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훈 한나라당 의원(서울 서초)이 지역구에 뿌린 '이럴 수가, 1가구 1주택인데 종부세라니' 의정보고서.
한나라당 내에서 손꼽히는 경제통으로 분류되는 이혜훈 의원(서초갑)이 네티즌들의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이 의원이 "1가구 1주택자는 종합부동산세 과세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며 세법 개정을 위해 자신의 지역구에서 10만명 서명운동을 펼치는 한편, 자신의 지역구인 서울 서초구 주민들에게 '이럴 수가! 1가구 1주택인데 종부세라니'라는 제목의 종부세 개정을 촉구하는 전단지를 가가호호(家家戶戶) 배포했기 때문이다.
@BRI@점입가경인 것은 이 전단지에 담긴 내용인데 이 의원은 전단지에서 "수백, 수천 만원에 달하는 종부세 고지서에 얼마나 가슴 철렁하셨나, 종부세법은 태어나지 말았어야 한다"며 "정부·여당은 종부세를 투기 방지용이라고 주장하지만 1가구 1주택은 결코 투기가 아니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또한 이 의원은 이 전단지를 통해 "정부·여당은 집값이 올랐으면 양도세를 대폭 올려야 한다고 얘기하지만 이것도 말이 안 된다, 보유세를 올렸으면 양도세는 낮춰줘야 마땅하다"며 기염(?)을 토했다고 한다.
이혜훈 의원=부동산 부자들의 호민관(?)
하긴 이혜훈 의원의 이 같은 행동이 갑작스러운 건 아니다. 그녀는 참여정부의 종부세 및 양도세 현실화 정책에 대해 일관되게 반대해 왔다. 뿐만 아니라 기회 될 때마다 종부세법 및 소득세법 개악을 통해 참여정부의 부동산 세제개혁을 무위로 돌리려 애써 왔다.
여기서 잠시 이 의원의 활약상을 직접 확인해 보도록 하자!
판교발 투기광풍이 수도권을 강타하던 작년 6월 이혜훈 의원은 소득세법 및 종합부동산세법 그리고 지방세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한 바 있다.
이 의원이 제출한 소득세법 개정안은 당시 9%(양도소득 1000만원 이하), 18%(1000만∼4000만원 이하), 27%(4000만∼8000만원 이하), 36%(8000만원 초과)였던 양도세율을 각각 6%, 12%, 18%, 24%로 대폭 낮추는 것이 골자였다. 또한 이 의원이 제출한 종합부동산세 개정안은 1가구 1주택 소유자를 종합부동산세 부과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을 핵심으로 했고, 지방세법개정안은 재산세 표준세율과 거래세율을 인하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쉽게 말해서 부동산 보유, 거래, 양도와 관련된 모든 세금을 낮추자는 것이 이혜훈 의원이 제출했던 각종 법률개정안의 요지이다. 만약 이 의원이 발의했던 개정안대로 법률이 개정되었다면 부동산 투기는 한층 심해졌을 것이다.
주지하다시피 국민의 정부 말기부터 시작돼 지금까지 기승을 부리고 있는 부동산 가격 폭등은 실수요가 아닌 투기적 가수요가 주원인이었다.
부동산 가격 앙등의 주원인이 실수요인지 투기적 가수요인지를 구분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만약 부동산 가격 폭등의 주요한 원인이 실수요라면 공급을 늘려야 하고 투기적 가수요가 주범이라면 보유세 등의 세제 및 개발이익 환수장치 등을 통해 투기적 가수요를 제거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는 마치 질병에 대해 정확히 진단해야 올바른 처방을 내릴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익히 알다시피 80년대 말의 부동산 가격 앙등과 최근의 그것은 원인이 전혀 다르다. 80년대 말만 하더라도 주택 보급률이 60%정도에 머물렀고 수도권으로 유입되는 인구도 매우 많았다. 따라서 당시에는 주택 200만호 건설로 상징되는 공급확대정책이 필요했다.
그러나 지금은 주택보급률이 105%에 이를 만큼 주택이 많이 보급되었다. 근래 부동산 가격 상승을 주도한 수도권조차 주택보급률이 90%에 달한다. 반면 토지 및 주택 소유 편중도는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즉 근래 기승을 부리고 있는 부동산 투기 및 가격 상승의 근본원인은 실수요가 아닌 투기적 가수요임이 자명하다. 거의 모든 경제학자들은 투기적 가수요 억제에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 보유세, 그중에서도 토지보유세임을 인정한다.
또한 보유세, 그중에서도 토지보유세가 경제에 초과부담을 주지 않고 시장에 중립적이라는 사실에 거의 모든 경제학자들이 동의한다. 국가와 세금을 지극히 혐오했던 시카고학파의 태두(泰斗) 밀턴 프리드먼조차 보유세를 "가장 덜 나쁜 세금"이라고 평한 사실은 이를 단적으로 증명한다 할 것이다.
이런 점들을 감안할 때 참여정부가 추진한 보유세 현실화는 토지와 건물을 구분하지 않았다는 점이나 과세대상을 주로 고가 주택 등에 한정했다는 점, 목표세율이 지나치게 낮았다는 점 등의 한계가 있지만 방향은 옳았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대한민국 최고 학부에서 경제학을 전공하고 미국의 명문대학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은 이혜훈 의원이 이 같은 사실을 모를 리 만무하다. 만약 보유세를 현실화하지 않고도 투기적 가수요를 억제할 수 있는 방법을 이 의원이 알고 있거든 모쪼록 가르쳐 주기 바란다.
한편 보유세는 개인이 국가와 사회로부터 받는 서비스에 대한 반대급부라고도 할 수 있다. 누차 강조하지만 이른바 강남벨트의 토지 및 주택 가격이 높은 이유는 사회적 인프라 - 도로, 지하철, 공원, 학교 등 - 가 대한민국에서 가장 우수하기 때문이며 이는 대부분 국세로 구축된 것이다.
따라서 이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지불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과거 터무니없이 낮았던 보유세와 비교하면서 종부세를 '세금폭탄' 운운하는데 이는 참으로 후안무치한 노릇이다. 게다가 강남벨트에 소재한 주택을 소유한 사람들은 근래 천문학적인 부동산 불로소득을 얻고 있지 않은가?
이혜훈 의원은 1가구 1주택 소유자는 투기목적이 아니므로 종부세 부과는 부당하다고 하는데 누가 1가구 1주택 소유자를 투기꾼이라고 했나? 위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보유세 - 종부세 - 는 개인이 국가와 사회로부터 받는 서비스에 대한 대가일 뿐이다.
보유세를 높이면 양도세를 낮추는 것이 옳다는 이 의원의 주장도 이치에 닿지 않기는 매 한가지이다. 비록 양도세가 동결효과를 수반하는 한계가 있기는 하지만 실현된 부동산 불로소득을 환수하는 데는 아직 이만한 것이 없다.
보유세가 충분히 현실화되기 전까지 양도세는 보유세를 도와 부동산 불로소득 환수 및 투기 억제에 기여해야 한다.
위에서 꼼꼼히 살핀바와 같이 이혜훈 의원의 종부세 개정운동은 부동산 부자들이 상당수를 차지하는 지역구민들의 이익에만 복무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받기에 모자람이 없다.
이 의원은 헌법공부부터 다시 하길