 것이다. 그래도 우리는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옐로우독
이제 익산에서의 살처분 작업이 완료된 시점에서, 근본적 축산방식의 문제와 함께 구체적인 방역 작업과정에서 어떤 문제점이 제기되는지와 그에 대한 대안이 연구 제시되어야 한다. 그것을 위해 동물보호시민단체 KARA(Korea Animal Rights Advocates)에서는 회원들 명의로 익산시장 앞으로 편지를 보냈다.
이들은 앞으로 가금류산업의 메카라 할 수 있는 익산이 이번의 조류독감 발생과 이로 인한 살처분까지를 겪으면서 얻은 쓰라린 경험을 통해, 이후로의 개선을 위한 사례집의 작성과 이를 위한 지자체, 축산농가 무엇보다 이런 사태의 책임의 많은 부분을 가지고 있는 산업체를 주축으로 하는 태스크포스팀(Task Force Team)을 만들 것을 제안하며, 거기에 필요한 자료의 제공 등을 적극 돕겠다고 말한다.
이들은 편지에서 이번에 실시된 생매장 등 살처분 방법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하며 사전 대비와 연구가 너무나 부족했음을 강력히 비판하는 동시에, 어떻게 하는 것이 최소한의 인도적인 살처분의 방법인지 외국의 자료와 동향을 제시하며 매우 구체적으로 보여주면서, 보다 인도적인 살처분과 관련 장비 등을 검토해볼 수 있는 참고사이트 주소와 자료들을 첨부하였다. 살처분 방법에 대한 부분만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1. 포르말린이 살처분에 사용되었는데, 포르말린은 어떤 동물에게도 안락사용으로 허용되어 있지 않고 발암물질인데다 환경오염도 유발한다. (참고자료 1 참조)
2. CO2가스는 조류의 안락사 용도로 사용시 1분 안에 죽음에 이르러야 한다. 대규모 축산 환경임을 고려해 한꺼번에 수천마리 이상의 조류를 죽일 때는 사육장을 살처분장으로 사용하는 방법을 허용한다고 해도, 30분~1시간 안에는 조류가 죽어야 한다. 익산 살처분시 5~6시간 내지 하룻밤동안 가스에 노출되고도 상당수의 조류들이 의식이 또렷한 상태에서 생매장 되었다.(참고자료 2~5)
3. 오리의 경우는 닭보다 훨씬 높은 농도의 CO2 농도가 필요하거나 전기 감전으로 살처분해야 한다. (참고자료 2~5)
4. Foam depopulation 방법을 소개하면, 최근 거품을 이용한 대량 살처분이 적극 연구되어 최근 미 농무성이 정식으로 이를 대량 살처분 방법으로 인정했다. 거품 살처분은 물리적인 질식을 유발하는 것으로, 적용시간이 CO2보다 짧아 노동력이 적게 들고 바이러스에의 노출이 적으며, 생물학적 안전성이 높고 거품은 생분해되는 것을 사용한다고 한다. 미 수의사협회도 mass depopulation 방법으로 인정하였다. (참고자료 6)
5. 사전 마취를 하지않아 의식 소실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근육마비제만으로 포유류를 살처분하는 것은 호흡마비와 통증이 오면서 극한의 고통을 유발하므로, 절대로 안락사가 아니며 반드시 지양되어야 한다. (참고자료 7)
무참히 죽어간 수없이 많은 동물들의 죽음이 정부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질병의 확산과 국민보건을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하더라도, 그것이 그들의 고통스러운 죽음에 상응하는 여타의 방역활동, 연구와 경험의 축적 등으로 연결되고 있는지는 의문스러운 상황이다.
꼭 동물단체의 회원들이 아니더라도 KARA에서 익산시장에게 전하는 다음의 말은 마음 깊이 되새겨 보아야 하지 않을까.
“농약과 화학비료를 치는 농업에서도 쉽게 헤어나지 못하고 있지만, 그것은 땅이 죽어감으로 갈수록 더 많은 농약이 필요한 악순환을 낳기에, 언제까지나 지속할 수 없는 방법이라는 것에 대해서는 쉽게 이해하실 것입니다. 지금의 대량밀집축산 방식도 마찬가지입니다. 그 방식에서 벗어나기가 아무리 힘들어도 근본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결코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없는 것입니다.
그리고 지금과는 다른, 보다 나은 방식의 축산체계가 자리잡기 전에 불가피하게 발생되는 동물의 살처분은 훨씬 더 많은 동물의 희생을 줄인다는 목적, 그리고 가능한 모든 방법을 써서 희생될 동물들의 고통을 줄여야 한다는 양보할 수 없는 원칙이 지켜지는 범위 내에서 진행되어야 합니다. 설사 이 일이 힘들고 비용이 든다고 하여도 이는 반드시 지켜져야 하는 일입니다.”
| | 조류독감과 인도적 살처분 방법에 대한 참고자료 | | | KARA 회원들이 익산시장에게 보내는 편지내용의 일부 | | | | 1. 포르말린의 안락사용 사용의 부적절함 http://www.unmc.edu/dept/iacuc/index.cfm?L1_ID=4&CONREF=46 http://www.fau.edu/research/ovs/VetData/EuthanasiaUnacceptable.php
2. 가금류의 안락사 (생산자, 운반자, 수의사를 위한 가이드) http://animalwelfare.ucdavis.edu/publication/poultryeuth.html
3.poultry perspectives http://www.wam.umd.edu/~iestevez/extension/ppv7.pdf
4.조류독감에 대한 많은 자료가 있는 여러 사이트 중 하나 http://www.poultryindustrycouncil.ca/
5. 살처분 방법과 필요한 장비, 살처분 기기 등을 소개한 자료 http://www.poultryindustrycouncil.ca/pdf/bioworkshop_2006/mass_euthanasia.pdf
6. Foam을 이용한 살처분에 대한 자료 http://asae.frymulti.com/abstract.asp?aid=19470&t=2 http://www.msnbc.msn.com/id/15590706/ http://www.tcfp.state.tx.us/pdf_posts/poultry.pdf
7. 개 살처분시 근육마비제 사용의 부적절함 http://www.withanimal.net/tt-cgi/tt/site/ttboard.cgi?act=read&db=w04&page=9&idx=22363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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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량살육, 생매장... 이건 아니다. 방법은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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